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당구장에 가는 남편의 실력이 제자리인 이유

by 작은물방울

우리 남편은 정말이지 365일 중 363일을 당구장에 간다.(지금도 당구장에 있는 시간이다.) 이틀은 설날과 추석, 그날만 당구장이 쉰다.


처음엔 그게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매일 갈 수 있지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궁금해졌다. 저렇게 꾸준히 하는데, 왜 실력은 그대로일까.


하루는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왜 오빠는 계속 20점이야?”


조금은 장난스럽게, 조금은 진지하게 던진 질문이었다. 당구에서 20점은 조금 칠 줄 아는 단계다. 공은 맞추고 게임은 할 수 있지만, 연속으로 넣거나 원하는 대로 공을 보내는 건 아직 어렵다. 동네에서는 제법 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잘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초보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20점은 이상하게 오래 머물러 있는 숫자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생각보다 쉽게 대답했다.


“나는 하루에 2~3시간만 있잖아.”


그리고 잠깐 멈추더니 덧붙였다.


“근데 어떤 사람들은… 거기서 살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납득이 됐다. 아, 시간의 양이 아니라 머무는 방식이 다른 거구나.


우리는 종종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 매일 반복하고, 꾸준히 시간을 쓰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걸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간다.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머무는 깊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같은 하루를 써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쌓인다.


그날 이후로 남편의 20점이 조금은 이해됐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들을 가만히 돌아보게 됐다. 나는 과연 그저 들렀다 가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남편이 당구장에서 살게 둘 생각은 없다.



그건… 좀 곤란하니까.




당구장사진.jpg 지금 당구장 사진을 보내라 부탁하니, 순순히 보내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