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이 책은 북클럽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제목을 듣고 인간의 시작을 인문학적으로 풀어줄거로 지레 짐작하고 산 책이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인류 기원을 고고학적으로 파해치는 학술적인 내용이 주로, 나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손에 잡은 김에 다 읽었다.
이 책에서 이해하기로 고인류의 기원은 약 500만전까지 멀리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이 책은 고인류를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을 시대별로 나열한다. 고고학으로 발굴된 크고 작은 뼈조각을 해석하고, 첨단 DNA 분석기법까지 동원하면서 발전해 온 고인류학의 발전사와 기존의 고인류 학설을 뒤집는 새로운 가설의 등장, 여기에 읽힌 다양한 학술적 논쟁과 전개가 이 책에 나온다.
나는 고대 중국의 고전인 주역(周易)에 대하여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지식은 부족하다. 주역을 사람의 운세를 맞추기 위하여 역술인이 주로 보는 점술(占) 책 정도로 여겼었다. 그런데 언제인가 주역이 통계에 기초하여 인간의 속성을 분석한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개인적인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우주 만상(萬象)을 음양 이원으로써 설명하며서 그 으뜸을 태극이라 하고, 거기서 64괘를 만든 심오한 철학 사상이 도대체 그 옜날에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하여 의아했다. 오랜 검증 과정을 거친 후에 정립되고 인정받는 과학은 어느 날 한 사람의 천재가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에 대한 통찰이 통계학적으로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 주역은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1천년경 중국 주나라때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주역에 담긴 철학적 사상이 그 시대에 단번에 만들어 질 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에 대한 깊은 지혜가 담긴 철학서를 포함한 고전은 문자가 만들어진 이후 역사시대의 산물이다. 나는 주역을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조상이 수 많은 세대를 거치며 살면서 경험으로 쌓인 지혜가 대대로 구전되어 오다가 비로서 문자를 만나서 기록되어 현대까지 전승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인류학에서는 현생 인류의 시작으로 보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수십만전 전에 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선사 시대 사람들의 지혜가 10만년 전부터 축적되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싶다. 인간의 역사시대를 약 5천년으로 볼 때, 이 기간보다 20배나 더 오랜 기간 축적된 사람의 경험과 지혜가 주역 같은 고전에 담긴 것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와 같은 뜻에서, 동양과 서양의 깊이있는 고전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진 것일 수 있겠다.
우리는 불과 몇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4차산업과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단번에 바꾸어 버릴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10만년 보다 더 긴 시간에 걸쳐서 쌓이고 만들어진 인간의 기쁨과 슬픔, 번민과 고뇌, 시기와 질투, 분노와 위로,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근본 속성은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 부대끼며 사는 한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