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그림책을 그려보겠다고 고군분투 중입니다만

사리분별.

by 정인

취미그림이 아니라 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었다니까요.

대학을 거쳐 직업인을 거쳐 아이를 키우고 제 커리어가 점점 사라질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던 건가 싶더라고요.

제가 다시 경제적인 것으로 발목 묶여서 계속해서 그럴듯한 내 집마련이나 서울의 좋을 곳에 살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전 제 자신,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많이 부대끼며 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인생은 못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막상 이 섬 같고, 조용하고 안전한 도시를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공자가 말한 사리..

그 일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해야 좋은가, 그리고 그로 파생될 문제까지..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인생은 항상 어느 시점에서의 선택이 그 뒤의 선택의 범위를 결정하고 결정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 결국 어느 부분을 감당하고 감내할 수 있느냐의 개인의 역량문제 같기도 합니다.

저 스스로가 언젠가 다시 경제력을 갖게 되기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괜찮을지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더 뒤로 물러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큽니다.

계속해서 더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요.

특히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아이들의 맑음에 저도 개일 때가 있어서 , 그 맑음을 담고 싶어요.

그리고 자연의 생기도, 동틀무렵의 햇살의 눈부심도 캔버스에 담고 싶어요.

그냥 그래요.

잘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답답하지만 , 그래도 꾸준히 연구하고 하다 보면 잘하게 되리라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어느분야든지 평균정도만 해도.. 시간의 세례를 받으면 웬만큼은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 평균까지만이라도 해볼 생각입니다.

근데 좀 외롭기도 합니다.


쉽게 생각했던 그림책이라는 분야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렵다는 건 내가 말로 표현하는 것과 이미지느낌이 달라서 어렵다는 것이고.

내가 가진 생각을 비유적으로 풀어야 해서 어렵다는 거예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에피소드화 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하다가도 내가 보는 시선으로 바라봐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나는 너무 어른의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들 말입니다.

그리고 동물들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더 어렵고 이상하게 안 내킵니다.

아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같이 보는 게 그림책인데..

저의 선입견이 편견이 자꾸 가로막아버립니다.

이 해소하는 방법을 찾고 싶네요.



얼마 전 다녀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 독립출판물행사에서 사이다 작가님의 새책 농담시리즈를 보면서 정말 작가님의 인문학적인 소양이 꽤 높으신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담집이지만 어딘지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있거든요.

제가 아는 철학은 생각하는 힘인데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잡아둬야 그다음에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책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까먹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면서 내 길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현자를 응원하는 한편, 저 스스로를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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