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오늘은 11월 11일이다.
11월이 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3분의 1 이 지나버렸다고 그녀와 이야기했다.
시간이란 참 기묘한 것이다.
그녀와 대화를 할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그녀를 보고 있을 때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녀와 함께 있지 못할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다.
그녀가 없는 시간은 너무 아깝다.
그녀와의 시간은 내게 제일 소중하다.
어젯밤 잠들기 전, 잠에 든다고 문자를 못 보냈다.
그녀는 내가 변했다고 농담으로 핀잔을 준다. 미안했다.
나는 변하긴 했다.
나는 너무 사랑에 빠져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도 많이 변했다.
변하겠다는 경고의 말 한 마디 없이, 오롯이 나의 사람이 되어주었다.
기꺼이 삶의 모습을 바꿔주었다.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우리 젊었을 적, 아니 어렸을 적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어리고 젊던 내가 그립단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더 사랑한단다.
나도 그녀가 그렇다.
나는 어리고 젊던 그녀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그녀를 사랑한다.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 해도, 20년 전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가 그녀의 인생 중 제일 아름답다. 그리고 내일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틀림없다.
그녀는 오늘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힘듦이 묻어나온다.
그런데도 내게 길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말할 힘조차 없는 것 같은데, 내 지루한 이야기를 몇십 분이고 들어준다.
나는 집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지만, 집에만 있으면 잡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조금 걱정하는 말투이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서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힘들어본 적은 없다.
아아, 나는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하지만 그 힘듦이 우리 관계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에 하나다.
나보다 1,000배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상에 널려있어서 우리에게 질투를 유발하듯,
우리는 단 한 번도 싸우거나 부딪히지 않고, 몇십 년을 사랑하고, 커플로서 완벽한 커플들을 보게 된다.
나도 분명 그만큼 나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저렇지 못할까 자책한다.
소셜 미디어에는 커플은 어때야 하고, 남자는 어때야 하고,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말의 홍수이다.
배울만한 부분도 있고, 좋은 정보도 있고, 나의 생각을 넓혀주는 효과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답이란 없다.
정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사랑의 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와 내가 10년 후 어떤 모습일지, 아직 서로 사랑하고 있을지, 나의 바람대로 함께 삶을 마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결말이라 하더라도 그녀를 똑같이 사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