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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로 부족한 지금

98프로 채워가는 지금

by 세만월

형사 민사 건으로 불려 다니고

보고 싶지 않은

수신거부로 차단해 놓고

읽지 않았던 그의 글들을 다시 읽고

캡처해 제출해야 하고


며칠 전 학술지 논문심사에서

수정후재심받아 논리적 보강하여

고쳐 써 다시 제출해야 하고


세례식 전까지 복음서 필사하고

신부님이 내주신 수두룩 빽빽 시험 문제를

두 권의 교리 교재 보며 답 적어 내야 하고

여러 개 기도문 외워야 하고


아이는 오늘 그에게 가는데

갔다 오면 아이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것 같고

퇴근길에 아이는 여기 있겠네 하고는

걱정 우려 다잡고 반대노선 전철을 타야 하고


친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앓던 파킨슨이 심해져

거동이 불편해져 감이 하루가 다르게 보이며

아버지를 어떻게 모셔야 하나

내 문제가 정리되고 나서 더 보살펴드릴 건데

시간이 내 계획대로 될 리 만무함에

걱정 우려 자책 비난 등을 다스려야 하고

아버지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지 않는 내 모습에

또 한 번 자책 실망하고


새벽 5시 기상 사무실 8시 30분 도착

18시 퇴근 집 20시 30분 도착

출퇴근에 대여섯 시간을 보내고

서울역 KTX가 내 집처럼 편안하고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상담과 사업 업무

다달이 받는 슈퍼비전 준비...


(어젯밤 교육분석받는 중에)

제가 요새 징징거리는 것 같아요.

모두들 힘듦은 매한가지일 텐데.

몇 달간 아무것도 않고 있었던 것 같아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요.

두 달 전 받은 수비도 전자수첩에 작성하지 않고

한 달 전 받은 수비도요.

담주 받으려고 했던 심리검사 수비는 두 주 미뤘고요.


한꺼번에 이걸 다하고 있어

내가 ○○이를 위로하려는 게 아냐

누구라도 이미 나자빠졌을 거야

징징거려도 돼


이혼은 3년째면 거의 다 왔어

논문은 담주 초 제출하면 되고

그리고 수비받음 되고

수비 안 받고 있다고

상담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

내담자 말만 경청해도 충분해

○○이는 그러고 있고

본인의 강점을 봐 믿고


하나씩 다시 해볼게요

상담에 더욱 집중해 내적 성장에 귀 기울이자

그게 지금 내 일이다 생각 들면서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교육분석 선생님이 보내주신 '좋은글'(20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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