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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Oct 29. 2022

#2 이스라엘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

대체 누구의 문제일까

어쩌면 너무 가혹하리만큼 잔인하게 느껴지는 대화였다. 동아시아권 아니, 한국의 일명 공손한 문화 속에서 자란 한국인이 날 것 그대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유대인 식 질문 공세로 가득한 대화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묻고 또 묻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되물어가면서 타인의 생각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까. 뇌를 헤집고 쥐어뜯어가면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도 본인이 이해되지 않으면 개의치 않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래서, 왜?" 라고 묻는 그의 질문 방식에 이골이 났다. 


일명 츄파Chutzpah 라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형적인 태도를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

엄청나게 뻔뻔하고 대담할 정도로 자신의 의사를 밀어붙이고, 굉장히 직설적으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며 목표를 관철시키는 태도이다. 이는 상하위계를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Israel: cross-cultural communication tips Youtube channel : You've got me wrong!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상하게 기분 나쁜 대화방식. 

멈춰서 생각해보니 어느 외국인 친구도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말한 적이 없었다. 


"하나 가져와 Bring one!"

"자, 들어봐, 들어보라고 Listen, Listen, Listen!!"

"이쪽이야 이쪽 이쪽 Come, Come, Come!!"


왜 그 흔한 "Please나, Can you~?" 같은 부탁조의 일상적인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인가?

분명 영어는 영어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생각해보니, 수많은 대화가 명령조에 반복적인 단어로 구성된다.  사람이 무례한 것일까? 말투가 무례한 것일까? 문화가 무례한 것일까? 

내가 동아시아권의 공손함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일까? 대체 이 기분 나쁜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지난 7월에 텔아비브 공항에서 만난 불친절한 택시기사를 다시 만났다. 새벽 비행 편인 데다가 교통카드도 없었고, 핸드폰에 데이터도 없고, 질식할 정도로 많은 짐을 가져온 터라 공용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번에도 잔뜩 화가 나 있는 얼굴로 그래서 네 주소가 어디냐고 묻는 택시 기사. 

핸드폰으로 주소를 보여줬다.

"핸드폰 이리 내!" 

"왜 쥐고 있는 거야! 가져갈 것도 아닌데!" 

"도착 주소가 어디냐고!"

난데없이 쥐어터지는 기분으로 겨우 주소를 알려주고 택시에 탔다.


"거기 중국인!!" 

"중국인!! 중국인!!"

대체 뭔 소린가 했다.


나를 보고 다짜고짜 중국인이라고 호명하는 이... 썩을 놈.

"한국인이거든요!"

다른 승객들이 킥킥거렸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그게 그거 아니야?"

싸우자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이분은 어른이니까 알려드려야겠다.

"절대 아닌데요!"

다시 승객들이 웃었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 짐을 내릴 때 또다시 

"니하오~"


인생에서 한 번도 써먹어보지 못한 주먹질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이런 무례함을 견디며 이 먼 곳까지 왜 왔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이 나라 말고도 살 곳은 많다.'

한 사람의 악한 면을 들추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문화권에서 내가 굳이 악에 받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그것이 최선인지, 할 만큼 다 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노력해야만 되는 것일까. 죽기 직전까지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인 것일까. 

아니다, 죽을 만큼 노력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숨 쉴 힘조차 남지 않는다.

여하튼 나는 여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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