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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에 맞는 스웨덴 XX-20

#58 스웨덴의 XX-20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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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ankinfo.ru



XX-20이라는 뜻이 뭔가? 20톤 대라는 의미다. 따라서 웬만큼 큰 트럭이면, 충분히 싣고 옮길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의 중량급 전차들처럼, 길 위에서 '카라랑! 카라랑!' 캐터필러를 돌려, 굴러가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 침공 시 전격작전 롬멜의 7사단을, 연합군에서 ‘고스트 디비젼’ 유령사단이라 불렀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빠른 움직임이다. 저쪽에 있어야 될 게 갑자기 이쪽에서 나타나니까. 아직 좀 있어야 되는데, 벌써 나타나니.



*프랑스로 진군한 롬멜의 제 7 유령 사단과 독일이 초기부터 사용한 걸작 체코 제 38t 전차, 오른쪽 캐터필러의 팬더, 그 위쪽 차체에 7 기갑 사단 마크가 보인다. 출처: qph.ec.quoracdn.net



XX-20을 장비한 부대도 얼추 유령 부대가 될 수 있다. 한반도 내에서 반나절이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북한 기갑부대 주력이 어느 쪽으로 내려온다. 그럼 신속히 그 곳으로 움직여 방어선을 친다.


강릉 동해안으로 적의 대규모 부대가 상륙했다! 경기도 주둔지에서 트럭 수 십대를 동원, 3~4시간 내 떡 하니 그 앞에 가 있을 수 있다. 

한국전 때 북한은 강릉 바로 밑에 그런 작전을 펼치지 않았나? 제법 규모 있는 부대를 상륙시켜 영동 쪽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갔다(그 때 상륙군 지휘관이 김 일성보다 몇 배 뛰어난 실전능력을 가졌다는, 그 유명한 ‘최 현’이다. 한국 전 후, 오랫동안 북한 인민 무력부장으로 인민군을 키운 인물, 그리고 '최 현' 아들이 지금 북한의 실세 ‘최 용해’다). 

그런데 XX-20은 빠른 이동만이 장점이 아니다. 120밀리의 강력한 주포가 있다. M-48 패튼은 90밀리, K-1은 105밀리인데, 무게가 반도 안 나가는 이 놈은 120밀리다.



하드 펀처에다 완전 자동!



그런데 또 완전 자동이다. 자동 발사, 자동 탄피 배출, 그리고 재 장전! 포탑 안 그 비좁은 곳에서 장전수가 무거운 120밀리 포탄을 낑낑거리며 랙에서 빼내, 포미에 집어넣을 필요 없이, 조준만 되면 그대로 발사한다.



*출처: radikal.ru



여기에 플러스 되는 건 연료비다. 국군의 타 전차들에 비해, 반 이하의 마력이니까. K-1 전차 1200마력, K-2 흑표 1500마력! 그러나 이 전차는 고작 600마력!


그런데 실전에선?


그렇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실전이 중요하다.



맞추기가 힘들다!



전면 폭로 면적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M-48 패튼보다 3분의 1 정도? 그리고 K 시리즈 라면 반(半) 정도?


이정도로 면적이 작아졌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 (캔슬된)요르단의 무인 포탑 팔콘 전차와 오른 쪽 치프틴(영국 제)을 비교해 보자. 포탑만으로 3분의 1이 되는 것 같다.



*출처: wp.com



차체는? 차체는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다.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게, 둘 다 요르단 육군의 치프틴 전차이기 때문이다. 노후화돼 가는 치프틴의 원래 포탑을 떼내고, 무인 포탑으로 바꿔 보자는게 팰콘 계획이었으니.


그러나 전차전에서 차체를 노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포탑을 노린다. 제2차 대전 시, 격파된 전차들 3분의 2 이상은 포탑에의 명중탄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보유한 T-34, 55나 T-62 등은 차체 장갑이 100밀리인데, 위쪽 포탑은 200밀리 이상이다.


차체에 포탄이 집중된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XX-20이 바로 그 부분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총격전에서 한 쪽은 서서 싸우는데, 한쪽은 엎드려 쏘는 케이스.



*요르단 육군의 무인 자동 포, 전차 팰콘. 출처: military-today.com



위의 팰콘을 보면, 자동포 옆 반원형 해치가 오픈된 상태인데, 이것까지 닫으면, 정말 맞추기 힘들 거 같다. 그러나 석유가 안 나와, 오일 달러 없는 요르단으로선 힘에 겨워 팰콘 계획을 중단시킨다. 

그래서 지금 세상에 이런 식 무인 포탑 전차는 한 종류도 없다. 요르단의 팰콘도 사라지고 xx-20도 사라졌기 때문에.



사라진 XX-20



이미 밝힌바 있듯 S-전차의 후계로, 스웨덴은 레오파드 2를 택했기 때문이다.



*출처: tanks-encyclopedia.com  



레오파드 2 선택! 그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는 일견 매우 타당한 결정이기도 했다. 신형 전차를 만들어 취역 시키려면, 설계에 들어가는 시간과 시범 전차 제작, 그리고 광범위한 테스트가 진행돼야 한다.


또 그게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고(Go)' 사인이 나왔다 해도, 프로토 타입에다가 수 만개의 부품 제조를 위해, 숱한 공장이 그 때부터 금형을 깍고 다듬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게 다 돈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전에서 진짜 좋은 전차라고, 증명된 건 아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사항은 완제품 도입이 아니고, 라이센스 생산이라는 점이다. 스웨덴 내 공장에다 일감을 주고, 전차 기술 개발 수준을 조금은 유지하게 하는 거니까.



*독일 제 표범, 터프하며 공격력 좋고, 고장도 드물다. 거기에 도입가도 싸고. 출처: blogspot.com



대(代)가 끊어진 스웨덴 국산 전차



어찌됐던 제 1차 대전 이후 전통이 있었던 스웨덴 국산 전차 개발의 맥은 끊겨버린다. 그래서 스웨덴에는 이런 얘기가 회자된다.


“정부와 군은 전차보다 전투기에 웨이트를 둔다.”


JAS-39 그리펜 이야기다. 더구나 그리펜은 많은 예산의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프로젝트 자체도 성공을 했고 수출도 잘 되지 않던가?


헝가리, 체코, 남아공에다 아시아 쪽의 태국, 그리고 최근엔 브라질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 프랑스 라팔을 물리치고 승리를 따냈으니까.



*체코 공군의 그리펜. 출처: wallpapers-best.com



브라질에서의 최종 승리가 확정될 때(이거 무지 치열했다), 전투기 설계자들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반면 전차 설계자들은... 조국의 승리에 만족해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좀 서운해 하지 않았을까?



설계자의 회상



XX-20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설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해, 기술적 문제는 일체 없었다. 남들이 볼 때 트러블이 많을 것 같으나 모두 클리어 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방향 바꾸기.


“왜냐하면 차체가 2개라 길이가 길다. 따라서 방향 전환에 좀 늦는 부분이 있다. 헌데 우린 그것도 보기 좋게 해결했다.”


“강아지가 오줌 누는 방식 비슷하게다.”


강아지 오줌 누듯? 

“한 쪽 캐터필러를 돌리면서, 다른 쪽 캐터필러는 조금 들어 올린다. 그러니까 강아지가 한 쪽 발을 들어 올리는 식이다. 당연히 방향 바꾸기는 해결됐다."


그러나 안 되는 게 있으니 그것은 예산.



한국하고는 연(緣)이 있었을까?



문제는 우리나라와의 관계다. 이 시리즈가 차기 전차 운운하며 시작을 했으니. 필자가 바로 그 XX-20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 기발함과 기술적 성취도에 대해 놀랐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기 대문이다.


“우리 군과 우리 지형에 딱 어울려!”


물론 지극히 개인적 기호, 개인적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한미 기갑부대 내에 중량급 MBT만 있다는 약간의 걱정 아닌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전차들은 우리보다 10톤에서 15톤 정도가 덜 나간다. 더구나 숫자도 많다. 국방백서 같은 델 보면 북한의 전차 수량은 언제나 우리를 압도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북한의 침공 루트에 따라 재빠른 이동과 배치가 쉬운 경량 급 전차가 필요하고, 또 하나는 그 많은 숫자를 감당해야 할 새로운 타입이 있어야 된다는 거다.


수량에는 수량으로 맞서면서, 저들 기갑부대에게 매우 많은 출혈을 강요하는 또 타입.


그것은 바로 탱크 디스트로이어(Tank Destrier)!


가벼우면서 펀치력 있는 전차의 천적!



전문적인 전차 사냥꾼이 없다!



물론 중량급의 MBT도 필요하다. 그러나 탱크 디스트로이어도 필요한 게 우리 한반도 전역(戰域)이 아닐가? MBT 1대 값이면 3대에서 4대 정도 장비할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탱크 디스트로이어Tank Destrier). 2차 대전 시의 독일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독일의 판저 야가(전차 사냥), 38t 말더(Marder) 3. 출처: deviantart.net



방어력에 있어선 MBT와 비교가 안 되나, 그 대신 작고 가벼워 기동에서 경쾌하고, 펀치력은 MBT와 동등의 전차 사냥꾼. 더구나 독일에서 5호 전차 판테르나 6호 전차 티게르(타이거) 1대 만들 돈이면, 이건 여러 대를 만들 수 있었다.


판테르가 45톤 전후이고, 티게르가 거의 60톤에 가까운 데 비해, 전차 사냥꾼들은 10톤 약간 플러스!



*최후까지 생산된 독일의 전차 사냥꾼 '햇져(Hetzer, 도발자, 선동자)' 매우 작지만 주포는 강력했다.



수량에 있어 국군을 능가한다는 북한 기갑 세력에, 만약 우리 군이 이런 탱크 디스트로이어를 보유하게 된다면, 훨씬 적은 예산을 들여, 북한군에게 막대한 출혈을 강요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탱크 디스트로이어는 XX-20! 스웨덴의 그 20톤 클래스의 120밀리 하드 펀치 전차 말이다.



스웨덴의 BV 206을 5백 대 쓰는 한국군



*출처: military-vehicle-photos.com



이미 우리 군은 2000년대 초반, 스웨덴 제 다용도 관절차를 대량 채택한 사실이 있다. 기아 자동차에서 무려 5백여대를 라이센스 생산, 지금도 육군에서 사용 중인 다 목적 관절차가 있다. 스웨덴 하그룬드(Hagglund)사의 BV 206. 



그리고 이 관절차는 K532, K534 등의 이름으로 4.2인치 박격포, 또는 통신 장비, 또는 전자 장비 탑재차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궤도 형 다목적 차량이다.



*출처: pinimg.com



2000년 초 라이센스 생산이 이뤄져 부대 배치를 시작했는데, 만약 스웨덴이 XX-20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채용 했다면, 우리 군이 BV 206에 대해 스웨덴과 도입 상담 할 때, 아마 XX-20은 신형의 전차로서 그들 기갑부대에서 운용되던 그런 시기였을 것이다. 그럼 분명 우리 군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성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허나 국군 기갑 부대의 기동력 좋은 어시트 전차로서의 XX-20, 그리고 탱크 디스트로이어로서의 XX-20, 그런 것들은 필자만의 생각이고, 바람일 뿐이다.


XX-20이 실제로 스웨덴 군에 채용됐다 해도, 우리 군이 그 전차의 도입을 검토해 본다는 건 아무래도 난망(難望)에 가까울 게 틀림없다. 일종의 경전차나 탱크 디스트로이어 같은 전차 운용은 우리 군의 교리에 없고, 또 탱크라는 이름이 붙는 무기 수준이면, 아무래도 미국제가 우선 고려 사항일 테니까.


결정적인 건 또 XX-20이 일찌감치 캔슬 돼, 지금 스웨덴 전차 박물관 한 켠에서 옛 일을 회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우리 군에서의 관심... 뭐 이런 것도 if, 만약에, 라는 사항에 속하는 이야기다.


그때 스웨덴 군에서 프로젝트를 계속하게 해, 진짜로 전력화 시켰다면... 이런 식의 if, 따라서 현실로 돌아 가 얘기하면 우리 군이 BV-206을 들여오고자 할 때, XX-20은 이미 존재하지 않은 전차였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테스트에 쓰던 1대가 스웨덴 전차 박물관에 보내졌고, 그 안에 들어 가 있었을 때니까.



*출처: gotavapen.se



그것도 또 매우 구석진 곳에 들어 가 있다. 정말로 놀라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전투 시스템으로 구체화 시킨 전무후무의 관절 전차인데도...


요즘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관람객들이 그 앞을 지나가며 하는 말들을.


“저건 무슨 탱크지?”


“몰라.”


“첨 보는데...”



커피 테이블 토크



하루 종일 잔 비가 오락가락 하던 저녁, 진짜 이거 동남아 쪽 아열대 처럼되어 가나? 아니면 장마를 우기(雨期)라 해야 돼? 이런 날씨를 창밖으로 보며, 노르웨이 사람들의 속담 비슷한 걸 생각합니다.



*출처: jezblog.com



노르웨이 서쪽으로는 위도가 매우 높은데도, 해류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답다. 그래서 그쪽 사람들한텐 이런 얘기가 있다죠.


“나쁜 옷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 

그래 그런가? 산의 나무와 풀잎들이 좋아 죽으려 하는 거 같습니다.


“으아~ 세상이 풍(豊)져~.” “날씨가 왜 이리 좋은 거냐고?”


그런 눅눅한 날씨를 창밖으로 보며, 이제 XX-20을 마칠까 합니다. 한 회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4회까지 왔네요. 그리고 다음엔 번외 편까지! 미리 예고했지만 쓸 기회가 없었던 S-전차 때문입니다.


“도대체 S-전차의 S가 뭔데?”


일반적 밀리터리가 아닌, 매니아 지향 글이라, 관심이 좀 적을 듯해도, 이미 얘기한 부분이고, 또 겸사겸사 몇몇 나라의 전차 명명법도 아는 한도 내에 쓸까 합니다. 그럼 마이너 전차인 XX-20을 지금까지 읽어주신데 대해 감사드리며, 이만.



*Remarkable S-TANK. S is Swedish? or Special? 출처: 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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