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곡 때문에, 모든 곡들을 없애고 싶었던 작곡가

예술가의 작품집

by 레몬푸딩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
카를 오르프.

그는 오늘날
강렬한 합창과 원초적인 리듬으로 기억되는 명곡
카르미나 부라나를 완성한 직후,
자신의 음악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선언을 한다.


“이전 작품은 모두 폐기하십시오.”


이 말은 수사도, 과장도 아니었다.
오르프는 출판사에 실제로 이렇게 요청한다.


“제가 이전에 쓴 작품들은 모두 없애도 좋습니다.
앞으로 제 작품 목록은
〈카르미나 부라나〉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하십시오.”


오르프는 〈카르미나 부라나〉 이전에 쓴 작품들이
자신이 평생 추구해 온 음악적 언어와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고 느꼈다.
그가 꿈꿨던 음악은
원초적인 리듬

강한 반복
직관적으로 몸에 와 닿는 선율

이 세 가지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는 〈카르미나 부라나〉를 통해

처음으로 확신하게 된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음악이다.”

그래서 오르프에게 이 작품은
성공한 곡이기 이전에,
자기 정체성이 완성된 첫 작품이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나의 진정한 작품 목록에서 제1번이다.”


오르프는 이후에도
〈카툴루스 카르미나〉, 〈아프로디테〉 등
비슷한 미학을 공유하는 작품들을 발표한다.

하지만 대중과 음악사의 기억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곡은 단연
‘O Fortuna’로 시작하는 **〈카르미나 부라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