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여진 Jan 09. 2022

2020.12.22(화) 오후 4시 10분

1년 전 나의 일기

도서관. 기획서 하나 쓰는 김에 왔다.


2020년을 돌아보면, 종강 다와기도 하고 연말이기도 하고, 2020년도 극 초반에 내 행복을 다 써버려 기운이 다빠진 느낌이다. 사주 아저씨가 2학기엔 이제 공부해야지 하는 게 이런 의미였으려나. 2학기 너무 정신없었다. 사실 그런대로 행복했다. 다만 또 우리 가족답게 상황이 너무 너무 극한으로 가서 그렇지.. 또 멍청하고 낙관적인 나는 (in a good way) 이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나태 없이 효율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단 생각을 하고 있다.


뭐 그건 그렇고.


오늘 도서관 오는 길 버스에서 생각한 건 20대에 성장, 배움이 멈췄다 여긴 게 오만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생각해보니 나는 더 단단해졌고 (진짜 누구보다 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사회하가 됐다. 내 능력들이 유달리 감성적이거나 각져 있거나 모나지 않게 그리고 쪽팔리지 않게 조화를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도록 스스로 조금 컨트롤 할 수 있는 눈치가 생겼다.


사실 아직 부족하지만. 그러니 나는 어떤 비극 속에서도 낙천적인 미소와 농담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듯하다. 이건 뭐 우리 가족때매 배운 거지만. 사실 원래 성격일 수도 있고 근데 예민함함을 더 배운 걸 수도. 아무튼 이렇게 20대 초반을 보냈다.


앞으로는 20대에 오히려 머리가 굳었다는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사실 톡톡 튀는 생각들이 정체되어 머릿속에서 굳어졌다는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들긴 한다. 특히 보편화, 일반화 된 진리에 맞춰서 이를 수없이 혼자 합리화 한다. 이럴 때면 혼자 씁쓸하고 슬퍼지기도 하지만 조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때마다 배움의 정도, 익힘의 태도가 다 다르다고. 다만 배움과 익힘은 평생 죽을 때까지 놓치지 말기로 하자.


또 가장 중요한 점은 넓게 보고 행복하게 살자.

앉은뱅이처럼 산다는 느낌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들었다.

이를 조금 벗어난 때가 2020년 초다. 그 때 그 기억들을 잊지 말자. 자신감 가질 필요가 있다. 딴 자신감 말고 조금은 불확실 하더라도 나에 대해 확신 갖고 내뱉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어야 한다.


좀 더 인생을 active 하게 보내자. 되든 안되든 일단 시도는 하기. 아무리 그렇게 한들 세상은 나한테 관심 없고, 의외로 나한테 돌아오는 기회는 많다. 내가 저질러놓은, 이 ㅈ같이 흑역사 같은 social network 안에서 꿀리지 않을 만큼은 멋드러지고 도전적이게 살자.


2020년 이 다이러이가 가득가득 모험/경험으로 채워지길 바랬는데 또 앉은뱅이의 일기가 되어 씁쓸하다.


코로나 탓은 절대 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 학기는 열심히 살았다. 언제나 넓게 보고 행복하자, 여진아!


-


2022년 새해에 더 진화한 앉은뱅이의 시점에서 다시 꺼내보는 일기.

새해목표는 이걸로 다시 울궈먹는 걸로 결정.

작가의 이전글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