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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Sep 11. 2019

뮤지컬 그 이상,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마스크 오브 조로, 다크나이트, 폭풍 속으로


오페라의 유령 (2004)

여자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점점 고음으로 치달으며 영혼마저 빼앗길 듯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듣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그는 여자의 눈에 뜨이길 원치 않는다. 남자는 은밀한 시간,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경로로 여자를 찾아와 노래를 가르치고 여자를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여자의 이름은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마음에 품고 온 마음을 기대어버린 남자는 팬텀. 그러나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일 수 없어 남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그림자로 존재를 가린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마스크는 욕망과 환멸과 질투를 감추고 음악의 천사와 유령 사이의 어느 곳을 떠도는 팬텀의 얼굴이다.


마스크 오브 조로 (1998)

깜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뜨고 검을 겨누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아름답다. 씩씩하고 강인한 아름다움이다. 엘리나는 지금 낯선 남자와 서로 검을 겨누고 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이 곳, 아무나 들어와서는 안 되는 이 곳에 이 남자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 걸까. 


남자의 얼굴은 검은 마스크로 덮여 있고 온 몸은 검은 모자와 검은 옷, 검은 망토로 둘려져 있다. 마스크 사이로 엿보이는 남자의 눈은 강렬하다. 그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한 정의로움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짧은 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호감을 읽어내고 그 짧은 만남은 두 사람의 운명을 엮어 버린다. 


‘조로’라 불린 영웅 돈 디에고의 딸 엘리나와 새로운 ‘조로’인 알렉산드로는 그렇게 얇은 마스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의 마스크는 두 사람을 묶어버리는 운명이 된다.


다크나이트 (2008)

불안하고 불온한 도시 고담. 그 곳의 밤하늘에 박쥐 문양이 뜬다. 누군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곧 멀리서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검은 박쥐의 마스크를 쓴 영웅이 나타나 누군가를 구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의 이름은 배트맨. 아니, 그의 이름은 브루스 웨인. 범죄가 들끓는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넣은 그는 밤마다 박쥐로 변해 도시를 누빈다. 고담시에 만연한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놀랄 만큼 악랄한 악당들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배트맨은 밤마다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마스크는 그렇게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을 의롭지만 고독한 히어로 배트맨으로 만들어 버린다. 


폭풍 속으로 (1991)

은행에 강도가 든다. 순식간에 돈을 쥐고 사라진 이들. 경찰은 이들의 행적을 좇지만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그들의 인상착의를 알 수 없다. 그들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얼굴을 본 딴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FBI 수사관 조니는 이 은행강도들을 추적해 나가다가 몇 가지 단서로 그들이 서퍼라는 것을 알아낸다. 서퍼 그룹 중 보디가 이끄는 팀과 친해진 조니는 점차 보디의 매력에 빠져들고 삶의 일부를 나눌 친구가 되는데 보디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조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50년 만에 찾아온다는 태풍을 기다려 보디는 자신을 기다리는 조니 곁에 나타나고 조니는마지막 서핑을 하게 해달라는 보디의 부탁을 들어준다. 아마 조니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보디가 폭풍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조니는 보디의 청을 들어 준다. 아마도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것으로 그의 얼굴을 덮고 있던 마스크가 벗겨지기를 바란 것이 아닐까. 


영화 <폭풍 속으로>의 마스크는 아나키스트의 모습을 벗고 절친한 벗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조니의 마음을 떼어내는 냉정한 손길과도 같다.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마스크는
어떤 것일까?



자, 지금 보러 갈까요?


신지혜 / CBS 아나운서


<영화와 오브제>는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려 합니다.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작고 맑은 감상을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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