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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n 30. 2020

교사의 전문성과 학습공동체

교사의 성장은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는과정에서 온다

1. 다시 생각하는 교사 전문성     


그동안 교사의 전문성 신장은 주로 교사의 역할 및 직무와 관련하여 관찰 가능한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교사가 주로 담당해야 하는 수업, 학생지도, 행정업무와 같은 역할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교사의 전문성이란 수업과 학생지도 그리고 행정업무를 잘 수행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교사 전문성 신장의 전통적 접근 방식은 대체로 교사의 전문성을 규정하는 지식이 객관적으로 존재한 다는 것, 교직의 전문지식은 전달된다는 것, 교사의 학습은 교직의 전문지식을 획득하는 것, 교사 연수에서 획득한 전문지식은 교육현장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사고하게 되면 교사에게 부족한 결핍 사항을 찾아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제도적 차원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시도들, 예컨대 각종 교사 연수, 교원능력개발평가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능력을 지표 중심으로 나열하고 이것에 대한 도달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은 최근 복잡하고 역동적인 학교 생태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교사 연수의 경우 연수 내용을 질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노력, 연수 방법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시도하여 왔으나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교사의 교육적 소양을 키우는 데는 여전히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비 예측적이고 역동적인 최근 교육현장 속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역할과 직무를 중심으로 각 영역의 역량을 강화하는 식의 전문성 신장 방식에서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이들 교육주체를 둘러싼 조건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들을 미래의 어떤 시민으로 키울 것인지, 그러기 위해 학교라는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화할 것인지, 이에 따라 교사의 교육관을 확립하고 교육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그동안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하는 미래 인간상(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적 인재)이나, 미래핵심역량(OECD, 2003)에서 제시하는 역량 범주, 또한 글로벌 시민성(UNESCO, 2013)의 함양 등 많은 시도가 있었다. 아래 표는 이러한 역량을 기관별, 교육과정별로 구분하고 여기에 서울형 역량기준을 시론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혁신교육의 실험과 교육과정 및 수업, 평가 혁신을 위한 노력, 또 지역과 연계하여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참고하여 교사의 전문성(서울교사 역량기준)을 재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계획운영할 수 있는 역량

   - 교육과정 개발, 재구성 및 수업 디자인, 실행 능력

   - 평가를 교육과정 및 수업과 연계하여 실시하고 이를 피드백할 수 있는 능력


 ❍ 학교 및 학급공동체를 생성유지성장시키는 능력

   - 민주적 시민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학생들과 더불어 학교, 학급공동체를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역량

   - 동료 교사들과 수평적 협력을 통하여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 발전시키는 능력

   - 학교 및 지역사회의 민주적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 운영할 수 있는 역량


 ❍ 학생들의 인지정서신체 발달과 사회화 등 전인적 성장 과정의 이해와 촉진

   - 학생들을 자유의지를 가진 창조적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성장을 조력하는 능력

   - 생태, 평화, 비차별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와 교육상황에서 적용 능력     


학교장의 입장에서 교사들에게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세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에 재정의한 교사의 전문성에 비추어 탈맥락적이다. 교사의 전문성 자체가 교과지식의 충실한 전달자를 넘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 학교공동체를 생성, 유지, 성장시키는 능력,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능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 
반성의 지점은 어디인가?     


앞 절에서 새롭게 재정의 한 교사의 전문성은 어떤 과정을 통하여 획득되는 능력일까? 위 내용을 담아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잘 기획하고 능력 있는 강사를 초빙하여 관련 개념들을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가능할까? 이미 우린 숱한 경험 속에서 그런 절차와 방법들이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하였음을 알고 있다. 교육 상황에서 교사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도 형식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 교사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 그것은 명강사의 달변이나 몇 가지의 특정한 기법의 전수로 이뤄지지 않는다.


교사의 마음을 움직여 실천으로 나서게 하려면 교사를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연수를 듣고 그대로 실천하라고 권유(사실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적 주체’로서 존중하고,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을 갖게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경험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질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전국의 여러 곳에서 진보 교육감의 정책이 시행된 이후 많은 성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린 이 과정에서 교사를 참여적 주체로 세우는 데 한계를 노정했다. 왜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동안 교육혁신의 과정에서 들려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몇 가지로 축약하여 보자. 
 
 ❍ 혁신교육에 헌신한 활동가 교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 대다수 일반적인 교사들은 여전히 혁신과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및 평가 혁신이 교사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 상명하달식 관료적 혁신교육의 태동이 시작됐다.

 ❍ 대다수의 학교, 교실은 아직 변화하지 않았다. 

 ❍ 교사공동체 역시 소수의 활동가 교사가 주도한다.     


위에 적은 몇 가지의 사항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현상은 곧 ‘지속가능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 때문이다. 사소하더라도 전체 구성원의 총의에 의하지 않고 소수의 활동가를 중심으로 학교혁신의 과정이 진행되면, 쉽게 소진할 수밖에 없고 이들을 대체할 지속적인 인력풀을 확보할 수 없다. 혁신교육의 경험을 가진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가 공통으로 들려왔다. 고민의 폭과 깊이는 달라도 한결같은 호소의 내용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몇 년 간의 경험을 공유한 곳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더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동안의 혁신교육은 위에 지적한 ‘문제를 야기하는 방법’에 기대어 이뤄져 온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그 관성을 극복하고 새로움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교사들을 주체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혁신의 동력’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동력이 타율적으로 이끌려 나온 힘인지, 자율적 에너지인지에 교육혁신의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 외부로 드러나는 성과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고 협력하게 하며 타인에 대한 조력뿐만 아니라 자신도 성장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3. 민주적 의사소통과 학교공동체     


서울교육청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정책으로 삼고 사업을 진행한 후 학교장과 교사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사실 학교 민주주의는 식상함과 신선함의 이중성이 교차하는 어휘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민주주의야?’라는 측면에서 식상함이요, ‘지금이야말로 학교 민주주의를 바짝 거론할 때’라는 측면에서 신선함이다. 난 신선함에 무게를 둔다. 민주적 학교 운영은  ‘학교혁신’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꽤 진전되었다고 하는 요즘, 아직도 학교 사회는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갈등과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혁신학교에서도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여 구성원들이 소진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선 교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통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견된다.    

 ❍ 공식적인 정보 유통의 양이 줄어든다.

 ❍ 전체 구성원의 뜻과 다른 의사결정이 자주 일어난다. 

 ❍ 무슨 일을 하든지 책임을 면할 방도부터 생각한다.

 ❍ 구성원들의 자발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 교직원회의 등 공식 조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대화보다 문서, 과정보다 성과를 중시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르침과 배움의 장에 민주적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문제들이 의사소통의 부재, 관리자의 독단적 결정, 대화의 회피에서 야기된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책임을 면할 방도부터 생각하는 방식의 학교는 살아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2014)에서 추진했던 학교 민주주의 모델학교, 서울시교육청(2015)에서 추진 중인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정책이 구성원들의 충만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의사결정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활발한 의사소통은 구성원의 참여 동기를 부추긴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구성원들의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으면 추진 과정에 힘이 붙을 수 없다. 학교 민주주주의 실현은 학교 활동의 계획 단계에부터 실행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필요로 한다. 

한편 학교 민주주의는 학생회나 교직원회의 등 절차와 방식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 학교생활의 모든 사태와 장면 속에 민주적 시민성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과, 삶 속에서 시민성을 체화시켜가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에서 중요한 영역인 ‘사회적 발달’은 타인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타인과의 관계 능력이 취약하다. 삶 속에 녹아드는 민주적 시민성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슬기롭게 해소하여 에너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이다. 학교 민주주의 모델학교 시행 과정에서 이런 문제까지 포괄하면서 풍부한 실험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4. 
학습공동체의 질적 성장을 위하여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전문성 신장과 학생들의 학습 증진을 위해 협력적으로 배우고 탐구하고 실천하는 교사 집단으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교사와 학생의 학습에 중점을 두며,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도 학습공동체를 정의할 때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필요가 아닌, 집단의 목표 달성만을 위하여 강제된 협력은 효과적이지 않다. 하그리브스(1991, 1994)는 이미 이러한 ‘인위적 협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위적 협력은 협력 피로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교사 개인의 자세나 심성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래서 우린 현재 학교의 구조와 문화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상호 불간섭의 논리와 고립화는 아직도 교사문화의 근간을 이룬다. 초등의 경우 동학년, 중등의 경우 교과협의회를 통하여 논의구조가 마련되는 듯하나, 실질적이지 않다. 여기서 실질적이지 않다는 말은 그 단위에서 학년이나 교과에 대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제도화된 조직틀의 경우에서 이러한 인위적 협력에 의한 피로감이 가중될 수 있다. 


학교가 조직화된 무질서, 느슨한 결합체로 작동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무엇보다 구성원들에 의한 ‘자발적 학습공동체’를 상상해야 한다. 학습공동체는 필요와 욕구를 느낀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 때 효과적이다. 가장 좋은 형태는 학교 안에서 구성원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학습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 경우 몇 가지의 강점이 있다.      


 ❍ 학습과 적용, 피드백에 있어 실천적이며 검증 가능하다. 

 ❍ 관심사를 공유하는 교사들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 필요한 예산 등 지원을 받기에 좋은 조건이다.

 ❍ 모임과 협의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실천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공동체를 운영하려면 신뢰와, 인내가 필요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슬기롭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고통이 뒤 따른다. 아울러 학습공동체의 성과나 문제점이 교사 개인에게서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임과 동시에 만만치 않은 갈등 요소를 동반한다. 만약 학교 규모가 너무 작거나, 학교 안 공동체 형성이 힘들 경우 학교 밖 학습공동체를 사고해야 한다. 학교 밖 학습공동체는 몇 가지의 장점을 가진다.         


 ❍ 주제 중심으로 협력하기에 좋다.

 ❍ 학교 안보다는 전문가 교사가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

 ❍ 모임과 실천 공간이 분리되어 관계에서 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 다른 학교 사례를 풍부하게 공유할 수 있다.     


학교 밖 학습공동체를 구성할 때에는 모임 공간의 문제, 이동 시간, 관심사의 차이 등이 문제점이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다. 학교장의 입장에서 교사들의 이러한 사정과 학습공동체의 특징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지원하기가 쉬워진다.
      


5. 
학습공동체의 조건연대와 동행     


교사의 존재와 교육 상황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막개발되는 각종 연수 프로그램들, 구조의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라는 힐링 열풍, 잘 먹고 잘 살자는 건강 붐 등 이기적 욕망을 부추기는 ‘나 중심’ 구호들이 한창이다. 이런 현상들은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질병에 시달려보지 않은 교사가 없기에 건강은 요즘 교사들에게 최대 화두로 다가선다. 아이들 문제, 학교 문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심각한 스트레스는 교사들을 힐링으로 이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상여금, 학교평가 등등의 압박은 교사들에게 학점 위주, 시간 때우기 위주의 연수 프로그램을 찾도록 강요하고 있다. 문화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반영 방식이 왜곡된다는 것, 그런데 이것의 담지자인 교사들이 현상과 문화 사이를 통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들과 대화를 해보면, 교사에게 압박을 주는 구조와 관행의 문제를 알고 있으나 현실은 가깝고 구조는 멀게 느껴지니 우선 손에 닿는 것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 강요되는 현실이라는 벽, 교사들의 개별화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정책들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의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은 잘 알지만 폭력의 근원에 대하여는 고민하려 하지 않고, 연말정산과 연금 계산은 척척 잘 하지만 교사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하여는 무신경한 교사들이 늘고 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제쳐두고 나중에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급증하고 있는 업무와 아이들 생활지도 문제로 인해 앞에 닥친 일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우선 몸을 챙기고 마음을 쉬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상해 있고, 지칠 대로 지쳐있다. 육체적 질병은 물론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교사들이 개별화를 강요당하기에 맞춤한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관리와 통제는 개별화된 책무성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요구되는 기준과 지표에 따라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 외에 다른 사람, 다른 일에는 신경 쓰지 말라는 것과 같다. 관료화된 통제는 교사 개인이 해야 할 일을 세분하여 명확히 분담함으로써 그 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였을 때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보다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긴다. 타인의 지지와 도움의 필요성을 억누를 때마다 교사는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

사실 교사들이 자신들의 취약함을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약함을 표현할 때만 누군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은 누군가의 드러냄으로 시작하여 대화로 진행되며 실천으로 완성된다. 최초의 드러냄이 없다면 대화와 실천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어려움과 마주할 때 두려워하지 말고 이를 표현하여 주변의 동교 교사와 협력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대와 동행은 교사들의 개별화를 가속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맞서 함께 생각하고, 함께 서는 방식이다. 생각이 다르다면 치열하게 토론하여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그래도 좁혀지지 않는다면 다른 만큼 서로 확인하고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현 단계에서 생각하는 연대와 동행의 개념이다.     



6. 
학습공동체의 목적성장과 사유     


동식물이 자라나는 것도 성장이라 하며, 인간이 몸집이 커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성장이라 한다. 사람의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도 분명한 성장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잘 자라나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타인과의 풍부한 관계 형성 과정이 성장의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교사의 성장이란 무엇일까? 단언컨대 교사의 성장은 ‘교육적인 방법으로’ 그가 가르치는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조력하는 과정에서 온다.

전인적 발달은 지적 발달만이 아닌, 신체적인 건강함과 타인과의 관계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발달 개념이다. 또한 이 세 가지의 개념이 별개로 떨어진 상태에서 각각의 발달을 기하는 것이 아닌,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하며 연속적으로 재구성되어 나가는 경험의 과정이다. 아이의 전인적 발달의 이해, 그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각은 교사 자신의 반성과 성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반성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교사 성장의 방식이 바로 ‘사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업을 능숙하게 하는 것, 아이들과 잘 소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도 교사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지만, 그중 으뜸은 사유의 능력이 자라나는 것이다. 


교육적인 방법으로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조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람직한 발달은 즉시 확인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는 아이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아이의 바람직한 성장이 목적이라고 해서 동원되는 모든 방법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교사가 아이들 앞에 서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감독자나 경영자와 같은 역할로 아이들 앞에 설 수도 있고, 엄격하거나 자애로운 부모의 심정으로 설 수도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교사들은 ‘교육적 행위’를 통해서 가르침의 여정에 가담하는 존재이다. 교사는 의미 있게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물리적으로는 학생들 앞에 존재할 수 있다. 역으로 물리적으로는 학생들과 함께 있지만 우리의 삶에 학생들이, 또 학생들의 삶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 


‘교사의 성장과 사유’는 지금 이 시기 교사들이 깊게 생각해야 할 화두이다. 교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단순 기능인으로 내몰리고 있다. 관료주의는 깊고 넓은 사유보다 단순 반복적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교사들을 선호한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수업방식이나 기술을 뽐내는 교사가 전문가로 호명된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의 삶과, 사유, 실존 등을 떠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교사들이 이러한 점들을 인식하고 유익한 강의를 찾아 듣거나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동력이 된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존재, 사유 등에 대한 어휘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나는 때로 이것들이 과잉 언급되거나, 실천을 배제한 언술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 사유 등이 교사 개인의 사고에 머물러 사사화되고 이내 고착화되면, 교사의 삶에서 파생하는 부조화와 악순환이 교사의 노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긴다. 가르치는 자의 존재, 삶, 사유, 성찰과 같은 어휘들이 언술로 빠지지 않으려면 이것이 구조와 개인을 가로지르는 실재(reality)를 통하여 녹아드는 것, 혹은 그런 실천적 경험과 동반되어야 한다. 구조와 동떨어져 개인적으로만 성찰, 사유한다면 개인은 풍부한 지성을 갖게 되겠지만, 구조의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오히려 개인에 지나치게 집중할 때, 개인을 지배하는 몹쓸 구조는 온존 강화된다는 사실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권력은 늘 인간을 개별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교사의 ‘성장과 사유’는 위에서 언급한 ‘동행과 연대’를 덧붙여 말할 때 좀 더 힘을 갖는다. 함께 할 사람, 함께 할 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골방에 틀어박혀 좋은 책 읽고, 깊은 사유에 빠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뉘라서 가치 있게 살고 싶지 않을까? 뉘라서 정의롭게 살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가치와 정의를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견고한 구조와 시스템에 압도당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유, 성찰은 가치와 정의를 방해하는 몹쓸 구조, 그것을 지탱하는 여러 유기적 관계와 힘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실존을 강조한다는 것은 모든 ‘구조적 문제의 개인적 환원’이 아니라, 구조와 연결된 개인의 존재를 통찰적 안목으로 연결함으로써 얻어지는 성찰적 되물음 방식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른바 청춘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더는 내려놓을 것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마음을 비우세요, 내려놓으세요.’라고 공허한 주문을 계속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교사의 실천은 늘 이렇듯 갈등과 모순 속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듯 이루어져 왔다. 단순히 어떤 연수, 무슨 강의를 듣고 개인적 깨우침 정도에 머무는 정도를 넘어 그 속에서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에 생각이 이를 때 우리의 의식은 진정한 성장과 사유로 향한다. 학교장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교사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수를 담당하는 필자 역시 형식적 연수 한 번 이수하는 것보다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체화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7. 
공동체 리더의 덕목촉진과 나눔     


구성원들의 잠재적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하여 늘 노력하는 공동체에서는 설사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것을 긍정적으로 환원하여 볼 수 있는 리더가 있다. 모든 것을 구성원 개인이 가진 에너지의 한 종류로 보고 그것을 건강한 쪽으로 유도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옆에서 함께 고민한다. 이것이 ‘촉진(facilitation)’이다. 이런 성향의 공동체 리더는 구성원에게 무엇을 지시하기보다 먼저 본보기(model)를 보인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그것을 따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성과물은 늘 공유되거나 구성원들이 노력한 대가로 돌려진다. 어떤 경우 누가 리더이고 누가 구성원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질서와 규율이 잡혀있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목을 가진 리더와 그의 조직은 자유로움 속의 질서, 잠재적 가능성의 발현, 책임과 권한의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으로 발전해 간다.

 
‘나눔(share)’을 중시하는 리더는 공동체의 정보를 독점하지 않는다. 가능한 많은 정보가 구성원들에게 공유될 때 풍부한 판단의 근거가 되고 이렇게 결정된 사항은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며 주체적 참여에서 얻어지는 것은 구성원들 모두에게 돌아가는 성취감이다. 전문가 공동체는 ‘탈사유화(脫私有化)’를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공동체는 ‘누구의 모임’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리더가 중시해야 할 나눔의 정신이다. 지금 내가 이끄는 조직 혹은 학급을 대상으로 관찰해 보라. 구성원들이 나의 눈치를 많이 보는 분위기인지, 늘 행복해하는지, 의사결정은 주로 내가 하는지,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지, 물 흐르듯 소통이 잘 되는지, 리더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조직인지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내가 어떤 리더인지 알 수 있다. 

나눔과 촉진이 보장되는 조직 구성원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주체적으로 신장해 간다. 구성원들은 합리적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된 사항을 잘 추진하며 반성적 사고를 통하여 다음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활동 과정 자체가 에너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이요, 그 성과가 고스란히 구성원들의 능력을 신장하는 쪽으로 환원된다. 결국, 의도하지 않아도 조직에서 이뤄낸 성과의 양과 질은 통제와 처방에 의존하는 리더십보다 크다. 게다가 활동 자체가 즐겁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협력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 커버이미지 https://www.rev.com/blog/how-to-add-captions-subtitles-to-blackboard-online-course-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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