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마음 고생, 몸 고생 (나의 둘째 난임 이야기)

by 웰시


15년도부터 연재해온 제 만화를 네이버베스트도전만화 플랫폼으로 오래 봐오신 독자님들 중에는 휴재 후 갑자기 세 아이 엄마로 돌아온 저의 이야기에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는 분도 계셨어요. 육아와 귀국으로 바빠 웹툰을 쉬는 동안 중간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생략해버렸네요.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치루며 가장 힘들었던 건 몸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이었어요. 특히, 정상적 임신이 아니라고 추정되는 상태로 꽤 긴 기간 추적 피검사를 재차 반복하며 막연히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을 땐 정말 피 말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요,


그러다 결국 ‘자궁 외 임신’된 곳인한 쪽 나팔관이 터져 위급한 상황이 되는 바람에 (당시 의사는 제 뱃 속이 피바다 상태라 표현했는데) 큰 병원으로 옮겨져 당일 응급수술을 받았고 파열된 나팔관까지 제거해야 했을 땐 너무 속상하다 못해 현실감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수술 후 4박 5일 입원해 있는 동안 우연히 제 병실 옆에 붙어 있는 소아병동을 유리창 너머로 매일 같이 보게 되었어요. 지나다니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보며 내내 마음이 무언가 숙연해지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아픈 아이들이 많구나.

어딘가에 돌봐야 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은 여기보다 더 많겠지.

이 할 일 많은 세상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하고 절망하고 아파하지 말자.

내 삶에 원하는 무언가가 더해지지 않았다고 그것때문에 원망하고 좌절하지 말자.

대신 이미 허락된 것들에 감사하고 충분하다 여기자.

그리고 첫째 아이 하나만도 사랑하며 키우자.‘


라고 다짐하게 됐어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고통과 불행이 나에게도 교통사고처럼 일어난 것 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최소한의 회복기만 가진 후 미국에 있던 남편 곁으로 돌아갔죠.


그 후 시간이 흘러 한국에 갑자기 다시 오게 되면서 미련을 남기지 않고자 치루어 보게 된 마지막 (냉동배아 이식) 시도에서 예기치 못하게 쌍둥이 두 아기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당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솔직히 임신이 될 거라는 기대 자체를 전혀 못했고, 쌍둥이일 거라고는 더더욱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서 무척 얼떨떨하게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혹시나 또다시 잘못 될까 하는 두려움에 태명도 짓지 못하고 임신 기간을 보내기는 했지만요.


솔직히 이토록 어렵게 아이를 가졌던 게 무색하도록 쌍둥이 육아는 임신 과정보다 극도로 더 힘들어 많-이 놀랐는데요.^ ^; (체감으론 첫째 하나 키울 때보다 열 배는 더 힘들어 정말 혼을 쏙 빼놓았답니다.) 그래서 ‘사람 일이 참 묘하다. 전에는 아이가 갖고 싶어 울었는데 이제는 그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울고 있다니.’ 하며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튼실하고 건강하게 자라난 아기들을 보면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요즘은 그 사이 아기들이 그래도 좀 커서 웃을 일도 많아졌고요.


무쪼록, 여러분에게도 아프고 고통스러운 어떤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현재의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는 거름으로 잘 아물고 스며들기를 바라고 응원드려 봅니다.


연말에 한 번쯤 꺼내어 나누고 싶었던, 저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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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만화는 아래 링크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만화(웰시네 부부에세이):

https://m.comic.naver.com/bestChallenge/list?titleId=650919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welsh_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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