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 실전, 공중 배플
[2부에 이어]
*타이거! 타이거! 타이거! 출처: military.com
전투기 역사에 있어 50년대는 특별하다. 나치 독일의 제트 전투기가 Me 262가 서부전선 상공에 충격의 데뷔를 했던 때부터 얼마 뒤. 그 때가 바로 1950년대다. 나치 독일이 항복한 지 겨우 5년 뒤부터의 시대. 그 시대를 얼마 전 필자가 읽었던 항공 서적에 이렇게 표현을 해 놨다.
Frantic Age. ‘광기의 시대’라고. 이 전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마하 2급 전투기가, 줄지어 나오던 시기. 강대국들은 국가적인 사업인양 그런 전투기 개발에 용을 쓴다.
소련의 미그 21, 수호이 7, 스에덴의 드라켄, 프랑스의 미라주 3, 영국의 라이트닝이 이때에 초비행을 했으며. 뭣 보다 미국의 유명한 센추리 시리즈 6 기종이 줄줄이 나오던 시대. 이게 다 1950년 대 중반의 일이다.
*50년대 중반에 개발된 센추리 시리즈다. 맨 아래에서 시곗바늘 방향으로, F-101 부두, F-102-델타 대거, F-100 슈퍼 세이버, F-104 스타파이터, F-105 썬더치프. 그리고 F-106 델타다트는 아직 여기에 없다. 출처: pinimg.com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전투기들. 그때 나왔다. 미라주나, 미그 21, 우리 공군과 이스라엘에서 아직도 현역인 F-4 팬텀도 그때 비행했다. 정말 대단한 50년대였다. 그런데 타이거의 오리지널인 프리덤 화이터는 언제 나왔나?
좀 늦게 나왔다. 50년대가 막 끝나고 60년대가 시작되기 직전인 59년에 나왔으니까. 그러니까 그 질풍노도의 시대였던 50년대를, 이 작은 전투기는 용케 피해갔다고 할까? 여기에서 ‘용케’라는 말을 쓴 건, 이것이 행운이었기 때문이다.
행운이라니? 시간상으로 이익을 봤다는 의미다. 기술을 익힐 시간이 생겼으니까. 사실 50년대 초만 해도 초음속을 넘어선다는 건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어느 책에선 이걸 ‘미지와의 조우’라고도 표현한다.
그런데 당시의 항공 선진국은 계속해 큰 엔진을 만들어 가며 뚫고 나갔다. 미국과 소련,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 등이 정신없이 마하 2의 고성능 전투기를 설계하고 만들고,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이때 프리덤 화이터의 노스롭 사는 비켜 있었다. 그리고 의도적인 건 아니었으나, 그 광풍이 좀 멎는다 싶을 때 설계를 하고 만들어 낸게 프리덤 화이터다.
*기수에 보이는 건 F-5A. 아주 작은 전투기다. 출처: wikimedia.org
항공 평론가들은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한다.
“50년대 전투기들, 특히 센추리 시리즈의 기술적 성과를 흡수했다.”
이게 바로 이 전투기가 작은 엔진에다가 작은 기체 사이즈로도 성공할 수 있던 이유다.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에어리어 룰. 기체 가운데를 움푹 들어가게 하는 기술.
*출처: combataircraft.com
F-5A 프리덤 화이터 동체를 보면, 가운데가 두드러지게 홀쭉한 걸 볼 수 있다. 이건 동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 흐름을 깔끔하게 하고,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게 홀쭉하지 않으면 공기 흐름은 그 부분에서 툭 튀어나온 동체를 만나는 듯 공기 저항이 늘어나며 공기 역학적으로 매우 불리해진다.
이건 센추리 시리즈 중 F-102 델타 대거를 개발할 때 발견한 것인데, 그래서 만들어진 동체를 다시 고쳤고, F-105 썬더 치프에선 이 룰에 따라 동체를 설계한다.
*썬더치프의 동체, 당시에는 코카콜라 동체라 했다. 출처: fiddlersgreen.net
프리덤 화이터는 처음부터 이 룰에 따라 설계했고 만들었으며, 자신들도 모르게 '렉스'라는 걸 발명한다. 이전 비행기에는 없었던 작은 기생 날개다.
렉스(Leading Edge Extention). 날개 앞부분, 즉 ‘앞전의 연장’이라는 의미의 작은 보조 날개다.
*양쪽 공기 흡입구부터 날개 앞전까지 붙어 있는 날개도 아닌 보조 날개, 이게 렉스다. 출처: danielrychcik.com
우연히 이걸 만들어 달았는데, 동체에 흐르는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박이지 뭔가?
날개 위 공기 흐름도 좋게 해 주면서, 양력 발생도 도와준다. 이 발견을 나중 다른 전투기들도 써먹는데, 특히 F-18 호네트는 훨씬 더 크게 만든다.
*대놓고 렉스를 늘린 FA-18E 슈퍼 호네트. 출처: bastion-karpenko.ru
그리고 그 렉스로부터 시작되는 것. 리딩 엣지 슬레이트(Leading Edge Slate)다. 날개를 보면, 렉스에서부터 날개 끝가지 움직이는 또 다른 ‘보조 앞전’이 있다.
필요할 때, 이게 앞으로 쓱 나오는 데(약간 숙이면서 나온다), 렉스와 합쳐지면 무려 38 퍼센트의 양력을 발생시킨다. 38퍼센트! 대단한 양 아닌가?
*타이거의 리딩 엣지 슬레이트. 날개 앞전, 약간 아래쪽으로 나온 부분이다. 출처: thunderstreaks.com
또 이 렉스와 앞전 슬레이트는, 높은 받음각으로 치고 올라갈 때, 실속에 걸리지 않게 한다. 거기에 또 자동 공전(空戰) 플랩이라는 것도 닐겡[ 있다.
그런데 미그 21엔 이런 게 없다. 거긴 그냥 삼각의 통 날개라 할까?
물론 날개 뒤에 플랩 같은 게 있지만, 그건 세상의 다른 비행기도 다 있는 것. 날개 앞전에는 아무것도 없다. 타이거가 공기역학적으로 한 수 앞섰다는 증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초비행 연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그 21은 광기의 시대가 진행 중이던 1955년에 초비행했다. 그런데 F-5A는? 이미 얘기했다시피 1959년이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킨 게 F-5E 프리덤 화이터인데, 1972년이다. 베트남 전이 끌날 때.
그래서 타이거를 한 마디로 얘기하면, 기술적으로 우수했던 프리덤 화이터의 날개와 동체를 그대로 두고, 엔진만 30프로 더 쌘 걸로 갈아 끼운 전투기다. 그러니까 힘은 더 좋아졌는데, 우수한 공기 역학은 그대로인 올디스 벗 뉴 페이스.
거기에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정비성도 당연히 좋았고. 그래서 미그 21의 카운터로서, 미국 우방국들에게 대량 보급된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직 수입과 라이선스 등으로 1백 여 대 이상이 태극 마크를 달고. 그리고 40여 년을 우리 영공을 지켜왔다.
그렇다면 F-5E 타이거의 진짜 전투 실력은 어떤가? 작은 전투기로서는 우수한 날개 메커니즘과 공기 역학적인 기체, 그리고 나름 엔진 파워가 늘어났다는데. 이 시리즈 1부에선, 두 기체가 모두 좋은 경전투기이며, 스펙에 대해 얘기했다. 2회에선 현대의 공중전에서 마하 2 이상이라는 건 거추장스러우며, 따라서 미그 21한테 꿀릴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곤 타이거가 이긴다며, 총론적 얘기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로 둘이 피 튀기는 공중전을 벌일 때의, 구체적이며 각론적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진짜로 붙을 때, 어떻게 되나? 특히 타이거의 실제 공중전에서 성능은?
영국의 저명한 항공 저술가 ‘Mike Spick’는 타이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롤(roll)에 대한 평이다. 직선으로 비행하며, 기체를 좌우로 돌리는 거, 그러니까 기체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움직임에 대해.
“It has a very fast rate of roll."
롤이 매우 빠르다. 뒤집는 시간이 다른 전투기에 비해 정말 빠르다.
민첩한 선회 동작이라는 것도 롤과 피치의 조합이 좋아야 한다. 뱅크라고 하는, 기체를 옆으로 기울이며 삥~ 도는 것도 순전히 롤만으로 하는 것.
*원통 비슷한 ‘바렐 ‘롤’ 기동으로, 밑에서부터 올라 가 적기를 데드 식스에 둔다. 아래쪽 전투기는 지금 뱅크만 하는 중. 출처: wikimedia.org
그래서 타이거는 매우 민첩한 전투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칭찬에는 근거가 있다. 미 공군에서 공중전 훈련을 해 본 결과, 이런 평가가 나오니까(아마 레드 플랙 같은 데서일 것 같다).
“F-15 이글을 이긴다!”
수평면에서의 선회 동작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공중전은 수평뿐만, 아니라 위로 솟구치고 내려오는 수직 기동도 해야 한다. 그리고 수직 기동에선 아무래도 떨어진다.
수직면에선 힘센 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승력과 함께 추력 대 중량 비를 좋게 가져가 주는 엔진. 그런데는 타이거가 따라갈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타이거가 수평면에서 이글한테 꿀리지 않는다니, 그 작은 게 얼마나 괜찮은 도그 화이터인 것만은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레드 플랙이나 탑 건에서 나오는 말이다.
“타이거는 미그 29한테만 진다.”
팰크럼은 미그 29의 나토 명. 그런데 이 얘기는 뭔가? 펄크럼한테만 져? 이거 나쁜 얘기가 아니다. 긍정적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미그 21이나 미그 23한테는 이긴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필자도 충분히 공감하는 말이다.
타이거는 공중전에서 미그 21한테 이기게 돼 있다. 그리고 미그 23한테도 마찬가지다. 물론 미그 23은 21보다 더 고급 전투기이면서, 더 좋은 레이더, 더 좋은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특히 R-23은 이젠 한 물간 소련제 미사일이라 하나, 그래도 신경은 써야 한다.
*북한이 갖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 R-23. 그러나 타이거 같은 소형 전투기한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처: wikimedia.org
그래서 타이거가 3~50킬로 거리 정도에서 조심만 하면, 이후 공중전에 들어가면 미그 23은 쉽게 잡는다. 오히려 미그 21보다 수월하다. 미그 23의 공중 기동성은, 50년 대 출현한 마하 2급 전투기들 수준이라 하니까.
물론 그전에 미그 23은 미사일을 발사한 뒤, 빠른 속도로 전장 상공을 이탈할 거라 생각한다. 전혀 도그 파이팅에 소질이 없는 가변익 전투기이니까.
더군다나 중장거리에서 붙을 때, 그건 더더욱 타이거의 파티장이 아닐 거라 생각된다. 위쪽 높은 고도에서 스패로우를 가진 F-16 등이 따라 가 줄 테니.
그런데 타이거가 미그 29 펄크럼 한테는 상대가 안 된다고? 당연하지 않은가? 상대는 제 4세대 전투기다. 중장거리에도 단거리에도 이길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에어 컴뱃 화이터(공중전 전투기)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F-16 파이팅 팔콘도, 미그 29와의 근접전에선 위험하다. 펄크람은 세계 최강은 아니라 해도, 세계 최고의 도그 화이터라는 건 인정해 줘야 하니까.
*미그 29, 불가리아 공군기다. 출처: airplane-pictures.net
그래도 타이거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북한에게 있어 미그 29는 금이야 옥이야 하는 최고 ‘하이’급 전투기다. 타이거는 우리 공군에서는 ‘로우’ 로우가 나가서 하이와 맞짱 뜰 필요도 없으며,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북한에서의 미그 29 대수는 귀하신 몸으로 35대 정도? 그것도 가동률이 1백 프로일 때 나오는 숫자다. 고급 전투기일수록 가동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북한 아닌가? 징한 나라 북한이니 가동률에 있어, 항상 문제를 갖고 있을 테니까.
또 우리에겐 F-16 파이팅 팔콘이나 장래의 에이스가 될 F-35 라이트닝 2(투)가 있고, 또 미군의 ‘하이’급 전투기들도 한반도에 있다. 그래서 배짱 좋은 타이거 1대가 미그 29를 격추시킬 마음을 먹는다 해도, 차례가 올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아직 언급을 안 한 게 있다. 타이거와 미그 21의 싸움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파일럿에 대한 언급이다.
저쪽은 경제가 피폐될 대로 피폐돼, 훈련도 제대로 못 하는 사정이다. 우리가 1백 시간을 전투기 안에서 실전과 가까운 연마를 할 때, 저들은 10시간 남짓.
거의 뭐 10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그럼 기량 비교에 있어, 말 다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최종 결론을 내린다. F-5E 타이거와 미그 21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
저들 미그 21은 불덩어리가 된다. 미그의 투만스키 엔진 분사구로 사이드와인더가 득달같이 달려가던가, 타이거의 20 밀리 기관포 2정이 불을 뿜던가 해서.
타이거의 실탄만 해도 몇 발이더라? 560발을 갖고 다닌다. 미그 21보다 2배 반 이나 많은 숫자. 미사일에서도 타이거는 또 좋은 걸 갖고 다닌다.
베트남 전에서의 형편없던 면목을 일신, 포클랜드 전 등에서 정확한 명중률을 자랑했던 신형 사이드와인더다. 북한은 사이드와인더의 짝퉁 ‘아톨’
*타이거의 기관포와 실탄. 반대편에 이런 게 또 있다. 출처: dreamstime.com
남바부 “시래소니가 들어 오오------.”
이어폰으로 편대장 동지의 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편대장이 GCI(지상 관제 센터)로부터 남반부 전투기들의 침입을 통보받았나 보다.
류철성 소좌의 피가 끓어오른다. 드디어 남반부 간나들과 붙는다. 드디어! 편대장 동지도 마음이 격동되기는 마찬가지인 듯. 전투 의욕을 북돋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공화국의 용감한 비행사들! 시래소니들을 모조리 잡아, 혁명의 도시 평양을 지키고, 우리에게 이 비싼 전투기를 사주고 훈련시켜주신 김정은 사령관 동지에게 은혜를 갚는 거야요-----”
시래소니는 남반부 F-5E 타이거를 업신여겨 붙인 명칭이다. 타이거는 호랑이 아닌가? 남반부 것들의 ‘로우’급 기체를 호랑이라 불러 줄 순 없는 법. 그것들은 못 난 호랑이 새끼, 시래소니에 불과하다.
*출처: tistory.com
북한 함경도에선 시래소니, 평안도에선 시라소니, 그리고 표준말로는 시라손이, 이렇게 부르는데, 그건 북한에서 칠칠치 못한 놈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에이 시래소니 같은 놈.......”
못 난 놈, 덜 떨어진 남자다.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이 살았던 함경도 등에서는 이런 얘기가 있다. 호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은 뒤, 그중 약해 보이는 걸 절벽에다 떨어뜨리고, 튼튼한 것들만 키운다는 얘기. 꼭 뭐 스파르타 이야기 같다. 그런데 떨어진 것들 중, 그래도 운 좋게 살아남은 게 있으니, 그게 시래소니다. 그러니까 못 난 호랑이 새끼.
전투기 이름으로 쓰이는 이스라엘의 ‘크피르’와 정반대 아닌가? 크피르는 그들 말로 사자 새끼가 되나, 얼마 뒤 곧 당당한 수컷으로 성장할 영 라이온. 그런데 시래소니는 몸집도 왜소하고 맹수 클래스에 들지도 못 한다. 바로 그런 것들을 잡는 거다!
“날래 가기오---그리고 쳐부수기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반부 이 시래소니들이 그 애비보다 날래고 강했다는 거. 더구나 그것들을 도와주는 게 있었다.
먼 뒤쪽 고공에 ‘전장 감시기’가 떠 있고, 또 그 앞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다른 것들. 아마 이글이 아닐까?
여기저기 중거리 미사일의 궤적이 보이고, 거기에 맞아 공중으로 사산되는 기체가 보인다. 그 틈을 타 쇄도해 오는 시래소니들! 기체가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으나, 그래도 보인다.
“각자 산개!”
모두가 다 공중 각개 격투전에 들어간다. 벌써 하늘은 불타고 있다. 난무하는 미사일. 불을 뿜으며 추락하는 기체, 그리고 하얀색 엔낙하산. 아무래도 자기네 공화국 비행사인 듯.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시래소니를 잡고,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미그 21(아래 쪽)과 타이거의 공중 배틀. 출처: digitalcombatsimulator.com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류철성 소좌, 그래서 기체를 기동 하며 전후좌우를 미친 듯 둘러보고 있다.
“어디 갔어?”
자기와 맞상대하던 시래소니 1대를 찾기 위해서다. 방금 전 선회기동을 하던 남반부 시래소니!
이 망할 남반부 간나 새끼 왜 안 보여? 잠깐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금 전엔 보였는데! 아톨 미사일을 발사하려다 열 대의 기체들이 섞여 기동 중이라 기관포로 바꿨다. 동체 아래의 상발 23밀리 기관포 팩! 그 사이에 사라진 거다. 그래서 기체를 미친 듯 기동하며, 동공을 최대한 확대시켜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 있냐구? 이 시래소니!”
몸에 부담이 온다. 격한 기동 때문이다. 이러다 블랙 아웃에 걸리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놈에게 꼬리를 잡혀 불붙는 기체에서 죽어가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러나 미그 21의 조종석 시야는 나쁘다. 너무 비좁아!
이어폰에서는 쌍소리, 비명소리, 격한 소리들이 연달아 들려온다. 그래서 류 소좌, 아들레날린에 의한 흥분은 점점 더 공포감으로 바뀐다. 이젝션 시트에 등을 받치고 있는데도 등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도대체 어디 갔는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아니면 등 뒤?"
“안 도겠다! 이탈하자!”
비행단에서 배운게 있다. 시래소니는 엔진 끝에서 연기가 안 나온다고. 이전의 작은 시래소니(프리덤 화이터)는 연기가 나왔다고 한다. 팬텀도 그랬다지 않던가? 베트남 전에서 월맹 비행사 동지들은 그 큰 엔진에서 내뱉는 연기를 보며 위치를 정확히 찾았다고!
그런데 정말 지금의 시래소니는 기체도 작은 데다, 비행 흔적이 없다. 류 소좌, 마음을 다져 먹는다. 그래, 영웅은 나중에 되자! 어쩔 수 없이 전장 상공 이탈! 엔진 추력 최대로 올린다! 일단 버너 온! 기름이 버텨 줄지 모르나 일단은 피하고 보자.
그때였다.
“파! 파! 파! 콰앙!”
기체에 돌연 격한 충격이 급습한다. 주체 못 할 충격이다. 몸이 심하게 젖혀지는데, 그러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왼쪽 날개가 불이 붙으며 떨어져 나가는 거.
'맙소사!'
동시에 기체가 회전을 한다. 격한 롤! 정신이 아뜩해진다. 그 순간 또 다른 총알이 뒤쪽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타이거가 쏜 M39A의 20밀리 탄이다.
좁은 미그 21의 조종석이 피 자국과 유리 조각, 파편 조각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류 소좌는 인지할 수 없다. 즉사했기 때문에.
*타이거와 미그 21, 위너와 루저, 승자와 패자. 출처: digitalcombatsimulator.com
미그 21의 공중전에 대해, 읽어본 게 있다. 기습 시에는 빠르고 민첩해, 효과적인 전투를 하는 게 미그 21이다. 또 치고 빠지는 데도 능하다. 그러나 일단 공중전에 들어 가 꽁무니를 잡히면, 미그 21의 최대 단점이 드러난다. 후방 시야가 매우 좋지 않은 것.
*인도 공군의 미그 21 ‘바이슨’이다. 그런데 뒤를 어떻게 보나? 출처: tehelka.com
뒤쪽이 안 보이는 거다. 그것은 전투 중인 파일럿에게 매우 불리한 일. 그리고 이때 적기를 시야에서 놓쳐 봐라. 다시 재빨리 적기의 면영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늦어지면, 멘탈 약한 파일럿은 공포감이 엄습한다. 그리고 기체를 이리저리 미친 듯 기동케 한다는 것이다. 시야가 나쁜 기체로 적기를 찾기 위해. 거의 이건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
그렇지 않겠는가? 인간의 DNA 속에는 원시 시대 이전부터, 뒤에서 몰래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공포가 있다. 상대를 해치울 때 뒤에서 습격하기 때문. 맹수들도 그렇지 않은가? 주로 뒤에서 다가가 습격한다.
일본의 유명한 만화 ‘고르고 13’에서도 자주 나오는 얘기. ‘고르고’는 뒤에 누가 있는 걸 가장 싫어하고, 맹렬한 적의를 품는다. 그리고 무조건 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출처: tistory.com
밤거리를 걷는 데, 뒤에서 누가 온다고 해봐라. 몹시 불안해진다. 그런데 지금 죽고 죽이는 공중전. 여차하면 미사일이나 기관포탄이 날아온다. 현대의 전투기들 최저 구경은 20밀리다. 그 정도라 해도 2발만 맞으면 데드라인이다.
미그 21의 최대 단점 2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항속거리의 부족, 둘째는 후방 시야의 조악(粗惡), 물론 전방과 좌우 시야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미그 21은 요격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제공 전투기 쪽이 아니다. 그러니까 단발의 인터셉터. 물론 도그 파이팅에도 소질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본업이 원래 인터셉터였다는 거다.
그런데 타이거는 아니다. 경량 소형이라도 훨씬 더 기동성 좋은 전폭기이면서, 도그파이터. 아니 도그파이터라는 건 알겠는데 전폭기까지? 폭탄 탑재량이 3.2톤이다. 그러면 손색없는 전폭기 아닌가? 그런데 이 시리즈의 주안점은 공.중.전.에서의 타이거다.
따라서 필자한테, 지금 공중전을 하러 출격하는데, 어느 걸 탈 건가 묻는다면. 당연히 타이거 쪽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조종석으로 올라 가, 2개의 제네럴 일렉트릭 J-85-21 엔진을 스타트 시킬 것이고.
“웨에에엥~” “웨에에엥~”
엔진 하나가 고장 나도, 살아 돌아오는 쌍발의 이점 또한 타이거의 장점 아닌가? 북한 미그 21의 경우, 그걸로 끝이지만...
*조심해 이글! 이 그림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레드 플랙에서 시래소니(타이거)가, F-15 이글을 거칠게 다루고 있다. 출처: digitalcombatsimulator.com
[최종 3부 끝]
*제공: @snaparker
F-5E와 미그기가 싸우면?
이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말레이시아 공군 때문이다. 그쪽의 사령관이던가? 사람이 한 말. 말레이시아는 F-5E 타이거의 오래된 사용국인데.
“타이거는 공중전에서, 걸핏하면 사라진다.”
이 얘기가 뭔가? 스텔스 전투기라도 된다는 건가? 스텔스가 별거인가? 보이지 않으면 스텔스다. 그리고 스텔스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기존의 스텔스 기처럼 절묘한 반사각으로 인해 레이더 파를 난반사하는 기체. 또 하나는 제한 스텔스로서, 기체가 작은, 다시 말해 소형 경량의 전투기. 작으면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게 나타나니까.
타이거가 그렇다. 공중전에서 작은 기체는 굉장한 어드벤티지를 가진다. 큰 기체는 50킬로 밖에서도 레이더에 나타나지만, 작은 기체는 25킬로에 가서야 겨우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러면 그게 제한된 스텔스 아닌가?
더구나 소형기는 공중전 중, 활발한 기동으로도 안 보일 때가 있다. 스텔스기는 일단 눈에 띄면, 다른 전투기와 똑같은데...
용인에 갔을 때, 그때 구름을 가르며 날아가는 전투기를 본 적이 있다. 타이거 2대의 편대 비행이었다. 고도가 상당히 높아, 워낙 작게 보였는데, 날개는 그렇고, 꼬리부터 기수까지의 동체는 가느다랗고 뾰족했다.
일본말이라 좀 그렇지만, 파일럿끼리 가끔 ‘와리바시’라 부르기도 한다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타이거야, 경기도 인근을 다니다 보면 종종 보는데, 그래도 그 ‘작고 날씬함’의 인상,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물론 엔진 분사구에서의 어떤 연기도 없었다. 타이거의 J-85-GE-21 엔진은, 초기의 프리덤 화이터와 달리, 연기가 일체 나오지 않게 개량했기 때문이다.
*구름속의 타이거. 출처: thaimilitaryandasianregion.com
그래서 그 넓은 하늘을 무대로 공중전을 펼칠 때, 잠깐 놓쳐 버리면, 빠른 시간 안에 찾기가 힘들것 같았다. 더구나 시야 나쁘기로 유명한 미그 21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말레이시아 공군에서 나온 말.
“타이거는 걸핏하면 사라져.”
그게 충분히 수긍이 가던 용인에서의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