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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준 Feb 11. 2019

끊임없이 달리는 새크라멘토의  대반격

NBA 심층 분석

최영준 농구전담 스포츠 에디터(yjchoi@rodaloft.com) 


새크라멘토는 1월 4일 현재, 치열한 서부 컨퍼런스에서 9위에 올라있다.


새크라멘토 킹스가 모두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새크라멘토가 잘한다고? 그래 봤자 승률 5할 겨우 찍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2019년 1월 4일 현재, 19승 19패를 기록하면서 승률 5할을 정확하게 사수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최장 기간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팀은 새크라멘토다. 영광스러웠던 ‘밀레니엄 킹스‘ 끝자락이었던 2005-06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후 지금까지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실패를 기록하고 있다. 12년 이상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은 NBA 역사를 통틀어도 불과 4개 팀 밖에 없다.


12년 연속 PO 진출 실패팀

[LA 클리퍼스] 1976-91시즌

[미네소타] 2004-17시즌

[골든스테이트] 1994-06시즌

[새크라멘토] 2006-18시즌


지난 시즌 미네소타가 버틀러, 타운스를 앞세워 플레이오프 한을 풀었기에, 이 기록을 이어가는 팀은 새크라멘토뿐이다. 너무나도 긴 암흑기 덕에 2018년 ESPN에서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우울한 팬’으로 새크라멘토 팬들이 선정될 정도다. (NBA뿐만 아니라 MLB, NHL, NFL 미국 4대 스포츠팀 모두 포함)


상황이 이러니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5할 승률은 새크라멘토 팬들을 포함하여 모든 NBA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만년 하위권 새크라멘토는 무엇이 달라진 걸까.


새크라멘토는 지난 시즌 잭 랜돌프를 중심으로 지공을 지향했다. 천천히 공을 운반하고 미드레인지를 주 옵션으로 삼아 공격을 감행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2017-18시즌 새크라멘토 스탯

평균 득점 98.8점 [리그30위, 멤피스와 공동 꼴찌]

ORtg 103.7점 [리그 29위]

DRtg 111.1점 [리그 27위]

TS 52% [리그 30위, 시카고와 공동 꼴찌]

PACE 95.0 [리그 28위]


미드레인지가 주 옵션이었기 때문에 2점 시도는 리그 3위에 오를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2점 야투율은 리그 29위로 꼴찌 바로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마디로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는 가장 느리게 공격하면서도 최악의 생산성을 지닌 팀이었다.



데이브 예거 새크라멘토 감독은 트레이닝 캠프 첫날부터 선수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의 농구는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함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를 개선할 의지를 피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새크라멘토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2018-19시즌 새크라멘토 스탯

평균득점 115.0점 [리그 5위]

ORtg 110.5점 [리그 15위]

DRtg 112.2점 [리그 10위]

TS 56% [리그 16위]

PACE 103.7 [리그 2위]


전반적인 공격 지표 모두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리그 최하위 수준에서 리그 최상위권 수준으로 바뀐 공격속도 때문이다. 



올 시즌 첫 6초 이내 야투 시도율 1위가 새크라멘토다. 예거 감독은 지난 시즌 전술의 핵심이었던 랜돌프를 빼고 윌리 컬리-스테인, 버디 힐드, 이만 셤퍼트 같은 젊거나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새크라멘토는 달리기 시작했다. 상대 림을 향하여 최소 두 명의 선수가 항상 전력 질주함으로써 4대3 또는 3대2 같은 공격에서의 우위를 가져간다. 상대방이 샷을 놓쳐도 달리고 득점에 성공해도 달린다. 상대방이 실책하면? 당연히 달린다. 이처럼 빠른 공격전개 때문에 중계 카메라가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 디애런 팍스

새크라멘토를 빠른 팀으로 변모시킨 주인공은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뽑힌 디애런 팍스다. 그의 루키 시즌이었던 2017-18시즌, 지공을 지향하던 새크라멘토는 팍스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혀 놓은 듯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팍스의 속도와 잠재력을 눈여겨본 예거 감독이 그를 핵심 선수로 지정하고 팀 체질을 개편함으로써 팍스는 날개를 달았다. 


2017-18시즌 팍스 FGA 히트맵 (좌) 2018-19시즌 팍스 FGA 히트맵(우) 지난 시즌에 비해 전반적으로 넓어진 활동량을 볼 수 있다.


디 애런 팍스 공격지표 변화

2017-18시즌 → 2018-19시즌 

평균 득점 11.6점 → 18.1점

야투율 41% → 47%

3점 성공률 30% → 39%

미드레인지 득점 비중 20% → 12%

속공 득점 비중 18% → 24%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새크라멘토지만 개선할 점도 분명 있다. 로스터 자체가 아직 어리며 비교적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팀이다.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조급함 때문에 놓친 경기가 꽤 있다.


2018-19시즌, 새크라멘토 승리한 경기와 패배한 경기의 기록 차이


실제로 올 시즌 승리한 경기와 패배한 경기의 차이를 보면 패배한 날은 3점의 성공률이 굉장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날보다 더 많은 3점 슛을 시도한 것을 볼 수 있다. 주체 못 할 만큼 높은 에너지 레벨의 폐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경험의 부족 이외에도 상대가 지쳐나가 떨어질 때까지 속도전을 펼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경기력은 급감한다. 특히 백투백 경기에서 평균 득점과 승률은 곤두박질친다.


휴식일에 따른 새크라멘토 기록 변화

[백투백] 평균 득점 104.1점 승률 37% FG 43% 3P 32% 턴오버 15.8개

[1일 휴식] 평균 득점 118.8점 승률 68% FG 47% 3P 40% 턴오버 13.6개


시즌 말미로 향할수록 체력적인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새크라멘토의 이 같은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빠른 트래지션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야투율까지 잡은 예거 감독의 새 전술은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최영준


그래픽=최영준



참고 기록 : nba.com, basketballreference, espn.com, yahoosports, cov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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