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오늘 아이큐 테스트와 적성검사를 하신다며, 옆 짝하고 좀 떨어져 앉으라고 하시는 거다.
고칠이는 갑자기 오른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박동 수도 배가되고 있었다. 선생님이 늘 말씀하신 것은, 한마디로 아이큐 테스트는 머리가 나쁜지 좋은지 검사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더욱 더 조여 왔다. 나중에 안 거지만, 선생님은 일주일 전부터 아이큐 테스트를 한다고 공지했다는 거다.
고칠이는 그 때 뭐 했을까? 아마 딴 생각하느라 정신없었을 것이다.
고칠이에게는 정말 큰일이다. 중간 기말고사보다 더 떨렸다. 만약 전교에서 꼴찌면 무슨 창피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학교 때 거의 눈감고 찍었을 정도였던 아이큐 테스트의 결과가 82 이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아이큐를 테스트하기 전에 선생님의 긴 연설이 진행됐다.
아이큐란 말은 지능지수이며, 영어로 ‘Intlligence Quotient’ 라는 것이다. 고칠이는 정말 다른 수업시간에 들었던 때보다 더 또렷이 들렸다. 긴장한 탓이리라.
지능은 아주 쉬운 말로 '머리의 좋고 나쁨’ 을 의미할 거라는 생각이 언뜻 고칠이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선생님은 평소와 달리 숨을 깊게 들이 쉬면서 고칠이의 예상과 달리 지능지수에 대해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사람의 머리를 이처럼 아이큐 테스트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연구하는 지능을 동작적 지능이라고 하는데, 이 테스트로 잴 수는 있어도,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 사이의 문제를 풀어 가는 지능인 사회지능은 이 테스트로 알 수 없다고 하신다.
고칠이는 선생님이니까 저런 말씀을 하는 거고, 괜히 자신처럼 머리 나쁜 학생들이 나중에 아이큐 테스트의 결과로 충격을 받을까 봐 처음부터 선생님이 연막전술을 펴는 거겠지 라는 생각들로만 가득 찼다.
고칠이는 바르르 떨리는 두 손으로 아이큐 테스트 문제를 받아들었다. 그의 머리로는 그 문제들이 뭔 말을 하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아서 그 시험을 다 치르고도 머리가 무척 지근지근 아팠다는 말만 했다.
그러고는 몇 달이 지났다. 그 몇 달은 딱딱한 나무 바닥에서 자는 것과 같았다. 아이큐 테스트와 적성검사의 결과가 나왔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아이큐 테스트의 결과는 공식적으로는 비밀로 되어 있거나, 부모님이 왔을 때만 알려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도 흔히 공부 잘 하고 머리 좋아 보이는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 알았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고칠이 학교에서는 아이큐 전교 1등이 155이상이라던가.
고칠이도 자신의 아이큐 결과가 너무 궁금했다. 고칠이는 용기를 내어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결국 알게 되었다.
참담했다.
'아이큐 77!'
중학교 때보다 5나 떨어진데다가, 반에서는 거의 바닥이었다. 그의 별명, 칠칠이와 똑같아 미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