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과서/교재/인강/학원사업 등 교육업을 하는 기업에서 초/중고생 대상 영어교육 애플리케이션 UX/UI 디자인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것이 성인용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식으로 UX/UI 디자인이 이루어지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실 맞고 틀린 어떤 절대적인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ㅎㅎ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주의사항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교육업계에서 어린이용 교육 앱을 제작하면서 느끼고 배운 내용을 5가지로 요약하여 보았습니다. 이 글이 정답이거나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지만 처음 어린이용 교육 앱/웹을 제작하시는 분들께 약간의 참고사항이 되면 좋을 것 같네요~!
1. 서비스 타겟의 확장
우리가 어린이용 교육 앱을 만들기로 정한 뒤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린이용 콘텐츠이기 때문에 어린이의 Needs만을 고려하여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린이지만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린이가 아닙니다. 서비스 구매자의 입장에서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우리의 서비스가 아이들에게까지 도달하지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학교나 학원 같은 곳에서 쓰이는 콘텐츠라면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과 같은 ‘서비스 관리자’ 역시 부 사용자로 놓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원에서 쓰이는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가정한다면,
서비스 사용자(주 사용자)인 어린이, 서비스 구매자인 학부모, 서비스 관리자(부 사용자)인 학원 선생님 이렇게 세분류의 집단을 서비스 타겟으로 정해야 합니다. 세 집단을 모두 리서치하여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고 이들의 니즈를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UX컨셉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만약 어린이만을 타겟으로 하여 콘텐츠에 재미요소만을 강조하게 되면 서비스 구매자인 학부모에게 매력을 끌지 못할 것이며, 반대로 학부모를 타겟으로 하여 콘텐츠의 신뢰성과 학습효과를 강조하게 되면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입니다.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이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그러니 콘텐츠의 ‘오락적 가치’와 ‘교육적 가치’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 내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2. 연령층에 따른 UI디자인 변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한 해가 거듭할수록 인지발달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1~2년 사이에도 선호하는 디자인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용 콘텐츠는 타겟 연령층을 넓게 잡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층을 세분화하여 타겟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보육기인 4 - 6세, 전기 학령기인 7 - 9세, 후기 학령기인 10 - 12세, 청소년기인 13세 이상으로 연령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도 어린이용 앱을 이와 같은 연령대로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제작 시에는 이 안에서도 정확히 어떤 연령을 메인 타겟으로 할지 정하고 그게 맞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 좋습니다.
기존에 나와있는 어린이 교육 앱을 연령에 따라 분류해보았는데요, 이들 사이에 명확한 차이점이 보이지 않으신가요?
더 자세하게 연령층에 따른 예시 콘텐츠를 분석해보면서 특징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핑크퐁 가나다 한글, 재미쏙쏙 123 - 피니키니 숫자놀이, EBS 한글이 야호, 두브레인
4 - 6세의 앱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큼직한 디자인과 밝고 높은 채도의 색감으로 시선을 확 끌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 경쾌하고 다양하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어른들이 느끼기에 좀 과하지 않은가 싶어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음향효과들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요 버튼의 크기는 태블릿을 기준으로 성인 엄지손톱의 2~4배 이상의 크기로 만들어, 어린아이들이 쉽게 터치하도록 만들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연령층의 아이들은 근육통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터치영역을 서로 붙여놓지 않는 것이 좋고, 멀티 터치 탭, 스와이프, 더블 탭 등과 같은 복잡한 인터렉션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 연령층의 아이들은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으므로 명확한 아이콘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인에게는 삼각형의 아이콘이 ‘재생’이라고 인지되어도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아이콘일 수 있습니다.
카카오 키즈, 생각이 반짝이는 지식별, 바다탐험대 옥토넛, 우당탕탕 아이쿠 7 - 9세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앱에서는 텍스트의 분량이 좀 더 늘어나고 터치 영역이나 디자인 요소들이 작고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심 영역의 콘텐츠 크기는 아직 크고 화려하지만 세부 콘텐츠(설정 버튼이나 뒤로 가기 버튼)의 디자인은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요소들도 매우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이 연령대의 아이들이 인지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지속적인 학습을 위해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획하여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랭콘 아일랜드, 스피킹덤, EBS 허풍선이 과학쇼, 비상교육 도형 길잡이 10 - 12세의 교육용 앱은 전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처럼 그래픽이 화려해지고 만화 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앱 전반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용 콘텐츠를 게임 형식으로 만들 때에는 특히 보상에 대해 고려해야 합니다. 배지를 받거나 포인트를 쌓는 방식이 많으며, 요즘에는 그 보상을 모아 오프라인의 선물로 교환하는 서비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내공 100+ 중등, YBM리더스 13세 이상부터는 레이아웃 구조가 급격하게 심플해지고 정리된 느낌의 디자인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포가 작고 많으며 색을 1~2가지로 유지하여 디자인 요소보다는 교육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제 복잡한 학습을 해야 하고, 텍스트가 많아질 수밖에 없음으로 그 외에 요소들은 심플하게 설계하는 것이 밸런스 유지에 좋습니다.
3. 캐릭터의 활용
대부분의 어린이용 콘텐츠에는 메인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살려 굿즈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종종 아이들은 제품의 이름이나 다른 측면에서 캐릭터의 얼굴을 기억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식과 브랜드 유지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의 캐릭터는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요?
쥬니어네이버 인기캐릭터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의 공통점을 보면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조형적 요소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쥬니어네이버'내의 콘텐츠 중 인기 캐릭터 67종을 기준으로 캐릭터의 외곽선, 신체 비율, 표현 소재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67개의 캐릭터 중 53개의 캐릭터가 외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면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9개의 캐릭터는 굵은 선, 5개의 캐릭터는 가는 선을 사용하여 캐릭터를 표현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외곽선에 강한 굵은 선을 사용함으로써 캐릭터의 주목성과 가시성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였지만, 최근에는 외곽선 없이 면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함으로써 캐릭터 자제의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더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67개의 캐릭터 중 43개의 캐릭터가 1~2등신의 비례로 표현되었으며 3~4등신의 캐릭터는 21개, 5~6등신의 캐릭터는 3개만 표현되었고 7등신 이상의 사실적인 인체 비율을 가친 캐릭터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습합니다. 아동은 자신과 비슷한 비율의 캐릭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캐릭터의 소재를 분석해보면, 67개 중 41개의 캐릭터가 동물 캐릭터이고, 인물 캐릭터가 23개, 사물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3개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들의 감성에 가장 친근감을 일으키는 소재가 동물형 캐릭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자면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조형적 요소는 면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1~2등신이며 동물인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위의 조형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이러한 요소에 부합하는 캐릭터만을 만들다 보면 캐릭터의 독창성과 다양성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전형적인 요소를 고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쥬니어네이버'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학생들보다는 어린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임으로 자신이 만드려고 하는 콘텐츠의 대상이 초등학생 고학년 이상이라고 한다면 그에 맞는 예시 서비스의 캐릭터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분석해보면 그 나이대 아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조형적 요소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4. 적절한 피드백 필요
아이들은 앱 구조가 복잡해지면 앱 내에서 길을 잃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구조도를 설계해야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전달하려는 콘텐츠의 양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조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이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인식시켜주기 위해 상단에 현 위치를 띄워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도록 뒤로 가기 버튼이나 홈버튼을 항상 노출시켜주면 어린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앱으로 학습하는 콘텐츠는 처음에는 화려한 그래픽에 큰 학습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서 학습 지속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학습 중간중간에 동기부여를 위한 응원 메시지를 넣어주거나 중간 학습결과를 제공하면 어린이들이 성취감을 느껴 끝까지 학습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참을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 응원 메시지로 인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금방 지루해하고 싫증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 안전장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콘텐츠분쟁조정위 조정신청 사건 유형 건수 비율을 조사한 결과 46%가 미성년자 결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콘텐츠에서는 이러한 오결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더욱더 필요하겠죠?
인앱 구매를 위해서는 부모의 지문이나 부모들만 알고 있는 패스워드를 입력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실수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또한 와이파이 접속 구역이 아닌 곳에서 데이터를 사용하여 앱을 진행하는 것도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환경에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 막아놓을지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해야 합니다.
6세 이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부모는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게이트를 설정하여 사용자 설정이나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금 관련이 아니더라도 사용시간 관리, 이용 연령 제한 관리, 캐릭터 잠금(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것)등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앱을 사용하게 하면서 우려할 만한 사항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이와 같이 5가지의 주의사항을 살펴보았는데요, 위의 5가지 사항을 모두 고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테스트, 관찰, 연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려고 해도 어린이들의 취향, 신념 또는 요구와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아이들과는 다른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만나보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글은 더욱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uxdesign.cc/designing-apps-for-young-kids-part-1-ff54c46c773b
https://uxdesign.cc/designing-apps-for-young-kids-part-2-d57bc6dd86ae
https://designshack.net/articles/graphics/website-design-for-kids-tips-and-ad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