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YSBE Nov 14. 2017

5-2. 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발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교육경험을 디자인하고 제공하는 직업  

  지난 장에서 교사가 하는 복합적인 일과 다양한 교직관에 대해 살펴보고, 교사의 전문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을 명확히 하고 교사가 하는 일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합리적으로 끌어낸다면, 교사는 ‘교과 지식을 가르치고 학생의 진로 진학을 돕는 교육 전문가이자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교과 지식과 학생의 성장발달에 대한 교육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전문성이 어떤 모습일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합니다. 보통 대학 교수들이나 전문 기술을 갖춘 전문직 직업인들을 우리가 그 분야의 권위자이자 전문가로 대접을 합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각 과목의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는 해당 과목(학문)의 권위자로 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하면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나마 중고등학교의 교사는 한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학 교사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과목의 전문가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나 유치원 교사는 교사 교육을 받을 때도 모든 과목을 조금씩 배우고 학생들에게도 모든 과목을 가르칩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교사도 과목의 전문가로 볼 수 있을까요?

  교사는 교과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지만, 대학 교수들이나 전문직 직업인들에 비해서는 그 분야의 지식 수준이 얕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대학교수나 전문 직업인에게 수업을 받는 것이 더욱 이롭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을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100을 알지만 전달 능력이 부족하여 50도 전달을 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들은 80을 알지만 70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은 교수가 전달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어린 학생들보다 집중력이나 이해력이 좋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학습 수준이 높아질수록 교사의 전달 능력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지식이 더욱 중요해 집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미성숙한 경우에 속하는 초중고교 교사들에게는 전달하는 능력이 보다 중요합니다.

  가르치는 능력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를 동시에 이해하는 데서 옵니다. 학습자의 수준과 배경지식, 학습 스타일에 맞게 지식의 구조를 파악한 후 소화하기 편리한 형태로 나누고 조직화시켜 전달하는 것이지요. 즉, 교사가 교수나 전문직업인과 가장 차별되는 전문성은 어린 학습자들의 인지 발달과 성장에 대한 이해에 있습니다. 가령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인 교육 방법과 고학년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교사와 전문직업인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문직업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도 지식의 구조를 잘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려운 지식을 그저 알고 있는 것이지, 그 지식이 습득되기 위해 가장 기초 단계부터 높은 단계까지 세세하게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죠. 그러나 교사는 전문직업인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기능을 반드시 알 필요는 없지만, 지식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여 학습자에게 가장 적합한 단계를 제시하는 한 편, 열심히 공부했을 때에 어느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식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입니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설명했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몰라 답답해 할 수 있지만, 교사는 어떤 선행학습이 부족해서 막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전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그 답을 향해 가는 과정과 길을 아는 데에 교사의 지식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이지요.

  또한 대학 교수나 전문직업인은 자기의 분야만 완벽히 잘 알아도 됩니다. 그러나 교사는 한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그 과목과 여러 학문과의 연관성까지 섭렵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진로를 가지게 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다른 과목들도 골고루 배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교양을 갖추고, 성장기에 뇌의 각 기능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전인적 성장을 위해 학생의 머리속에서는 국어 따로, 사회 따로, 음악 따로가 아닌 각 과목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섭’이라는 말이 있지요. 자신의 진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과목에서 온 지식을 함께 연관짓고 의미부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룻을 전공할 예정인 학생은 훌륭한 플룻 연주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 여러 교과들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시간에는 악곡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나 사회적 배경을 배울 수 있고, 미술 시간에 길러진 심미안은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수학 시간에 길러진 수 감각은 음들을 계산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체육 시간에 길러진 건강한 신체는 폐활량을 높여 플룻을 안정적으로 더 오래 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교사는 이러한 통섭을 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거나 더 심화해서 배우고자 할 때 과목 간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머리속에서 여러 과목들을 연관지어 더욱 교양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즉, 교사가 과목 교욱에서 가지는 전문성은 단순히 그 과목의 내용을 전문적으로 전수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지식의 구조와 단계별 학습내용을 파악하고 학습자의 수준과 발달 단계와 진로 및 적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수준의 내용을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데에 있지요. 또한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다른 모든 과목들도 파악하고 있어 학생의 머릿속에서 통섭이 이루어지는 것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에게 과목의 내용은 목적이 아닌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받는 수업의 대부분의 시간은 교과 교육 시간이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은 진로 교육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정의 부모는 자신의 직업에 있어서는 전문가일지 모르나 학생의 적성에 맞춘 진로에 대해서는 막막함을 느끼기 때문이죠. 변화하는 사회에 어떤 직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기가 어렵고, 기존 사회 구조에 대한 편견은 미래사회에서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생각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그저 막연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네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있으니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거나, 학생의 의사와는 관련없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업들을 권하는 경우가 많지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진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받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생뚱맞은 학과에 성적맞춰 진학하여, 자기 상황에서 취직이 가능한 직업을 적성과 상관없이 선택하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는 어른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아지죠.

  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과 탐구를 해야 하며, 교사들은 그것을 돕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진로 교육은 진로 교육 시간에 진로 상담 교사나 담임이 연례행사로 실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교과 교육과 관계없이 미래에 대한 상담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진로 교육은 학생들이 하고 있는 모든 공부들과 관련하여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교육의 형태나 깊이를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교과교육을 충실히 받다가 진학할 때가 되어 갑자기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하면 막막하거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필요와 적성에 맞게 교과 교육을 받아야 하며, 모든 수업 시간에 그 교과와 자기 자신의 관련성을 생각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해야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으며 진학을 하거나 진로를 결정할 때에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직업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학생들의 ‘현재’ 하는 공부와 관련된 진로 교육은 대부분의 교과 교육 시간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의미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학생에게 자신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수업에 대한 선택권을 줄 때에 그러하지요. 자신의 수준에 맞지도 않는 교실에서 강제로 수업을 듣게 하면서 그 교과를 통해 너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생각하라는 것은 어거지 입니다. 학생은 반감만 더 커지겠지요.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게 한다면, 의외로 교사의 더욱 심도 있는 진로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게 됩니다. 교사는 수시로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현명한 선택을 하고,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 가는 데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이어지는 장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성 교육이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에서 인성 교육에 대한 부분을 뺄 수는 없습니다. 교사가 인성교육을 할 때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성격은 대체로 가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 힘써야 합니다. 학교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온갖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 생활을 연습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학교에서는 무엇보다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민주 시민의 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며, 그 과정을 거쳐 결정된 일들을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사회적으로 합의된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싸우지 않고 의견을 잘 조율해 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태도는 잠재적 교육과정과 자치활동을 통해 길러지게 됩니다.

  따라서 교사는 잠재적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가로, 학생들을 대하는 말과 태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모든 교육활동에서 일관적으로 보여야 하지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괴롭히는 행동은 분명하게 멈추도록 교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인간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교육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못하거나 느리게 배운다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교실 분위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교사가 어떠한 이유로든 교육의 편의를 위해 특정 학생들을 계속 칭찬하거나 꾸중하게 되면 학생들은 머릿속에서 사람들에 대한 서열을 매깁니다. 사회에 나가면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더욱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는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게 되죠. 그러나 교사가 학생 모두를 다르지만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하면, 학생들은 그러한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다름에 대한 교육의 예로 ‘통합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통합교육’이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한 교실에서 통합하여 수업하게 하는 제도 입니다. 일반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자라나게 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더욱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요.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따라 순기능이 될 수도 있고, 역기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배우게 하려면, 실제 교실에서도 그것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적 장애 학생이 교실에 있다면, 수업 시간에는 다름을 인정하여 그 학생이 할 수 있는 다른 과제를 주고, 일인일역을 줄 때는 그 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을 주어 학급의 일원으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르지만 학급에서 자기 역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만약 교사가 장애 학생을 불쌍하게 보고 일반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도와줄 것을 강요한다면 일반 학생들은 장애인이 불쌍한 사람들이고 사회에 민폐를 끼친다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들의 존재에 부담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통합교육의 가치관은 장애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 모두에게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다양성 존중의 패러다임 위에 입각한 교육을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고, 열심히 한다면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인정해주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이 느리지만 열심히 하는 것을 인정받을 때, 남에게도 관대해 집니다.

  특히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많은 자치활동 경험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사회 갈등을 완화시킬 힘이 될 것입니다. 수동적으로 똑같은 교과수업만 받을 때에는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다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에서는 계층 간 갈등이 많이 생깁니다. 그러나 다양한 학생 자치활동을 통하여 어떤 일을 능동적으로 토론하며 만들어가게 되면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요. 자신과 전혀 다른 취향의 전혀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사는 자치활동을 그저 학생에게 맡길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지켜보며 그 토론이 싸움에서 끝나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학생들은 긍정적인 갈등해결과정을 통하여 서로 다르더라도 상대방이 꼭 틀린 것이 아니고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사는 또한 기초 심리학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심리 검사를 실시하고, 기초 심리학을 가르치고, 집단 상담과 개별 상담을 실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린 학생들은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합니다. 그들이 못되서가 아닙니다. 인간은 원래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다가 공감 능력을 통해 타인도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타적인 행동을 배워가는 존재입니다.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하기를 바란다면 이치에 맞지 않지요. 자신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는 한 편, 다양성 존중에 대해 내면화 한 학생은 타인을 괴롭히기 어렵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도 무지하고, 모든 사람이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 더 많이 발생합니다.

  현대 사회에 맞는 인성교육은 ‘당위성’에 입각한 인성교육이 아닌, ‘다양성 존중’과 ‘인간심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바탕한 것이어야 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가정마다 부모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능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만, 어떤 사람은 적당히 벌고 즐겁게 놀면서 사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라’고 당위성에 입각한 교육을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당위성에 입각한 도덕 교육은 현대 사회의 학생들에게 ‘지루한 설교’ 쯤으로 생각되고 좋은 도덕적 가치들을 학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못 됩니다.

  다양한 가치가 충돌할 때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의 가치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되, 조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학습 경험이나 놀이 경험을 통해 느끼게 하고, 이해 관계가 부딛칠 때 서로에게 공평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험을 실제로 해보게 해야 합니다. 무조건 배려하고 참으라고 가르치면 학생들은 자신이 불만을 품은 친구를 뒤에서 욕하고 은근히 따돌립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집단 상담을 통해 불만 사항을 온건하게 말하고, 받아들이고 조정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불만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인성교육은 성인과 같은 인격 형성이 아닌 보통의 인간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어야 현실적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심리학과 철학에 대한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내면을 성장시킬 힘이 되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컨설턴트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정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학교 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다른 것을 가르칠 때, 학생은 혼란을 느낍니다. 만약 학교와 가정의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관성을 갖게 된다면 아이의 성장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학부모는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시켜 좋은 대학교를 보내야 할 것도 같고, 아이의 적성을 찾아 행복하게 살게 하는게 맞는 것도 같습니다. 국가에서는 선행학습을 금지하지만, 내 아이만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뒤쳐져 손해볼 것만 같습니다.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학원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학교 공부와 학원 공부가 아주 따로 놀고 있습니다. 아이가 매사에 의욕이 없는데 원인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도움을 구할 곳도 없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대안은 교사와 부모가 소통을 하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교육 상담은 연례 행사로 1년에 두 번, 30분씩 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한학기 30분의 상담은 그저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가정에서 특별한 일은 없는지 서로 묻고 확인하면 끝납니다. 상담으로 학생의 학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바람직한 교육 컨설턴트는 실제 학생의 교육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피드백을 주고 받고,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자기주도학습 과목을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학생이 혼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실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겠지요. 부모에게도 자기주도학습의 방법을 공유하고, 학교와 가정의 교육이 일관되게 하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상담을 하여 실천과정을 확인하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학습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와 병행하여 어떤 종류의 공부를 학원에서 더 하면 좋을지도 의논해볼 수 있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진로의 탐색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교사와 학부모는 이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 더욱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 장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입니다.


  교사의 전문성의 핵심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데에 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의 성장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경험-교과교육, 진로교육, 자치활동 등-을 디자인하고 제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활동은 학생,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선택 가능해야 하며, 모든 활동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생 교육 외에 또 하나의 큰 역할로, 학부모에게 교육 컨설턴트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하여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일관되고 유의미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개별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1. 교사란 무엇인가? 교육관에 대해 고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