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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에게나 옳은 Apr 26. 2023

우아하게 나이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누구에게나 옳은.32

선물처럼 찾아온 여인


어느 해 1월 8일, 나는 뛰기를 멈췄다. 젖은 머리칼를 휘날리며 출근을 향해 뛰지 않았다.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며 경보와 뜀박질 사이를 오가지 않았다. 퇴근을 향해 뛰지 않았다. 숱하게 뛰어다니던 인생의 한 시점이 종료되었다. 앉은 자리가 달라졌다. 승진과 더불어 일터에서 나의 몸이 해방되었다. 팀장이 되었다. 몸 쓰는 육아도 일단락되었다. 오랜 기간 나를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온 시간이 끝나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어느 날, 잡지에서 빛이 나는 여인을 발견했다. 커다란 분홍 장미가 탐스럽게 핀 정원에서 장미색을 꼭 닮은 오프숄더 롱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한 손을 허리에 올리고 세상을 향해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와! 우아하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잡지에서 조심스럽게 그 여인을 잘라냈다. 내 책상 위로 모셔왔다. 그 여인처럼 되고 싶었다. 



우아함을 향한 좌충우돌의 시간

우아한 나를 그리며 셀프모의고사를 치렀다. 옷장에서 불합격한 옷들을 꺼냈다. 헤어스타일을 연구하고 퍼스널컬러를 탐색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팔자걸음(내 오른발과 왼발이 서로 밀어내는 사이인 줄 미처 몰랐다.)도 고쳤다. 우아함과 한결 가까워졌다.  

내면의 우아함을 갖추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 자기계발 워크숍에 참석했다. 기대와는 다르게 워크숍의 첫 미션은 살아오면서 미안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하기였다. 주저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용기를 내기까지 가슴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두 번째 미션은 나의 북극성 찾기였다. 평생 남들처럼 되려고 애만 쓰다 죽을 거냐는 리더의 쓴소리에 마음이 열렸다.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다.  

워크숍을 계기로 나를 더 알고 싶어졌다. 심리상담사가 진행하는 ‘마음을 청소하는 25가지 질문’ 리추얼에 참여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어두운 기억과 편견에 빛을 쪼여주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이 된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마음 결이 단단해지자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일었다. 이전보다 삶의 목적이 분명해지고 나를 조정하던 부정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니 주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내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돈 쓰기를 멈추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집중했다. 관계가 정리되니 비로소 깊은 여유가 찾아들었다. ‘점핑’의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달라졌다. 우아하게 나이 들기 위한 치열한 모의고사를 통과했다.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재검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혼자하기 힘들다면 자기 개발와 자아 성장을 도와주는 워크숍에 참석해보는 것도 괜찮다.   



우아한 마음 가짐 


1. 명상

지지부진하고 지난한 직면의 과정을 거친 후에 주어진 단단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의 시작과 끝을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다.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로 보이고, 들리고, 느끼고, 떠오르는 상념들 사이를 오가다 보면 고요함이 찾아온다. 아침 명상은 나의 하루에 필요한 우아함을 갖추게 해준다.  


2.감사일기

잠들기 전에는 감사 일기를 쓴다.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다시 잠들기까지, 하루를 반추하면서 고마운 일들을 기록하다 보면 슬며시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느껴진다. 우아하게 잠들고 우아하게 일어난다. 

하루 세 가지 감사를 찾기도 버겁던 처음과는 달리 100개도 거뜬히 찾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안 써 보면 모른다니까요!” 정말이다. 


3. 도움받은 책

책 <아비투스>는 나의 우아함을 촘촘히 채워준 실용서이다. ‘아비투스’는 사회문화적으로 결정되는 제2의 본성, 취향, 습관, 아우라를 말한다. 책은 인간의 품격을 좌우하는 7가지를 자본으로 명명하고, 최고의 아비투스를 지닌 상류층 엘리트들의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자본에 대해 적나라하게 풀어놓는다. 책을 읽으며 우아함과 거리가 먼 몸짓, 말투, 억양, 발음, 취약한 버릇들을 바꾸고 필요한 것들을 채워 나갔다. 

외모가 나를 규정한다는 <아비투스>와 반대로 <인생의 태도>는 ‘네 외모가 과연 너일까?’ 라고 묻는다. 오렌지를 짜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 것처럼, 타인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화, 증오, 스트레스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안에서 나온다는 부분에서 오래 머물렀다. 내 직업이, 내 가족이, 친구가 나를 규정하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어떤 인간이라고 믿으면 그것이 바로 나라는 주장에 끌렸다. <인생의 태도>에서는 내가 하루 종일 한 생각과 선택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두 책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지만 삶의 중심에 나를 우아하게 세워놓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아한 취미 


1. 인생을 함께 뜨는, 뜨개질   

월요일 밤 10시가 되면 뜨개 ZOOM이 열린다. 준비물은 뜨개실과 바늘. 각자 뜰거리를 챙겨서 화면 앞에 앉는다. 우리의 정체성은 뜨개하는 오드리 햅번이다. 

용인에 사는 번역가가 들려주는 번역 이야기, 파주에 사는 그림책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일산에 사는 퀼트 장인의 캐나다 여행기, 같은 동네 사는 푸드커넥터의 제철 요리 이야기를 들으며 뜨개 삼매경에 빠진다. 계절이 바뀔 때면 통영으로, 제주로 뜨개 여행을 떠난다. 전시도 했다. 작년 연말, 뜨개하는 손을 사진에 담고 서로의 손을 이은 전시회에서 우리는 유쾌하고 우아한 파티를 즐겼다.  


2. 아크릴화 배우기   

스케치북을 마주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굵은 선, 가는 선을 균일하고 반듯하게 그려본다. 가로와 세로가 익숙해지면 점찍기를 배운다. 붓을 누르는 힘을 조절하며 숱하게 점을 찍는 시간을 통과하자 기다리던 캔버스가 주어졌다. 

화사한 봄을 그리고 싶었다. 빨강색과 흰색, 노랑색과 흰색의 명도와 채도를 조합해가며 서툴지만 신중하게 붓을 놀리는 사이에 벚꽃이 벚꽃다워지고 개나리가 개나리다워졌다. 근사한 몰입을 경험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예술을 구현해보는 취미가 새로운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서로에게 배우며 닮아가는 결이 고운 친구들을 얻었다. 



어떻게 나이 들어 갈까


우아한 삶은 몸가짐과 성품을 훌륭한 수준으로 높이고 유지하는 삶이다. 다이어트에도 요요가 있듯 우아함에도 요요가 있다.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환경을 잘 갖춰놓았다면 유지에 힘을 써야 한다. 세상 속에서, 관계 속에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지혜롭게 응수해야 한다. 빠른 템포보다는 느린 템포로. 

나이듦은 느려지는 과정이다. 무력한 느림이 아닌 깊이 헤아리기에 더뎌지는 느림이다. 다사다난한 생의 여러 지점을 통과했기에 세상을 배려하는 느림이다. 천천히 걷자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화답하는 느림이다. 느림의 과정을 잘 통과한 사람에게서 우아함은 찬란하게 피어난다. 그러니 나는 계속 우아하게 살고 싶다. 



지금 내가 몇 살인지 모른다면 나는 몇 살일까? 


<인생의 태도>에서 웨인 다이어는 말한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 중년인가요? 젊은가요? 

이제 자신이 몇 살인지 잊으세요. 

노화 과정은 태도와 자기 인생에 관한 믿음의 직접적 결과입니다.” 

나는 몇 살일까? 나는 언제까지나 우아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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