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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Sep 09. 2019

셀프위키: 윤가은 감독

"안녕하세요, 윤가은입니다"

소개

윤가은(1982년 2월 15일 ~ )은 대한민국의 영화 감독이다. 키는 160.3 (160보다는 크다는 점을 강조). 서울 출신이다.


비디오 가게

중학교 1학년 때 중고 비디오 플레이어가 생긴 것을 계기로 비디오를 빌려 보기 시작했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도장 깨기 하듯 한 줄 한 줄 진열장을 정복했다. 물론 나이 때문에 전체 관람가와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만을 골라봤는데, 그 당시는 영화에 대한 가이드도 잘 없고 무슨 영화가 어떻게 있는지 모르니까 그냥 볼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본 것. 특히 어린이들이 나오는 성장 영화, 가족 영화 등이 많이 나오던 시기라 그런 작품들을 많이 빌렸다. 방학 때는 아침부터 비디오 가게가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9시가 되면 주인아주머니와 같이 들어갈 정도.


하이텔 영퀴방

동생이 컴퓨터를 잘 다루고 컴퓨터 관련 신문물을 빨리 접할 수 있는 집안 환경 탓에 중학교 때부터 PC통신을 접하게 되었다. 채팅 문화가 처음 들어왔을 때인데, 영화를 많이 봤으니 영화 관련 퀴즈를 푸는 데가 궁금해서 ‘영퀴방’에 들어갔다. 영퀴방 구성원 연령이 대학생 혹은 그 이상이 다수인 방이라 언니, 오빠들의 대화를 훔쳐보면서 눈팅했다. 퀴즈를 많이 맞추는 편은 아니었다. 하이텔 아이디에는 ‘FBI’가 들어간다. (당시 인기였던 엑스파일을 좋아해 짓게 된 이름) 


중3 겨울 방학 때는 처음으로 정모도 나갔다. 중학생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었는데, 어머님이 정모 장소까지 직접 데려다주셨다. 그땐 이미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혀놓은 상태여서 어머님은 그저 학구적인 행사 정모 학회 정도로 인식하셨는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얘기하는 걸 옆에서 엿듣고, 극장 영화뿐 아니라 개봉하지 않은 영화, 영화제 영화 등을 경험했던 게 지금 감독이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고딩 시절: 디카의 추억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장르 편식 없이, 지금보다 더 대중적인 색깔의 영화들을 다작으로 흡수하는 데에 매진했다. 더불어, 영퀴 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서 언니, 오빠들로부터 예술 영화에 관한 견식도 어깨너머로 쌓았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나오는 예술 영화들을 재밌게 봤다. 그중 하나가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인데, 우연히 영화 잡지 <키노>에 실린 영화의 스틸 사진을 보고 매료되어서 당시 상영관이 있던 대학로에 가서 관람을 했고 영화가 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그 자리에서 연속으로 3번을 봤다. 아이들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분위기로 영화를 잘 연출해낸 것에 감탄했다. 


영퀴방 활동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해 ‘디카’로 지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보급되기 전에 지은 이름인데 나중엔 카메라 좋아하냐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곤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땐 학교 과제로 박경리의 <토지>를 친구의 비디오카메라로 담았다. <토지>니까 옛것을 살려 어떻게 하면 미장센을 그 시절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찍었다. 처음 카메라도 잡고 연출 아닌 연출을 한 것이다. 편집 룰도 모르고 180도 룰도 모르지만 정말 재밌게 찍었고 본인도 출연했다. 반에서 상영을 했는데 나름 진지하게 연기한 부분에서도 아이들은 빵 터지며 너무 좋아했고 결국 반마다 돌려보게 되었다. 지금 그 비디오는 행방불명, 선생님도 모른단다. 


‘영화감독 중 인문대 출신이 많다’는 영퀴방 언니, 오빠들의 조언과, 지극히 평범한 자신이 영화과를 가기엔 장래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서강대 사학과로 진학했다.

20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2000년대 초 작품들을 보며 본인은 그럴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 항상 의심했다. 본인이 쓰는 이야기는 카리스마 없고 평범한, 그저 재미없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20대 중후반에는 그로 인한 좌절감에 1년간 영화를 보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힘들어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 정도 걷고 온 적도 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힘을 얻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그 감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선이나 표현하는 가치들이 새롭고 좋았다. “아, 저런 영화가 존재할 수 있다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어떤 걸 찾아서 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이후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을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28세 때, 마지막으로 본인의 자질을 확인해 보고자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독립 극영화 제작 강좌에 등록했고, 부지영 감독을 첫 영화 선생님으로 만났다. 그 이후로 한편만 더, 한편만 더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예술전문사에서 공부했다.


작업 스타일

시나리오 쓸 때는 정해진 시간 동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일어나서 아침 먹고 글 쓰고, 점심 먹고 산책 한번 하고 다시 글 쓰고, 해지면 최대한 쉬려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많이 노력 한다. <우리들> 작업 당시에는 직원들 눈치 덜 보이는 큰 프랜차이즈 카페 위주로 메뚜기 뛰며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지금은 집에서 글 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작업 시에는 귀를 통과하는 느낌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편한 선율 속에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는 바흐나 슈만의 피아노 곡을 좋아한다.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환기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강제로 자신을 작업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예능을 많이 본다. 유튜브도 많이 보는데, SNL 스케치 클립을 보다 보면 짧은 코미디가 영화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침형 인간인 덕에 아이들과 생체 리듬이 맞다. 작품에 아역배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근무환경을 중시해서 최대한 배려하려 애쓴다. <우리들>을 찍으며 배운 부분들을 <우리집>에서 고수하기 위해 수칙을 글로 적어 스태프들과 공유했다.


어린이 배우들을 칭찬할 때는 외적인 부분보다는 배우로서의 태도와 집중력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춰주세요. / 어린이 배우들이 촬영장에서(대기 시간과 셋업 시간 포함)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어린이 배우들이 하루 10시간 정도의 촬영 시간만큼은 오직 촬영 자체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시나리오를 다 쓰긴 하지만 아역 배우들에게는 대략적인 상황을 던져주고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찰한다. 대본을 정확하게 주면 아이들이 텍스트에 매몰되어 고정된 이후에는 디렉션을 바꾸기 어려웠다. 아이들에게 장면을 말로 설명해주거나, 정말 급한 경우엔 전날 쪽대본으로 줬다. 각자 자신의 민감함으로 대사를 받아들이거나 대사를 바꾸어 나갔고 그래서 더 좋아진 부분이 많다.


롤 모델

20대부터 ‘티나 페이’를 좋아했다. <SNL:Weekend Update>로 알게 되었는데 배우로서, 작가로서, 연출가로서도 꾸준히 주제의식을 가지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보통 인터뷰를 하다 보면 영화 관련 인물들만 말하게 되는데, 사실 ‘웃기는 여자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티나 페이, 에이미 포엘러, 마야 루돌프, 크리스틴 위그 등을 좋아하며 송은이, 김숙을 매우 사랑한다. 지금도 열심히 챙겨본다.

<우리들>

2016년 6월 16일 개봉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전작인 단편영화 <콩나물>에 이은 두 번째 초청.


평론가와 관객들 모두에게서 평이 좋은 편.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 영화를 본 아이들은 열린 결말에 익숙하지 않아 ‘뭐야 영화 끝난 거야?’란 반응을 좀 한다. 그래도 ‘내 얘기를 영화에서 보니 신기하다.’ 등 좋았다, 슬펐다는 좋은 반응도 많다.


주인공 선이의 손톱 이 시간이 지나며 변하는 것도 흥미로운 연출.


<우리집>

2019년 8월 22일 개봉. 집안 문제,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에 대한 영화.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을 삶의 주체, 혹은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잘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사실 아이들은 가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소화하려고 열심히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우리들>의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든 영화. 게다가 <우리들>에 나왔던 출연진이 보다 행복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와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다. 자세히 보면 모두 팔찌를 차고 있다.


트리비아 

- 물고기는 먹지만 뭍 고기는 안 먹는 페스코 형 채식주의자. 한의원의 고기랑 밀가루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따르는 것으로 실제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 빵을 좋아해서 밀가루는 포기하지 못했다.


- 학창 시절 습작으로 쓴 시나리오들은 플로피디스크에 보관되어있다. 현재는 열어 볼 방법이 없다.


- 최근 왓챠를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왓챠에는 보고싶었던 좋은 영화들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필모그래피

우리집 (2019)

우리들 (2016)

콩나물 (2013)

손님 (2011)

사루비아의 맛 (2009)


배우

은하해방전선 / 자원활동가 역 (윤성호, 2007)


스크립터

찌라시 : 위험한 소문 (김광식, 2013)


수상 경력

2011년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SIYFF비전상

2011년 제5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대단한 감독상

2012년 제34회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특별언급

2014년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부문 K플러스 수정곰상

2016년 제25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2016년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2016년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10대 영화상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2016년 제17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2017년 제4회 들꽃영화상 대상

2017년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외 다수



* 이 글은 왓챠가 작성하고 윤가은 감독이 검수했습니다.



셀프위키, 영상으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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