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을 간다면 예스폭진지 투어는 필수입니다.
타이베이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예스폭진지 투어를 한 번쯤 찾아봤을 것이다. 나 또한 몇 년 전 혼자 왔던 여행에서도 그 투어로 관광했던 기억이 있었다. 버스를 대절해서 주요 관광지를 한 번에 둘러보는 타이베이에서 유명한 투어 중에 하나였다. 각각의 관광지인 예류 지질 공원, 스펀, 폭포, 진과스 황금박물관, 지우펀의 앞 글자를 따서 예스폭진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개인적으로 다녀오기에는 타이베이 시내에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해 여행온 직장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였다. 모르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종종 택시투어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기에 우리는 주저함 없이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한 사람당 비용이 11,500원인 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의 투어는 생각보다 훨씬 일정이 빡빡했다. 아침 일찍 집결지인 지하철역에서 모여서 첫 번째 예류 지질 공원으로 갔다. 전날에 푹 쉬고, 다리 컨디션을 위해 반신욕까지 해둔 덕에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가이드분의 인솔에 따라 공원에 내려서 거북이를 닮았다는 바위, 꼭 봐야 한다는 여왕 머리 바위 등의 설명을 들으니, 여행을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심지어 한시도 심심할 틈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으니 너무나 완벽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쏟아지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친구가 우산을 꺼내 들었고 나는 그 옆에서 해가 뜨거운지도 모르게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 사이로 보이는 빨간색 가드 라인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안전요원의 모습은 눈으로만 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장면이었다. 한 시간쯤 되는 자유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서 공원을 한번 둘러보고는 소라구이를 사 먹고 버스로 돌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스펀으로 기찻길에서 풍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관광지였다. 버스가 산길을 올라가는데 창밖에서 서서히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도착해서 버스에 내릴 때가 되니 빗방울은 굵어져 있었다. 하지만 미신과 소원을 애절하게 비는 것을 사랑하는 나에게 날씨는 그렇게 큰 방해요소가 아니기에 개의치 않고 풍등에 소원을 적어 내렸다. 매출 1조 달성, 오타니 쇼헤이 결혼하자 등 장난스러운 바램도 있었지만, 나 포함 100명 건강 기원, 여행과 예술로 먹고살게 해 주세요. 등 지금 봐도 그것만큼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다. 소원을 다 적은 풍등을 들고 기찻길에 서면 풍등가게 직원분이 우리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풍등 날리는 걸 도와주는 직원분은 자 다음, 더 높이, 다른 포즈 등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진 찍는 실력이었다. 170cm도 안 되는 우리의 키가 거의 180cm로 보이게 찍어주고 심지어 풍등이 날아갈 때는 영상을 중간중간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연속촬영은 덤이었다.
비가 와도 만족스러웠던 투어는 폭포를 보며 비에 쫄딱 맞고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 감기 기운이 몸에 돌면서 열이 나고 두통이 생겼다. 버스 투어의 장점은 이동하는 시간에는 쉴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주말에는 관광버스가 지우펀으로 올라가는 도로에 진입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일반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비에 젖은 옷가지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진과스 황금박물관과 센과 치히로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다던 지우펀까지 무사히 관광을 마쳤다. 녹초가 되어 간신히 숙소로 돌아가서 거의 쓰러진 듯 잠을 청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냐는 나의 말에 친구는 투어가 가장 좋았다고 답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이다. 그 말에 동의했다. 여행할 때 투어보다 그 동네를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을 즐기지만 관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관광안내 책자에서나 볼법한 사진을 잔뜩 남겼으니 너무나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