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우다이푸르
인도의 인기 있는 신혼 여행지이면서,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우다이푸르는 도시에 있는 큰 호수와 그 호수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한적함으로 유명한 낭만도시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한적함을 기대하고 찾아왔지만, 내가 머무르는 3일 동안 우다이푸르에서 축제가 열린단다. 숙소의 호스트 아저씨는 나에게 "You are lucky."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참 not lucky한 기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축제는 낮부터 밤이 늦도록 계속돼 잠들기 직전까지 도시 전체가 시끌벅적했다. 노래를 부르는 소리, 소리를 지르는 소리, 폭죽이 터지는 소리...
아, 내가 생각한 한적한 힐링은 이 게 아니었는데...
그래, 피할 수 없으며 즐기라고 했던가! 축제를 즐겨보자란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는 수많은 인도인들이 거닐고 있었고, 특히 인도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숨어 있던 여자들이 모두 이 곳으로 모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다른 도시와 달리 유독 여자들이 더 많아 보였다. 정확히 어떤 축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여자들을 위한 축제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 더 안심하면서 거리를 돌아다녔다. 내가 상상했던 우다이푸르는 아니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즐거웠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세련된 루프탑 카페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감자튀김을 시켰다. (워낙 카페가 깨끗해 보였기 때문에, 얼음을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원래 인도에선 얼음을 절대 먹으면 안 된다.ㅠㅠ)
호수도 보고, 왁자지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엽서도 적고, 일기도 쓰면서 나름의 낭만을 즐겼다.
거리로 다시 나가 걷다가, 바라나시에서 만난 인연인 주애언니와 수정언니를 우연찮게 만났다. 언니들도 축제를 구경하다 카페에 가는 길이라고 하여, 언니들을 따라 카페에 함께 갔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고, 방금 먹은 감자튀김이 너무 맛있었다고 자랑을 했는데 언니들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 카페 위생 최악이어서 절대 가지 말라고 저번에 말해줬잖아!"
아... 내가 간 루프탑 카페는 언니들이 예전에 알려준 우다이푸르 맛집 리스트에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표시된 곳이었다. "에? 그래도 감자튀김은 익힌 것이니까 괜찮겠죠~ 설마요~" 라며 애써 웃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그날 밤,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물갈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