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힘으로 메이커와 서포터를 연결하다
‘지식 크리에이터’, 그들은 정보와 지식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많은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 그들 중 회사에서 익힌 업무 노하우를 활용한 상세 페이지 제작으로 누적 매출 300억을 달성한 인물이 있다. 바로 직장인 지식 크리에이터이자 前 와디즈 최연소 팀장이었던 최홍희 디렉터이다.
최홍희 디렉터는 와디즈 근무 당시, 상세 페이지 제작에 전문성을 보였고 와디즈를 이용하는 메이커들이 크라우드펀딩 성공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는 어떤 노하우로 이런 성공을 끌어냈을까? 최홍희 디렉터를 만나 지식 크리에이터와 와디즈에서의 생생한 스토리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전(前) 와디즈 콘텐츠 디렉터였던 최홍희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에서 상세 페이지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와디즈에서 메이커들을 만나, 그들이 와디즈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아가는 무대인 상세 페이지를 기획, 제작했고 때로는 디자인하는 일을 쭉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기획이나 피드백을 드렸거나, 직접 상세 페이지를 제작했던 것들의 매출을 합하면 300억 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메이커들이 만든 제품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초대장인 상세 페이지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초대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초대장과는 조금 다릅니다. 주최자가 누구인지, 파티를 여는 목적은 무엇인지, 이 파티에 오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촘촘하게 담겨 있는 일종의 소개서라고 이해하시면 쉬울 거예요.
그래서 초대장이라는 하나의 페이지 안에 이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이 제품이 시장에 있는 다른 제품들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를 소개할 수 있는 내용, 그리고 그 포인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시각자료들, 마지막으로 가격 측면의 우수성이 어떠한지까지 구슬 엮듯이 촘촘히 이어가는 일을 제가 주로 맡았습니다.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라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는 달리 적게는 한 달, 길게는 1년까지 제품을 기다려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고객의 눈높이에서 이 기다림의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고, 기다림의 시간까지도 고객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까지 맡았었습니다. 그래서 상세 페이지 제작도 하지만, 메이커들이 서포터들과의 소통 채널인 ‘새소식’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드리고, 때로는 제가 직접 새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하나를 길게는 두 달까지 전체적으로 리딩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존재하지만 그 중 최근 사례로 말씀드릴게요.
와디즈에서 프로젝트를 오래 진행했던 작은 뷰티 브랜드가 하나 있습니다. 화장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데, 제품력도 괜찮고 항상 신제품을 와디즈에서 맨 처음 선보였죠. 이 브랜드는 와디즈 펀딩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로 진출을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제가 투입되어 이 브랜드의 상세 페이지를 맡아드리기 시작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런칭만 했다 하면 숫자가 확 올라가는 매출 상승 곡선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현재는 어느 정도 감을 찾으셔서, 새소식 쓰시던 것도 제가 따로 가이드를 드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시고 콘텐츠적으로도 나아지고 계시죠. 그런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메이커분들 입장에서 매출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출 상승에 직접적으로 도움 드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유독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에 퇴근하시면 됩니다.(웃음) 아주 진부하긴 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예로 많이 이야기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1만 시간을 쌓는데 누군가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완전히 몰입해서 3년 만에 이뤄낼 수도 있습니다. 계단식 성장을 하는 데 필요한 노력에는 분명 절대적인 '양'이 필요한데, 저는 이 절대적인 양을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쌓느냐에 승부를 걸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가구보다 오래 회사에 머물고 서버보다 오래 일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웃음) 생각해 보면 실제로 압도적인 업무량이 초기에 따라줬던 덕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도 점점 찾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하면서 경쟁사 체크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외부의 상세 페이지도 많이 봤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플랫폼 안에 한정되지 않고 오히려 네이버나 쿠팡같이 다양한 자사 몰을 분석하며 저만의 콘텐츠 공식을 쌓아 올렸던 것도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하나의 팀으로 뭉쳐 있지만, 각자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다릅니다. 이 회사를 하나의 디딤돌 삼아 경력을 잘 쌓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 회사에서 언젠가 독립하기 위해서 나의 실력을 키우고 성장하려는 고자 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가 하면 목적 없이 그냥 회사에서 일하는 흐름을 따라가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팀이라는 건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회사가 원하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함께 일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팀원 각자의 목표도 채워주면서 동시에 회사가 팀에게 바라는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느냐’가 중간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을 이끌면서 팀원분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이분들의 커리어를 내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회사가 바라는 매출이나 어떤 지표들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팀에 있다가 완전히 새로운 직무로 방향을 전환하신 분도 계시고, 여기에서 쌓은 경력을 가지고 프리랜서 에디터로 밖에서 활동하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예 회사 안에서 직무를 한 번 더 바꿔서 콘텐츠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펼쳐나가시는 분도 계십니다. 즉, 종합적인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드리는 것이 중간관리자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계기는 정말 단순했습니다.(웃음)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회가 찾아왔었죠. 패션&유통 비즈니스 미디어인 패션포스트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는데, 그 당시 팀장님께서 저를 인터뷰이로 추천해 주셔서 인터뷰에 참여했었습니다. 그 인터뷰가 흔히 말하는 조회수 대박으로 이어졌습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퍼블리라는 또 다른 지식 플랫폼에서 칼럼 제의가 왔고, 칼럼을 열심히 5개 정도 썼는데 항상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곳에서 제 강점과 역량을 인정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은 미래 세대들에게 우리 삶에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은 꿈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일은 삶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모습을 미래 세대들에게도 보여주고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저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디즈에 근무할 때 ‘와디즈는 나에게 있어서 개미지옥 같다’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습니다. 일을 엄청나게 오래 했고, 외부에서 지식 크리에이터 활동까지 병행하다 보니 거의 3~4년 동안 주말 없이 매일 평균 12시간을 일했었죠. 그렇게 일을 하니까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힘든 게 사실이었고, 삶에서도 다양한 경험이 줄어들어, 저와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와디즈를 놓지 못했던 건 ‘콘텐츠 디렉터’라는 타이틀이 시장에서 얼마나 먹힐지에 대한 스스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회사를 졸업했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콘텐츠 디렉터’가 시장에 얼마나 먹힐 지에 관한 고민을 테스트해 보는 게, 현재 제 가장 큰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와디즈’라는 타이틀이 아닌 ‘콘텐츠 디렉터 최홍희’가 그간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얼마나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를 실행해 보는 것이죠.
장기적인 목표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보여주는 롤 모델이 되어 미래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떤 롤모델이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은 아마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이자 장기적인 목표가 아닐까요?
올해 2월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저 자신을 ‘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회사가 하나의 거대한 나무라면 콘텐츠는 그 나무의 뿌리와 같다고 볼 수 있죠. 뿌리가 없는 나무는 죽듯이, 스토리가 없는 회사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와디즈라는 회사를 떠난 지금, 저는 스스로를 ‘토양’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토양은 나무가 자라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독립할 수 있는 토양, 즉 자신의 힘으로 나무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해오는 일로,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 나무가 되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준생들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에 소박한 일상을 기록하거나, 작은 경험 하나하나를 정리하여 글을 써보는 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나만의 콘텐츠가 될 때,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물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신 있게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메이커에게는 크라우드펀딩은 만만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이미 시작을 한 분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합니다. 특히, 콘텐츠는 크라우드펀딩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서포터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만약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