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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비 Sep 10. 2024

스터디 카페 키보드 소음, 제가 예민한 걸까요?

종종 가는 스터디 카페가 있습니다. 스터디 카페에서 저는 강의도 듣고, 글도 써요. 수험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허용이 되는 공간을 이용합니다. 스터디 카페를 사용하며 좋은 점은 구획이 어느 정도 나뉘어 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과 집중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지요. 제가 소음을 낼까 싶어 '책장 넘기는 소리를 주의해 달라.'는 요청 사항까지 적혀 있는 곳에는 잘 앉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오전에 시간이 생긴 날이었어요. 글을 쓰는 것을 나의 정체성으로 삼았는데, 글을 쓴 지가 너무 오래라 시간이 난 김에 글을 좀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스터디 카페로 향했습니다. 노트북으로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따라 이어폰은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냥 스터디 카페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 걸, 제가 치는 키보드 소리 외에 옆에서 누가 달려오듯이 누르는 키보드 소리가 들립니다. 생각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서 200km로 달려오는 글 소리가 들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글을 쓰다가 자꾸 생각이 끊기고 뭘 쓰려고 했더라 하고 타이밍이 끊기는 일이 생기네요. 


언제부턴가 도서관에도 키스킨을 사용해 달라는 문구가 붙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그 글을 보지 못했을 때는 저도 생각 없이 도서관 자리에 앉아서도 집중해서 글을 쓰곤 했는데, 그 글을 본 순간부터 이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줬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다음부터는 키스킨을 챙겨서 다니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스터디 카페에서도 키스킨을 써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소지한 후로부터는 키보드에 붙어 있으니 안 들고 다니게 된 적은 없지만, 키스킨을 써도 어떤 때는 글을 쓰느라 다닥다닥거리면 혹시 주변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있는 걸 보고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옆에서 키보드 소리가 하도 달그락거려서, 참다가 조심스레 펜을 들었습니다. 혹시 불편하게 느낄까 싶어서 조심스레 고민하며 쪽지 문구를 적어 내려 갔죠. 


'키스킨이 있으신가요?

혹시 있다면 사용 부탁 드립니다 ^^'


없으면 어쩔 수 없죠. 그럼 내가 그냥 쓰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생각하면서 보낸 글이긴 해요. 키스킨을 가지고 다니라는 글을 여기저기서 많이 본 터라 저보다 젊은 대학생 친구로 보이는 그들의 문화 안에서는 이미 보편적이겠지라고 지레 짐작한 것도 있어요. 


처음에는 키스킨이 없다며 찾아와서 답을 하더라고요. 알겠다며 그냥 웃어 보냈는데, 잠시 후 그 친구가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기요. 제가 기분이 나쁘거든요. 저도 인터넷에 찾아봤는데요. 어떤 사람은 배려라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데, 본인이 좀 예민하시네요."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모습에 기분이 좀 나빴나 보다 싶었습니다. 뭐, 자기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싶은데 화가 가라앉지 않는지 갈 생각이 없이 저에게 계속 따지네요. 


"그쪽이 무슨 준비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바쁜 시간 쪼개서 임용 공부하는 거거든요. 저한테 신경 쓰이게 왜 이러세요?" 


사실 저는 그 친구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갰다니 절실한 마음인가봐요. 오죽하면... 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본인의 시간 뿐 아니라 나의 시간도 소중한 데 갈 생각 없이 소리를 내며 따지니 또 다른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어요. 약간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눈에 힘을 주며 부릅뜨고 노려보네요. 오랜만에 보는 눈싸움 현장, 굳이 참여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거예요. 많이 화가 나셨나 본데, 저는 혹시 키스킨이 있다면 사용해 달라는 말을 한 것뿐이에요. 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는 데 배려 없이 이렇게 하지 말고 소리 좀 낮추세요."

"저보고 배려가 없다고요? 그럼 따라 나오세요!"


말꼬리 잡는 말싸움에 휘말려 굳이 따라나가서까지 시간 뺏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만하시지요.'라고 했지만 갈 생각이 없는 사람 같아 보였어요. 굳이 화풀이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제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 나와서 게시판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키스킨에 대한 안내는 없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안내 사항이 있다면 서로 불편함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관리자에게 요청을 했어요. 관리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운영상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키스킨에 대한 안내를 본 곳이 있어서, 여기도 그렇게 사용을 하는 공공장소라고 여긴 점,

그리고 젊은 친구라 서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매너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거라고 기대했던 점에 저의 착오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불편함이 있으면 관리자를 통해서 전달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관리자 분이 이야기하신 내용이기도 하고요. 사람에 따라서 주의를 기울인 쪽지도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임용 본다는 그 친구... 무슨 임용인지는 모르지만 혹여 선생님이라면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에 도전하는 듯합니다. 저의 견해지만 피해 의식으로 뭉친 눈빛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일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솔직하고 개인적인 심정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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