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의 응어리

<난 학교 다니고 싶었어>

by 카이

일본 요양원의 아침이다. 할머니 한 분을 송영차량을 이용해 요양원으로 모시고 오는 차 안에서 할머니와 가벼운 대화를 하다가, 의도치 않게 할머니 가슴속에 묻어둔 응어리를 내가 꺼내버리고 말았다. 


철도 밑을 지나가는 중, 한자가 보여 무심코 94세의 마사코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저기 보이는 간판의 저 한자는 일본어로 어떻게 읽어요?


이미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던 나에게는 아마도 일본어는 영원이 정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모르는 단어와 발음을 하나씩 물어가며 쌓아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일본어 공부를, 이렇게 하나씩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면서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할머니는 나에게 즐겁게 대답하셨다. 내가 아는 지식을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이렇게 신이 나는 일인 것 같다.


"음~ 저건 저 밑을 통과할 수 있는 차 높이가 2.6 미터까지 라는 뜻이야. 큰 차는 못 지나간다는 뜻이지"


"네~ 저도 뜻은 대충 알죠. 저 일본어 한자를 일본어 발음으로 정확하게 어떻게 읽어요?"


할머니는 갑자기 난처해하시며 머뭇거리시더니, 낯빛이 급 어두워지셨다. 아니 왜?


할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시곤 몇 초 뒤 입을 떼셨다.


"내가 어렸을 때..."


라고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한번 뜸을 들이시다가 본인의 어릴 적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내가 어렸을 때, 난 너무나 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학교에 안보내줬어.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집안일 돕거나 밭에서 일했어. 그게 내 평생의 상처이자 한이야”"


"네? 아… 네…”"


sticker sticker


할머니 마음속 깊이 숨겨진 응어리를 끄집어내려고 물어본 게 아닌데,


단순히 일본어 한자발음을 가볍게 물어본 건데... 이야기가 삼천포로 가 버렸다.


이런 맙소사. 내가 죄인이네.


할머니 제가 죄송합니다. 한자발음은, 제가 알아서 인터넷으로 찾아볼게요.


지금과 다르게 기근과 가난, 그리고 전쟁 때로는 치료법이 없던 질병을 수없이 경험해 온 노인들이시다.


그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 수 없으니, 어르신들 앞에선 자나 깨나 입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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