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헤어진 이별노래들을 종종 듣는다.
발라드는 주로 이 소재로 노래를 만드는 것 같다.
주로 댄스음악을 듣지만, 우연히 가사가 꽂히는 곡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권진아의 "운이 좋았지"이다.
이 곡은 엄마와 마지막으로 멀리 여행을 갔던, 제주도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들었던 노래이다.
이 노래의 주인공이 엄마가 될 거라고는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다.
나는 운이 좋았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어려운 이별을 한다는데
나는 운이 좋았지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던 사랑을 했으니까
엄마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쉬웠던 것 같다. 너무 짧았고, 순식간이었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엄마, 아침 운동을 마치고 엄마의 후광을 본게 채 일년이 지나지 않아 엄마를 잃었다. 태어나서부터 너무도 사랑했던, 항상 함께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존재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게 너무 쉬운것 같아서, 울음이 한없이 났다.
오늘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엄마가 없다는게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엄마가 이 땅에 없다는게 너무도 슬프게 다가왔다.
장례식장에서 "이제 엄마가 없어" 라며 친한 친구를 향해 울면서 말했다. 엄마가 없다는게 채 실감나지 않는데, 그냥 머리에서 깨닫는 말을 입에서 되뇌었다. 그리고 그 말이 너무도 슬펐다. 그냥 엄마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난 고아가 된 느낌이 들었다. 어렵지 않은 헤어짐이라니, 죽음이 갈라놓는 이별인데, 생각보다 끝나는게 너무도 쉽다니... 허망하고, 허망했다.
제주도 여행은 엄마에게도 인상 깊었나보다. 마지막이 다달았을 때 나와 함께면 제주도 같다는 말이 꼭 여행을 온 느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수국도 구경하고, 폭포도 찾아가고, 일일투어도 하고, 수영도 하고, 그리고 명상도 했다. 엄마와 건강했을 때 그래도 함께 여행을 갔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에는 왜 멀리 가지 않았을까 자책도 하고, 왜 여러번 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지만, 한 번이라도 찐하게 다녀왔다는거에 너무나 감사하게 되었다. 추억이 생겼으니까.
생각해보면, 난 항상 바빴다. 엄마가 여름 휴가 여행 가자고 해도, 대학교 공부에, 공인중개사 시험있다는 핑계로 몸은 갔지만, 머리는 다른데 가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하나도 모르고 있는 과거의 나에게 뭐라고 하고 싶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마지막 제주도 여행은 나 스스로도 많이 즐겼던 것 같아서, 엄마와 시간을 충분히 보냈던 것 같아서 마음이 꽉 찬다.
내게 불었던 바람들 중에
너는 가장 큰 폭풍이었기에
그 많던 비바람과
다가올 눈보라도
이제는 봄바람이 됐으니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나는 운이 좋았지
넌 내게 전부였지
엄마, 살아계실 땐 몰랐는데,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시니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정말 크신 사랑이었구나, 엄마가 준 따뜻함이 아직도 느껴지는데....
돌아가시기 4일전쯤(그때는 몰랐겠지만),
아파하시는 엄마를 두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엄마를 놓아드려야겠구나. 절대로 봄이 되기 전에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너무 아파하시니까,
엄마 편할 때 이 땅을 떠나도 괜찮다고, 아프지만 붙잡지 않겠다고
울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도 거의
마지막까지 우리 딸 보고 싶다며 얼굴을 만져주시던 엄마.
엄마와의 이별이 생각해보면, 너무 쉬워서 마음이 더 아프다.
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