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을 산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자 목표예요. 하지만 집을 산다는 건 동시에 '모기지의 노예'가 되는 삶에 발을 들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거예요.
급여가 한 달에 두 번 들어오지만, 말일에 들어오는 급여는 거의 고스란히 모기지 회사의 통장으로 직행합니다. 농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엔 정말 그렇습니다.
작년 4월 26일에 클로징을 하고, 6월 1일부터 모기지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앱을 열어봤는데, 원금이 아직도 $351,434나 남아 있더군요. 1년 넘게 성실히 매달 $2,334.95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도, 눈에 띄게 줄어든 건 거의 없습니다.
다가오는 9월 1일자 납부 내역을 보면,
겨우 $358.13이 원금 상환이고,
무려 $1,976.82가 이자예요.
무슨 말이냐면, 내가 낸 돈의 많은 부분이 은행 이자로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내 집을 산 게 아니라, 은행 집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더 황당한 건, 한 달이 지나도 이자와 원금 비율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다음 달이 되면 이자가 고작 $2 줄고, 원금 상환이 $2 늘어납니다. 말 그대로 거북이 걸음이죠.
30년 모기지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처음 몇 년은 거의 이자만 내는 구조고, 원금은 찔끔찔끔 줄어들 뿐이거든요. 언뜻 보기엔 매달 2천 불 넘게 내니까 빨리 갚을 것 같지만, 실제론 대부분이 이자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래도 언젠간 내 집이 되잖아.” 맞는 말입니다. 언젠가는. 그런데 그 '언젠가'가 2053년이라는 게, 진짜 문제죠.
그래도 또 묘하게 희망은 있어요. 내가 갚는 매달의 납부금 속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원금이 줄어들고 있고, 그만큼 이자가 줄어든다는 사실. 아주 느리지만 결국은 종착지가 있다는 것.
원금 상환액이 이자액과 처음으로 같아지는 시점은 2041년 12월 26일입니다.
원금 상환액: 약 $1,169.65
이자: 약 $1,165.30
남은 원금 잔액: 약 $205,995.55
*1년밖에 안되었지만 ZILLOW나 레드핀에 가보면 많이 올라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