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2005)
친구 웨딩사진을 보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포토샵으로
내 얼굴만 넣으면
내 웨딩사진과
다를 게 없겠군.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요?
각자 다양한 꿈, 고민을 안고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살짝만 떨어져서 보면 이게 내 인생인지 누구인생인지 모를 만큼 비슷한 모양으로 살고 있는 거죠. 씁쓸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즌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 인생 미드는 오피스입니다.
(제가 처음 미드에 빠지게 된 건 한국드라마에 비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맛 때문이었답니다. 그런 제가 사람 하나 죽지 않는 이 심심해보이는 미드를 베스트로 꼽는 게 참 이상한데요. 미드 오피스는 등장인물 중 누구처럼도 되고 싶지 않은 드라마인 동시에 등장인물 모두를 사랑하게 되는 드라마이자 평범한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드라마예요.)
어릴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특별한 삶을 살 줄 알았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어른들처럼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저는 남들과 비슷비슷한 웨딩사진을 찍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조연으로 여겼던 수많은 어른들처럼요. 다만 어릴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삶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사실, 미드 오피스 덕분에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뼈저리게 ‘공감’된다는 것!
마음 속에 작은 꿈이 있지만 그게 진짜 꿈인지, 아니면 평범하게 내 인생을 마무리하기 싫은 반항심인지 구분하지 못 한 채 현실에 타협한 청춘들(짐,팸,라이언,앤디) 배경처럼 조용하고 타성에 젖어있지만 나름의 삶의 지혜로 그저 고요하게 남은 직장생활을 마치려 하는 시니어들(스탠리, 필리스, 크리드, 케빈, 안젤라) 밖에선 외로운 괴짜일 뿐이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또라이(?)들 (마이클, 드와이트)
어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들과 닮은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처럼 디테일한 묘사로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때문에 이들의 희노애락은 평범한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어요. 오래된 연인과 시시한 연애를 이어나가다가 동료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꿈을 찾아 방황하다가 결국 좌절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해요.
능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상사가 승진을 하고 맛있는 걸 먹는 게 회사생활의 유일한 낙이 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인물의 영광의 순간 혹은 시궁창에 처박힌 순간만을 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그렇게도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요.
오피스에는 완벽한 주연도 조연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비중있는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이 ‘주조연’에 가깝습니다. 시즌을 거듭할 수록 캐릭터 하나하나의 색깔이 더 선명해집니다.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을 서포트해주거나 이야기의 양념이 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아요. 모두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평범하지만 동화같은(그리고 웃긴)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마치 오피스의 한 쪽에는 내 자리도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나도 저들처럼 꽤나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위안을 받게 됩니다. 주인공들이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든달까요. (인생의 저점이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특히 그 위로가 약이 되었어요. )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인생은 짧다고?
False!
삶은
우리가 하는 일 중
가장 긴 거야.
길고 얇은 흔하고도 평범한 우리의 인생도 시시하거나 비중이 없지 않아요.
오피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인생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오피스, 지금 보러 갈까요?
가전주부
유튜버
인생은 장비발. IT, Tech, Lifestyle creator 입니다.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 리뷰어를 꿈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