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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아카데미쿠스 Feb 03. 2023

화장품 골드러시, 10년간 경쟁사 35배 증가

2010년대 초중반에는 화장품 사업을 한다고 하면 “와, 그래요? 화장품 사업이 요즘 잘 나간다면서요?”라고 했는데, 요즘은 “아, 그러세요? 요즘 화장품이 좀 어렵다면서요?” 한다. 전국민이 알아주는 힘든 업종이 되었다. 그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업체수가 너무 많은, 과도한 경쟁상황이다.


화장품책임판매업체     


화장품제조업체, 화장품책임판매업체, 맞춤형화장품판매업체 등록현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제조업, 제조판매업 등록은 1년간의 등록 유예기간을 거쳐 2013년 2월 의무화되었다. 따라서 2012년 3월에서 2013년 2월까지 등록된 업체들 중 다수는 기존에 이미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업체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 이후 등록된 것으로 나타나는 업체들이 신규 등록 업체일 것이다. 이 시기에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의해 화장품업 관리제도가 기존 제조업, 수입업의 2종에서 제조판매업, 위탁제조 수입업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이로써 화장품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브랜드만 보유하고 화장품 제조를 OEM 업체에 위탁하는 판매전문기업 등장에 대한 법적관리 근거가 마련되었다. 

*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https://nedrug.mfds.go.kr/pbp/CCBBA01)


이후 제조판매업이라는 명칭이 애매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부터 화장품책임판매업으로 변경되었다. 맞춤형화장품판매업은 2020년 3월부터 등록이 시행되었으며, 2022년 12월까지 217개의 업체가 등록되었다.


2013년에 누적 2,700여개였던 화장품책임판매업체는 5년 뒤인 2018년에 1만개를 돌파했고, 다시 4년이 지난 2022년에는 28,000개를 넘어섰다. 지금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곧 3만개를 넘어서 2023년에는 4만개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한편 화장품제조업체도 꾸준히 늘어서 2022년에 4,500개를 넘어섰다.


* 연도별 화장품책임판매업체 등록 현황


* 연도별 화장품제조업체 등록 현황


화장품 골드러시     


금덩이가 묻혀있다고 소문이 나지 않고서야 제조업체, 책임판매업체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날 수가 없다. 2023년말에서 2024년초 사이에는 화장품책임판매업체가 4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4만개는 국내 편의점의 개수이다. 화장품업체 수와 편의점 수를 비교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겁이 날 정도로 가파른 화장품업체 증가추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골드러시가 생각난다. 1840년대말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개척민들이 너도나도 몰려간 현상을 골드러시(Gold Rush)라고 한다. 당시 금인줄 알고 캐낸 대부분은 황철광이었다고 한다.      


* 골드러시 시대의 광부들


일확천금을 노리고 달려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것에 비해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은 극히 적었고, 골드러시의 진정한 승자는 광부들에게 튼튼한 작업복을 제공하던 리바이스(LEVI’S)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남았다. 화장품 골드러시의 진정한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2012년에서 2022년까지 국내 화장품 시장이 생산실적 기준 2.3배로 성장하는 동안 화장품책임판매업체의 수는 35배가 되었다. 같은 기간 생산실적 증가액이 9.5조원이고 수출액 증가가 9.2조원이다. 수출가격은 제조원가에 마진을 붙인 것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보다는 훨씬 낮다. 정리하자면 국내 소비는 이미 정체가 오래 전에 시작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더 크지도 않고 정체돼있는 국내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들이 꾸역꾸역 밀려오고 있다는 말이 된다.     


* 2012년의 국내 화장품 시장과 사업자

                    



* 2023년의 국내 화장품 시장과 사업자


화장품 골드러시의 광부들은 어디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을까?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서울특별시에 전체 화장품책임판매업체의 39.1%인 10,940개가 몰려있다. 서울특별시는 전국 인구수 5144만명 중 18,3%인 943만명이 살고 있는데 업체 비중은 훨씬 높다. 그 다음으로 경기도에 31.2%인 8,743개 업체가 있고, 인천에는 6.5%인 1,823개 업체가 있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의 업체수 비중은 전체의 76.8%이다. 이 세 지역은 인구수 비중 대비 업체수 비중이 높다. 화장품 창업이 가장 활발하고, 경쟁도 가장 치열한 곳이라 하겠다.


그밖에 강원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남도, 충청북도는 인구수 비중보다 업체수 비중이 낮다. 전국 지자체별로 화장품 관련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단순히 이 숫자들만 참고하자면 서울, 경기, 인천 외의 지역들이 지원받을 확률이 높아보인다.


* 행정구역별 화장품책임판매업체수와 인구수 비교 (2022년 12월 기준)


창업이란 새로운 도전이고, 도전은 축하받아 마땅한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많은 경우에 멋지지 않다. 따라서 준비 안된 창업은 위험한 것이며,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국내 화장품 사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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