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이 주는 위로
최근 재밌게 본 영국 드라마가 있다.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가까운 미래를 그려낸 SF 드라마 years&years다.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어떻게 변해갈지
흥미롭게 그려낸다.
거기에 브렉시트부터 미중 갈등, 난민 문제와 경제 문제 등 불거지는 현안에 대한 풍자 섞인 미래상을 적절히 버무렸다.
이와중에도 부모와 자녀는 여전히 소통하기 어렵고,
남편과 아내는 신뢰하지 못하고, 고부간의 갈등은 국가와 문화를 떠나 동일하게 재현된다.
개인의 삶도 시대의 흐름도 다사다난하기는 끊임이 없고, 기술이 변해도 삶의 문제는 어느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모양만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의 변화를 6개의 에피소드에 빠르게 담아내다보니 매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예측이 그럴싸해 보는 재미가 있지만 가끔 섬뜩하기도 하다.
가까운 미래를 미리 본다는 관점에서
과거의 시점에서 지금의 현실도 다르지 않게 끔찍하겠구나 싶다.
더 편리하기 위해 만들었고 편해서 사용하던 것들에게 어느새 우리 삶이 잠식되고,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보면,
내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꽤나 자족적인 삶이고 주체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의도치 않은 오해와 실수들이 얽혀있는 세상에서 조용히 제 몫을 다해 열매를 만들어내고, 정직하게 맛을 내는 재료들을 직접 만지고, 만들고, 먹을 때, 우리는 알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공예를 배우고, 글쓰기 모임을 갖고, 다시 공부를 하고, 러닝을 하는 등 요즘 부쩍 사람들의 취미 생활이 늘고 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아무것도 맘대로 할수 없는 세상에서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내 손으로만, 내 힘으로만 살 수 없는 삶을 살아가며
다들 각자만의 '자기 확인'의 도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내게 위로의 도구는 '글쓰기'와 '요리'다.
내가 왜 '요리'를 자꾸 하려고 하는지 되짚어보면
그날 그날의 이유와 함께 근본적으로 '직접 한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일부를 채우려고 했지만
무언가 혹은 누군가의 일부가 된 것만같은 사람들에게 나름의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