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병자리 Jan 22. 2024

포니가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마케터가 바라본 경험공간 이야기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브랜드의 유산과 철학”을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은

가장 강력한 팬을 만드는 채널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오래간만에 일을 냈다. 아니 해당 마케팅팀이 큰일 한번 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 '헤리티지'를 되돌아보는 '포니의 시간'전시 이후 최근 몇 년간 막말로 파리만 날리던 모터 스튜디오 서울에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현대차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790명이라고 하는데,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이후 아직까지 전시가 지속되고 있다. (전체 규모는 축소됐지만)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소비자 관심 바로미터인 검색엔진 키워드 검색량이나 소셜 트렌드를 살펴봐도 확실히 '포니의 시간' 전시 이후 관심이 폭증했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 서울” 키워드 검색량 (22/1~23/11)


소셜 분석(22/12~23/12), Source :  썸 트렌드



보는 관점에 따라 인기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크게 2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헤리티지 스토리, 즉 브랜드의 유산과 철학을 직관적으로 소구 한 전략과 연출이다.

국산차 최초의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라는 강력한 헤리티지를 무기로 다양한 탄생 비화를 한 권의 스토리북으로 묶고 이를 공간에서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와의 인연과 협력, 양산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 섭외 비하인드 등을 필두로 당시의 계약서, 설계도면, 사진 등  타이타닉을 연상케 하는 발굴 미스터리를 어렵게 찾아 전시했다. (누가 찾았는지 고생깨나 했을 듯, 하지만 그 집념에 박수 쳐 주고 싶다)


그중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이대리 노트다. 훗날 사장이 된 이충구 대리가 이태리 현지로 급파되어 포니의 모든 제작 과정을 빼곡하게 기록한  노트의 색은 랬지만 엔지니어만의 집념과 의지는 보는 사람에게 여전히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대리 노트


둘째, 모범적인 정답이지만 참 풀어내기 어려운 다양한 세대와의 참여와 공감이다. 포니와 함께 한 시간'사진 공모전을 통해 전국의 집구석 먼지 쌓인 앨범들이 꺼내어졌고, 앨범 속 가족, 친구들과의 어린 시절 노스탤지어는 한동안 수많은 아빠,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긴 추억에 빠지게 만들었다.


포니는 올드카이기에 젊은 세대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잔나비와의 협업을 통한 작곡과 뮤직비디오는 신의 한 수였다. 과거 포니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요즘 세대에게는 빈티지한 감성과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라고 말한 정의선 회장의 인터뷰가 말해주듯 결국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멋진 공간으로 이곳이 재탄생했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문득 일본 미쯔비시 자동차의 오래된 광고카피가 생각났다.


웃거나, 사랑하거나, -하거나.
우리의 자동차가,

그러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자동차는, 당신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습니까?

― H e a r t-B e a t M o t o r s  


포니가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작가의 이전글 만화를 진심 사랑하는 낀세대  어른들을 위한 아지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