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말을 하는 목적은 ‘수다’와 ‘대화’ 그 자체에도 있지만, 말을 잘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이다. 이 중에서 동물의 의사 표현 방식과 인간의 말을 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인간은 말을 잘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차원적인 말의 효용
말은 어떤 효용이 있는가? 먹을 것이 어디에 있는지 전달하는 것과 위험을 주변에 알리는 정보의 전달은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다. 또한 달콤한 시와 노래를 통해 구애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생존과 번식의 목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여느 동물이 표현하려는 목적과 다름이 없다.
자기만족을 위한 이타적인 말
상대방에게 전달한 정보의 양과 동일한 양의 정보를 상대방으로부터 얻기 위해 대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친한 친구 또는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는 동료사이의 대화가 아니라면, 대부분 말을 많이 하는 화자와 말하기보다는 듣기만 하는 청자의 역할이 나누어진다.
언어에는 이타적 속성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 순수하게 만족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기만족만을 위해 이타적으로 말을 하는 것을 두고 인간이 말을 하는 궁극적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아모츠 자하비의 명성 이론
진화 생물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bi)의 명성이론(prestige theory, 1997)에 따르면, 동물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의 동족에게서 얻는 명성에 의해 동기가 생긴 다고 한다 [1]. 자하비의 연구에서 개개비(Great Reed Warbler)라는 새는 이타적 행동을 서로 많이 하려고 경쟁을 한다. 서로에게 먹이를 주고 포식자를 맨 앞에서 경계하고 무리를 지어 포식자의 침입을 방어하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개개비가 이러한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게서 얻은 커다란 명성은 개개비에게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즉, 집단을 대표하여 우두머리가 되는 것과 그리고 성공적으로 번식할 좋은 기회를 보장한다.
진화 생물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bi)는 핸디캡 이론으로도 유명하다. 수컷 공작새의 깃털이 긴 이유에 대하여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을 하였다 [1]. 수컷 공작새는 자신의 깃털을 암컷 앞에서 있는 힘컷 크게 벌린다. 공작새의 기다란 깃털은 숲 속에서 위험에 노출되거나 도망가기 어려워, 오히려 적자 생존에 불리하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나, 긴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핸디캡은, 오히려 난관을 극복할 능력이 더 뛰어난 유전자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 과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핸디캡 이론은 사람들이 명품을 사거나 고급차를 과시하려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한다.
명성 이론에서 바라본 말의 효용
인간 언어에 있어서 두드러진 말의 효용은 전통적으로 지위 획득에 있었다. 사회적 지위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힘이 세다고 해서 부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 지위는 한 사람이 소속 집단에 유용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능력을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받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이 집단에서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를 전제한다. 이 경우, 집단의 크기가 작다면, 침팬지가 털고르기를 하듯이 모든 구성원과의 일대일 친밀 관계를 통해 개별적으로 역량과 지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더 이상 그의 역량은 알려지기가 쉽지 않다. 모든 구성원과 원온원(one-on-one)을 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1:N으로 전달하기에 용이한 말을 들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침팬지의 털고르기(1:1)와 인간의 대중 연설(1:N)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 또는 지위 획득이다.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크, 방송 미디어 그리고 세미나와 연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 그들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해 이타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 끊임없이 말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이익, 즉, 돈 또는 지위 획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인간 언어의 가장 큰 효용이 된다.
어떻게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누리는 지위는 더 이상 “나는 왕이다.”와 같이 스스로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평가로부터 얻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에서 어떻게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구성원들이 원하는 가치는 부의 획득, 계층 이동, 차별화된 기회를 갖는 것과 같이 가시적인 가치가 있고, 또한 소속감, 인정, 자기 계발, 소명과 같은 보다 고차원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에게 직접적으로 가시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소속감, 인정, 자기 계발을 도와주기 위하여 불(火)의 언어가 아니라 적절한 말을 끊임없이 건네야 한다. 함께 하는 비전, 감사의 말, 응원의 말, 칭찬의 말, 그리고 장점을 발견해 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응원하는 말
돈이냐? 말이냐?
개인 역량이 뛰어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한 홍보를 잘하여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같은 조직의 구성원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단적으로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떤 가시적인 가치의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막상 많은 경우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돈이나 계층 이동 같은 유형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조직의 구성원들도 당신이 그러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에게 당신의 역량이 적합하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 줌으로써 지지를 얻게 된다. 결국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비전을 개발하고 인정의 말과 감사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루에도 수 십 번을 하여야 함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말의 효용은 가정, 회사, 그리고 국가 모두 해당한다.
“기회가 올 때마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정리하여 적절한 말을 전달하여야 한다.”
[1] Zahavi, A. & Zahavi, A., (1997), “The handicap principle”, New York : Oxfo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