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키 Jun 22. 2020

우리 아이 학교 처음 갈 땐 나도 ‘고혜란’ 되어 볼까

[최PD의 일상 누리기]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연재


봄은 홈쇼핑 매출의 보릿고개다. 명절 대목도 아니고, 추워서 롱패딩을 사지 않곤 못 배기는 겨울도 아니기 때문. 그러나 매출부진 속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있다. 바로 홍삼이다. 그중 어린이, 청소년 타깃 라인이 인기다. 새 학기가 되어 새 학급, 학업에 적응해야 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긴장하는 새 학기

그런데, 긴장하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3, 4월 패션 카테고리에서 반짝 '정장류'들이 인기몰이를 하는데 40대 고객이 주를 이룬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아무래도 신학기 학부모 모임 등 갈 곳 많아진 엄마들이 격식 있는 옷을 찾다 보니 그런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입을 옷이 왜 없겠느냐만, 긴 방학 동안 아이와의 씨름을 끝내고 개학과 함께 이제야 한숨 돌린 육아맘들에게는 오랜만에 남들 앞에 나서는 자리 자체가 신경 쓰이는 일일 테다.

나에게도 새 학기의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봄. 나도 엄마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학부모 총회 전날. 늦게까지 부산스럽게 이 옷 저 옷을 대보던 엄마가 다음 날 평소에 하지 않던 과한 화장을 하고 학교에 찾아와선 선생님에게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지금은 때리면 큰일 나겠지만…)고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엄마의 뜻밖의 언사에 적잖이 놀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엄마도 분명 긴장했던 것 같다. 아이를 맡긴 입장에서 때로는 아이의 변호를, 때로는 아쉬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엄마들. 어쩌면 엄마들에게 학교에 갈 옷을 골라 입는 것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어 줄 갑옷을 고르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여자인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의 엄마로서 옷을 골라 입는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육아는커녕 결혼도 해보지 않은 나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평소에 잘 입지 않던 정장을 입고 와선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고 말하던 엄마가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이번 봄에는 나도 셋업슈트로 ‘시크하고 편하게’

봄에 옷 고르기란 쉽지 않다. 평소에 많이 입지 않는 화사한 컬러와 환한 톤의 옷이 많을 뿐 아니라 소재감도 얇고 제각각이라 평소 입던 옷과 쉽게 코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 상의, 하의, 이너 등 단독 아이템들로 하나씩 구색을 맞추려다 보면 생각보다 큰 돈이 후루룩 나가고 만다.

이럴 땐 블라우스와 팬츠, 그리고 재킷 또는 베스트가 세트로 구성된 셋업슈트(Set-up suit)를 활용해 보면 좋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고혜란 앵커로 분한 김남주가 시크하게 소화해 냈던 그 옷이 바로 셋업슈트다. 셋업슈트는 비슷한 톤앤매너는 유지하면서 소재나 디테일이 조금씩 다른 아이템을 선택 슈트로 짝지어 입는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정장 느낌이 덜하고 다른 옷과 조합해 입기에도 편하다.

홈쇼핑에서도 이런 셋업슈트류가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흥행에 힘입어 셋업슈트는 시도해 보기 어려운 아이템에서, TV 속 여주인공처럼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해 보고 싶은 고객들의 잇템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봄 시즌이 짧아지면서 봄 의류를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구입하길 원하는 구매심리 역시도 단벌 옷보다 풀코디와 개별 활용이 가능한 세트 상품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봄은 새 출발이 많은 계절이다. 학부모 모임은 물론 결혼식도 잦다. 격식도 갖추면서 활용도 좋은 옷을 찾는다면, 올봄은 셋업슈트 세트로 똑똑하고 알뜰하게 해결해 보면 어떨까?






최누리 PD | yorewri@gmail.com

홈쇼핑 패션PD. 홈&쇼핑에서 옷, 가방, 보석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온갖 것을 팔고 있다. 주변에선 '쏘다니고 쇼핑 좋아하는 너에게 천직'이라 하지만, 본인은 '작가'라는 조금은 느슨한 정체성을 더 좋아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독립잡지와 SNS 플랫폼에 구태여 자유기고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길(吉) 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