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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여진 Aug 19. 2021

OTT의 숏폼(Short-form) 콘텐츠 흥망

- ‘틱톡’과 ‘퀴비’ 사례 비교 -


최근 국제적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엄청날 만큼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각지에서 전통 미디어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비대면 활동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이에 글로벌 OTT 서비스의 맹주 넷플릭스는 2020년 상반기에만 가입자 2,000만 명을 추가 확보했다. 유료 가입자 2억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디즈니에서 시작한 OTT 서비스 ‘디즈니+’는 6개월 만에 5,500만 명의 가입자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왓챠가 넷플릭스의 성장을 등에 업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의 성공은 전세계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기업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OTT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의 OTT 서비스들의 입지가 굳건한 것을 의식하며, 새로운 차별점을 가진 OTT 서비스들의 등장이 대거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틱톡(TikTok)’과 미국의 ‘퀴비(Quibi)’가 있다.


기존의 OTT 서비스들(대표적으로 넷플릭스와 왓챠)과 비교해보자면 차이점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넷플릭스와 왓챠가 영화, 드라마 등 일반적 시리즈물 길이의 콘텐츠들을 내보이는 한편, 틱톡과 퀴비는 숏폼(Short-form) 콘텐츠들을 선보인다. 또한 기존 OTT들이 다양한 디바이스 기기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두는데 반해, 틱톡과 퀴비는 모바일에서 봐야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목적성을 두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틱톡의 성공요인으로 기존 동영상 플랫폼에 비해 동영상 편집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봤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히 편집하여 업로드 가능하기 때문이다. 퀴비 또한 모바일 기기 안에서 인터랙티브 기술(턴스타일)을 사용하여,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외쳤다.


이들은 앞선 차별화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하게 된다. 중국의 틱톡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인도 등에 국제 마케팅을 시도했다. 미국의 퀴비는 자국과 캐나다에 진출했다. 하지만 둘의 성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틱톡은 흥했고 퀴비는 망했다.


미국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틱톡은 누적 다운로드 수 7억 5000만회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각각 4억 5000만회, 3억회를 기록한 인스타그램, 유튜브보다 각각 1.7배, 2.5배 많은 수준이다. 반면, 퀴비는 21일(현지시간, 2020.10.21)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공개 서한으로 폐업 결정을 알렸다. 출범한지 6개월만의 폐막이었다.


이들의 흥망 사례를 각각 살펴보기 전에, 공통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MZ세대의 ‘스낵컬처(Snack Culture)’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스낵컬처’란 2007년 미국의 IT매거진에서 처음 언급된 말로, 스낵을 가볍게 집어먹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문화 소비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즉, 틱톡과 퀴비는 모바일 중심의 짧은 시간 즐길 거리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낵컬처를 중심으로 이해하자면, 틱톡과 퀴비의 결과가 왜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권에서 스낵컬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주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북미권에서 가장 스낵컬처를 대표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스냅챗’이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스냅챗은 Z세대 필수 어플이 되었다. 메시지와 동영상을 누구나 손쉽게 보낼 수 있으며, 이들은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휘발성 콘텐츠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 제공자이면서, SNS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미국 청소년이 좋아하는 SNS 1위로 꾸준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렇듯 북미권은 스냅챗이라는 대형적인 스낵컬처에 적응해 있다. 일반인들이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 콘텐츠 내용이 가벼우며, 소셜 공유가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유경한 전북대 교수는 스낵컬처가 확산된 배경을 언급하며, “과거엔 선형적인 읽기(linear reading)를 했다면, 지금은 특정 주제나 특정 콘텐츠를 비선형으로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즉, 정해진 규칙 없이 건너뛰면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틱톡은 북미권을 정확히 강타했다. 일반인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숏폼 양방향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퀴비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숏폼 단방향 플랫폼이다. 두 기업이 숏폼 콘텐츠를 이해하는 차이가 흥망을 나눈 것이다.


퀴비처럼 할리우드 유명 영화 감독들의 시리즈물을 숏폼 콘텐츠로 선보였을 때, 지하철 등에서 보고 있을 사람은 없다.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휴대하고 있는 확률이 높다. 따라서 모바일을 겨냥한 숏폼 콘텐츠는 이동성과 휴대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스낵컬처 방식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스낵비디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몰입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큰 집중 필요 없는 스낵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퀴비는 모바일 특화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며 몰입도를 강제했다. 또한 퀴비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저작권 문제도 스낵컬처와는 동떨어져 있다. 저작권 강화 문제로 공유가 어렵게 되면서, 숏폼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기본 특성을 다 잃게 되었다.


틱톡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스냅챗과 기능 유사도가 높다. 공유가 쉽고, 초 단위의 동영상까지 다양하다. 콘텐츠들은 사용자 모두가 제공할 수 있으며, 콘텐츠 편집과 가공이 매우 쉽다. 특히 전략적으로 스낵컬처에 적합한 기능은 스크롤을 통해 무한대의 콘텐츠 흐름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 재생 후,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다. 손가락으로 지금 보고 있는 콘텐츠를 스와이핑, 탭, 스크롤하면 바로 다음 콘텐츠가 재생이 되는 것이다. 가벼운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한다. 이렇게 틱톡은 OTT 앱 중에서 높은 순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OTT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또한 넷플릭스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 판도에서 신기업들이 정착하기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이 상황에서 틱톡과 퀴비는 콘텐츠 마케팅 방법을 스낵컬처로 차별화 했다는 것에서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퀴비는 스낵컬처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캐나다 해외 진출에 나섰다. 캐나다 또한 스낵컬처에 있어 스냅챗과 틱톡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인지했어야 했다. 반대로 틱톡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미국과 인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적합한 활용 사례가 되었다.


사실 이 두 기업이 시사하는 바는 숏폼 콘텐츠의 특성을 공고히 하자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OTT 기업들이 국제마케팅에 어떻게 진출하고 있는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OTT 사업 자체가 단기간 성장하여, 단일 방향성의 국제적 유행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지화 전략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사치가 된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과 콘텐츠 특성에만 집중한다. 이것은 분명 틱톡과 퀴비의 사례를 통해 한계점임을 알 수 있었다. 시장이 형성된 후 국제마케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권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또한 OTT 업계의 새로운 성장과 해외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왓챠는 일본에 이미 진출했으며, 이후에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 확대를 선포하고 있다. 더불어 카카오에서 카카오TV를 런칭했다. 모바일 중심 숏폼 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가능한 이유는 한류와, 카카오톡이라는 타겟 대상 문화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제적인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해서는 앞선 OTT 기업 사례들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문화-소비자 인터페이스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민성 (2020.10.25). [신간] 넥스트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OTT 전쟁,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뒤바꾸다. 미래한국.

Retrieved 2020.10.25 from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961


최진홍 (2020.09.25) [IT여담] 화려했던 퀴비는 왜 흔들리고 있나. 이코노믹리뷰.

Retrieved 2020.10.25 from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413335


백유진 (2020.04.09) 유튜브도 길다•••대세는 ‘숏폼’. 비즈니스워치.

Retrieved 2020.10.25 from http://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20/04/09/0007


김용섭 (2015.04.14). [트렌드 촉] 스낵컬처, 콘텐츠의 지도를 바꾸다. 제일매거진.

Retrieved 2020.10.25 from https://blog.cheil.com/3075


김지완, 정윤영 (2020.04.07) [IT Flow] 스낵컬처가 콘텐츠 소비 트렌드 바꾼다. 뉴스핌.

Retrieved 2020.10.26 from http://www.newspim.com/news/view/20200406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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