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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부부가 함께 순간을 사는 법”

AT YOUR HOME!  HOST 1: 송주형, 오혜영 부부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떠오른 화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입니다. 전에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나라는 개인, 또 안온한 우리집에 대한 관심사도 더불어 급격히 커졌는데요. 각자의 취향과 감각이 담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여러분의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탐구하고자 “AT YOUR HOME”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함께 즐거운 소리 내며 살고 싶은 미디어 아티스트 송주형 & 가야금 연주자 오혜영 부부입니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모두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 가야금 하는 오혜영입니다. 전통음악을 전공했고 현재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 미디어 도구를 활용해서 설치, 영상 작업을 하고 다양한 공연에서 VJ(Visual Jockey)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송주형입니다.





Q. 작년에는 결혼도 하고, ‘순간은 순간’ 이란 이름으로 공연에 음반 발매까지 하면서 매우 바쁜 한 해였겠어요.


: ‘순간은 순간’은 2017년부터 제작하고 있는 기획공연이에요. 처음에는 송주형 작가와 둘이 시작했는데 이후 조향사, 조명디자이너, 무용수, 타악기 연주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왔어요.


: ‘Acoustic AudioVisual(어쿠스틱 오디오비주얼)’이라는 장르를 추구하면서 음악과 영상, 조명이 보다 밀접하게 결합된 공연을 만들고 싶었고, 세상의 모든 라이브는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콘셉트로 기획하게 됐어요. 2018년 플랫폼엘에서의 첫 단독공연을 시작으로 작년에만 수림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지원을 받아 서울과 대구에서 여러차례 공연했죠.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초청을 받아 세 차례 상하이의 중국 관객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Q. 두 분께서는 공연을 통해 만나게 되신 건가요? 


: 2016년에 영상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남편을 만났어요. 그 때 예산이 넉넉치 않아 터무니 없는 보수를 제시했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해줬어요.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너무 멋졌고, 대화나 행동 하나 하나에서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질색 팔색을 하는데, 무엇보다 웃는 게 예뻐서 반했어요. (웃음)





Q. 예술가 부부의 삶은 어떤가요?


: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에요. 다만 주 일터가 집이라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출근이고 눕는 순간 퇴근인 것이 일반적인 직장인 분들과 조금 다른 부분 아닐까 싶어요.


: 각자 작업을 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도모하는데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서로의 작업에 대해 항상 편이 되어 응원해준다는 점이 특히 좋아요. 보통 혼자 작업하는 경우 오랜 시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 주가 되는데,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많이 힘이 돼요.





Q. 원래도 주로 집에서 작업했다고 하셨지만, 올해는 뜻밖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신혼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사실 작년 이맘때엔 함께하는 공연 외에도 각자의 행사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말 집에만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올해 초까지 남편은 개인전 준비로 바빴고, 저도 6월에 예정된 작품 발표가 있어 각자의 작업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결혼하고 거의 매일 붙어있는데, 각자 방에서 작업하다가 나와서 응원해주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삶이에요. 둘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따로 또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면서도 재밌어요.


코로나 여파로 외부 일정이 많이 줄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긴 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바뀌진 않았어요. 다만 운동을 못하고 살이 쪄버려서,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식사 후 잠시 산책을 즐긴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 간 치열하게 일해왔고, 그 과정 속에서 머리와 마음이 텅텅 비어버린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봄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오히려 당장 해야할 일이 없으니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장기적인 플랜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는 동안 여러 권의 책과 논문을 봤고,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공부했어요. 새로운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개인전 ‘流(류)’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2019년 상하이 국제종이비엔날레에 출품했던 ‘Meditation Room’과 신작 ‘Wall of Human’을 6월 10일까지 만나볼 수 있어요. 일상에서 잠시나마 정신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든 작품들이고, 짧은 여유 후 돌아서면 현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속박과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Q. 신혼여행을 한달 동안 남미로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예술가로서 어떤 영감을 얻어왔나요?


: 신혼여행지로 남미를 선택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 중 하나에요!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들이 매 순간 눈 앞에 펼쳐지더라고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한국 생활과 달리, 남미의 자연을 통해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얻었죠. 요즘 같은 때는 특히 지구 반대편 자연 속에 있었던 시간이 꿈만 같아요.


: 맞아요. 마추픽추도, 우유니 사막도 참 경이로웠어요. 제 자신이 이 풍경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죠. 여전히 그 곳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볼 때마다 실감이 나질 않아요. 또 경유지인 시카고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때마침 NBA 경기가 열려 관람했던 게 흥분될 정도로 좋았어요. 경기가 끝나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카고의 밤 지하철은 죽고 싶을 때나 타는 거라더군요. 남미여행을 함께 한 다른 친구들은 저희보다 하루 앞서 비슷한 시간에 시카고 지하철을 탔었는데, 강도를 만나 옷과 신발을 벗어주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대요. 무식해서 용감했던 거죠. (웃음) 둘 다 공연계에서 일하다 보니, 폭풍 같은 가을과 연말을 보내는 편이에요. 그 시즌이 끝나고 1, 2월 비수기가 도래하는 순간 번 아웃이 오곤 해요. 가능하다면 매년 그 시간을 여행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요. 소진된 마음을 풍만하게 채워오자는 의미에서요. 내년엔 이집트에 가자고 함께 계획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워요.






Q. 현지에서 산 것 중에 아직도 잘 쓰고 있거나 기억에 남는 물건이 있나요?


: 남미에 가보니, 우리나라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다만 배낭을 짊어 매고 간 여행이라 그다지 많은 물건을 사진 않았어요. 브라질에서 유명한 ‘하바이아나스’라는 브랜드의 플립플롭이 저렴하길래 많은 관광객들의 물살에 휩쓸려 하나 구매했는데요. ‘쪼리’는 20년만에 신어본 터라 발가락이 아파 여행 때는 별로 신지 못했고, 오히려 요즘 동네를 돌아다닐 때 많이 신고 있네요.


: 남미 일부 지역에는 항상 마테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특히 파라과이는 유일하게 ‘떼레레’라고 부르는 차가운 마테차를 마셔요. 현지에선 어딜 가나 떼레레를 마시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서슴없이 “떼레레 마실래?”라고 말을 걸기도 해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한국에서 친구들에게 떼레레 문화를 소개하려고 떼레레 전용 컵과 빨대, 찻잎을 많이 샀는데…  아무래도 쇠로 만들어진 빨대 하나로 여러 명이 돌려 마시는 것이다 보니, 요즘 같이 조심스러운 때에는 맞지 않아 아직도 많이 남아있네요. (웃음)






Q. 최근 구매한 것 중 가장 만족하는 물건이 있다면요?


: 화분이요. 아무래도 집에만 계속 있다 보니 무기력함이 많이 밀려 오더라고요. 그래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꽃집에서 새로운 식물을 데려오고, 이미 있는 식물들은 예쁜 화분을 사서 분갈이도 해줬어요. 열심히 물을 주면 새싹도 나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위안이 돼요.


: 전엔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요즘은 가급적 요리를 해요. 얼마 전엔 마트에서 냉동 닭튀김을 사면서 우연히 오뚜기에서 나온 양념치킨소스를 발견했는데요.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매콤하고 단 맛이 전부다 살로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어요. (웃음)





Q.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달라지기 마련인데요. 작업 의욕을 고취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 저는 보통 하루 종일 놀면 마음이 불안해지더라고요. 무언가 해야할 때 최대한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면, 다음날 아침부터 작업 의욕이 뿜뿜 생겨납니다. ‘잘하지 못하면 열심히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타입입니다.


: 학생과 프로가 다른 점은 연습이에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라 쉽지 않거든요. 아무 일이 없으면 정말 아무 일도 하고싶지 않기 마련이라, 항상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저를 절벽으로 밀어 넣어요. (웃음) 다행히 악기 앞에 앉기 까지가 힘들지, 일단 연습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몰입을 잘하는 편이에요. 다만 작업이 너무 안 되거나 하기 싫을 때에는 그냥 쉬는 편이에요. 붙잡고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남편과 이야기도 많이 해요. 사실 다른 사람에게 내 작업을 보여주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도 가끔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남편과 대화하고 나면 작업이 좋게 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각자 보지 못하는 부분을 다른 시선에서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더라고요. 물론 의견을 나누면서 너무 간섭하려고 하진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에 세세하게 코치하기 보다 큰 틀에서 피드백을 주고 받으려고 해요. 예컨대 무대 연출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구체화시켜 나가려고 하고요. 세밀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른 부분들에 대한 절충이 이루어지면 대락적인 연출안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Q. 2020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는데요. 이런 변화가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 요즘 온라인 공연 콘텐츠가 많이 나오잖아요. 공연 업계에 있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 부분인데, 사실 공연자 입장에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의 흐름이 있는데, 이젠 그것을 배제하고 작품을 구상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해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 의도치 않게 일이 적어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생겼죠. 좋게 생각하면 덕분에 미뤄둔 공부를 할 수 있게 됐고요. 상대적으로 작업에 보다 많은 노력을 들일 수 있어요. 좀 더 공부하고 작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이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 새롭게 시작한 마음 수련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결과나 형태보다는 과정의 미학이 담긴 작업이에요. 미디어라는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항상 첨단 기술을 따라가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문득 내가 황새를 좇는 뱁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유행을 따르지 않는 작업을 수행하듯 오래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요. 조금 거창하지만 ‘알렉스 카츠’처럼 꾸준히 흔들리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소소하게나마 계속 해나간다면 훗날 무엇인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어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 올해 6월과 10월 남편과 함께하는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앞으로 음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소리 내며 살고 싶어요.








미디어 아티스트 송주형



가야금 연주자 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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