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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10년 차 개발자가 전하는 구매 가이드

무조건 비싸다고 정답은 아닙니다. 또한 맥북이 정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by 월리

제가 바라는 대상 독자분들:

제가 바라는 이 글의 주요 독자분들입니다.

- 개발자가 되고싶은 분들

- 개발자와 관련없지만 맥북은 갖고싶은 분들

- 최근 새학기를 시작해서 랩탑을 구매하고자 하는 학생분들



들어가며

이 세상엔 수많은 랩탑이 존재한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닌 나의 대학 시절에는 빨콩이라 불리는 씽크패드의 랩탑이 가장 핫한 제품이었고, 그 다음으로 델, HP 등 미국에서 물건너온 수많은 제품들이 인기가 있었다. 나는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청년의 마음으로 당시 11인치라는 어마무시한 휴대성을 자랑하던 엘지의 노트북을 구매했다.

2014년도에 대학원에 입학하고나서, 맥북에서 레티나라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13인치 맥북을 출시했다. 여느 공대생들과 다르게 나는 사과문양에서 빛이나는 그 예쁨이 갖고싶었다. 그리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까지 봤던 수많은 랩탑의 화질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같은 깨끗함을 본 순간, 당시 100만원 남짓의 돈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동안, 내 주요 장비는 맥북이었다. 터미널에서 vi를 사용하거나 혹은 xcode에 c를 설치하지 않는한 쓸만한 IDE조차 없었던 그 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개발자가 맥북 안쓰면 어떻게 일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맥북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기본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묻고싶다. 정말 맥북이어야만 할까?



맥북은 예쁘다

여기서 애플, 아니 스티브잡스에 대해 감탄하는것이 "맥북은 예쁘다"는 것이다.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에 나온 맥북이 보여주는 성능에 비해 어마무시하게 보이는 가격이 실제로는 합리적이라는 의견들이 많은데, 사실 성능은 두번째라고 생각한다. 맥북은 예쁘기 때문에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먼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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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 맥북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2016년부터 약 2년간 미국에서 일하는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맥북을 보았다. 2014년에 맥북을 구매했을때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는 "왜 그 돈 주고 맥북을 산거야?" 혹은 "맥북 그거 한글도 안되고 공인인증서도 안되는데 왜 사는거야?"였다. 2018년도에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국내에 돌아와 모 대기업에 입사했을때도, 회사 내 특수한 조직에서 일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국내산 랩탑을 사용했다(아마 그 랩탑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맥북이 합리적인 기계가 되었다. 그 이면에는 윈도우에서만 가능하던 여러 작업들이 맥북에서도 가능해짐도 있겠지만, 윈도우 기반의 랩탑 가격이 맥북 만큼이나 점점 올라가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추가로 애플에서 최근 만들어내는 자체적인 부품(실리콘 기반이라고 부르는)들의 성능이 '맥북과 함께 했을때 워낙 좋은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합리적이라 표현하는게 어색하지 않게 된 것도 이유로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맥북은 예쁘다. 예뻐서 구매한다는 것을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예쁜 옷과 악세사리에 돈을 쓰는건 합리적인데, 랩탑(기계)에 그러지 못할 법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정도 가격이라면, 예쁘다는 장점 외에도 "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구매했어야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맥북이 유닉스 기반이라 개발이 편리하다거나, 일부 프로그램들이 맥북에 최적화가 되어있다던가 등 수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일부는 내가 생각하기에 과장되어있다고 느낀다. 그부분을 철저히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발자라면 맥북을 써야한다?

맥북이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장점은 유닉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OS 덕분에 서버 프로그래밍을 하기에 윈도우보다 쉬웠다는 점이다. 개발자가 아닌 분들은 유닉스? OS? 헷갈리실 수도 있는데, 쉽게 설명해보면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색 화면에서 휘리릭하고 돌아가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윈도우에 비해 쉽다"는 것이다. (최대한 쉽게 적어보았는데, 이해가 잘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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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중요한 문장이 "윈도우에 비해서 쉽다"는 것이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쉬웠었다.

맥북이 갖는 가장 큰 장점중 하나가 '유닉스 환경을 기본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니 약간 과장해서 모든 서버는 리눅스 기반으로 동작하는데, 유닉스는 리눅스와 유사한(자세히 들어가면 어려우니 이정도로만 언급하겠다) 구조로 되어있어서 맥북 자체만으로도 서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윈도우에서는 가상환경(버추얼박스나 vmware등)을 구성하고 여기에 리눅스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WSL2 등 윈도우 자체적으로도 리눅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맥북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맥북은 유닉스 기반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버에서 사용하는 리눅스와는 또 다르다. 특히 애플에서 ARM계열의 프로세서를 새로 만들면서 x86기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서버와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도커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이러한 차이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점에서 보면 오히려 최근에는 우분투와 같이 실제 리눅스 환경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윈도우에서 개발하는게 '서버와의 이질감이 줄어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어려운 단어를 섞은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맥북이라고 해서 윈도우에 비해 무조건 개발하기 좋은 기계는 아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예전에 한 직장상사에게 개발하려면 맥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가(물론 예쁘고 비싸고 갖고싶으니까 말한것도 있다), 그럴거면 리눅스가 설치된 PC를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차피 오래쓸거니깐

나는 물건은 한번 구매할 때 좋은 걸 구매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적정선은 필요하다. 물건의 가치가 값에 비례한다면, 비싼 돈을 주더라도 구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맥북은 조금 예외다. 값에 비해 가치가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왜 좋아야하는지 정확하게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오래 쓸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지출"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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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맥북 사용자들이 모여있는 유명한 카페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수많은 구매 문의 글들이 올라온다. 대부분 글의 내용은 "지금은 배우는 중이지만, 언젠가는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CPU나 용량을 얼만큼 올려야 할까요"이다.

나는 2020년도에 나온 맥북 프로 M1을 아직도 사용한다. 아직도 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과도한 테스트를 돌리거나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가끔 느려지기도 하지만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재 나와있는 M4 맥북은 특수한 직종을 제외하면 이미 오버스펙"이라는 것이다. 4K 이상의 영상을 만들거나 AI 모델을 만드는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닌 경우는 맥북 에어로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현재 예산에 맞게 + 목적에 맞게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사용한다면, 당연히 휴대성이 좋은 맥북이 좋다. 생각보다 16인치 무겁다. 나는 14인치를 구매해서, 집에서는 외장모니터에 연결해서 사용한다. 밖에서 주로 사용하려면 화면이 커야한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나는 육군 병장 만기전역을 한 키 185의 건장한 남자로써 16인치 매우 무겁고 불편했다. 만약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면 상관없지만, BMW(Bike+Metro+Walk) 이용자라면 14인치를 추천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적었지만, 나중에 쓰다가 필요하면 그때 다시 사도 된다. 맥북이 다른 랩탑과 다르게 갖는 장점중 하나가 정말 오래써도 멀쩡하다. 2014년에 구매한 레티나 맥북은 6년을 사용했다. 그 이후에 인텔맥을 구매했다가 M1으로 변경하고 지금까지 약 4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이 때 구매한 M1은 맥북 프로 기본형이다.

정말 고성능이 필요하다면 뭘 사야할지 물어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어느정도의 기준은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현재 예산에 맞게, 그리고 목적에 맞게 구매하자. 그리고 기본 옵션으로도 정말 충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맥북 쓰면 불편해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윈도우에 익숙하다. 연령대가 어려질수록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져가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 주변에는 윈도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맥북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불편하다. 여기서 무엇이 다른가를 하나씩 설명하는건 무리가 있지만, 윈도우와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Screenshot 2025-03-20 at 6.57.22 PM.png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고 한다. https://www.apple.com/kr/macbook-pro/mac-does-that/


한 쇼츠 영상에서 호기롭게 맥북을 구매했다가 안되는것이 너무 많아서 다시 되팔아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예전에는 맥북에서 윈도우를 부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존재했었는데, 인텔 칩에서 애플의 자체적인 칩(M시리즈)으로 변경하면서 없어졌다. 그래서 맥 안에서 윈도우를 사용하려면 가상환경(별도의 프로그램처럼 돌아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이 프로그램의 비용이 꽤 비싸다.

Screenshot 2025-03-20 at 6.33.34 PM.png 중요! 추가로 윈도우도 구매하셔야 합니다.



물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환경 프로그램도 있지만, 결국 맥북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금방 익숙해질 것이고, 익숙해지고나면 오히려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건 맥북의 UX가 뛰어나서도 물론 있겠지만, 그냥 내가 적응하면서 오는 익숙함이 곧 편리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사용자들의 가장 불편한 요인이었던 한글 프로그램과 공인인증서도 이젠 100% 개선되었다고 본다. 즉, 익숙하지 않음을 견뎌낼 용기만 있다면, 맥북 구매는 전혀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추가 의견들

이 외에도 맥북 구매를 고민할때 나오는 의견들이 몇가지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을 갖고있으면 맥북과의 연동성이 좋다'

애플 생태계는 그야말로 상술이다. 굳이 노트북까지 연동되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맥북을 구매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동성이 필요한 업무가 있을것이고, 그로인해 편리함이 분명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연동성이 중요하게 느껴질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맥북을 사면 악세사리 비용이 많이 든다'

맞다. 하지만 꼭 사야하는건지, 그리고 사야한다면 값싸고 좋은 제품들도 많이 있으니 잘 찾아보면 좋겠다.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맥북 악세사리에는 딱 맞는 경우가 많다. 너무 저렴한 제품들은 간혹 기계에 고장을 주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니, 크게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어느정도 검증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스타벅스갈땐 맥북이 필수다'

내 아내는 갤럭시북을 가지고 잘만 다닌다. 하지만 나는 스타벅스를 갈때 꼭 맥북을 가져간다.


'맥북으로 게임할 수 있나요?'

예전에는 맥북을 구매한다는건 게임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2016년에 미국에서 일할때 맥북으로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겼다. 최근에는 윈도우 기반의 게임을 맥북에서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뮬레이터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요즘 대부분 게임들이 인터넷 상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인터넷이 빠르다면 게임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시간 게임은 건강에 좋지 않다.



결론

10년이 넘도록 맥북을 주 랩탑으로 사용하면서, 한번도 맥북을 구매했다는 것에 실망하거나 후회한적이 없다. 이미 고일대로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뛰어난 설계와 최적화 덕분에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감소했다고 느껴지지 않는것도 큰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조언드리기는, 맥북도 결국 기계고 점점 새로운게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건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과 어떻게 사용할것인지에 대한 목적이 정확해야 한다. 그냥 예뻐서 한번 써보고싶어서 구매해도 좋다. 나도 그렇게 맥북을 시작했고, 그 시작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리고 맥북이 꼭 정답은 아니다. 특히 개발자라고 해서 꼭 맥북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윈도우에서 개발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글이 맥북을 구매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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