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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y 01. 2023

낯선 아름다움, 성공할 수 있을까?

힘내, 뉴 푸조 408

숫자 뒤에 ‘시리즈’를 붙여 읽는 차명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사람들은 BMW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양산차 역사에서 차명에 숫자를 중요하게 사용한 것은 푸조가 시초라 할 수 있다. 포르쉐가 ‘911’이란 이름을 선택한 것도 원래 901을 선택했다가 푸조가 가운데 ‘0’이 들어가는 작명법에 대한 고유 권한을 주장하는 통에 그랬다는 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그게 포르쉐에 더 잘 된 선택이었다는 건 패스. 


그 4 시리즈의 후예인 뉴 푸조 408이 돌아왔다. 한국 시장 공식 출시는 5월. 이미 미디어 간담회와 특별 전시를 통해 실물도 공개됐다. 십여 년 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혔던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의 신차, 그 낯선 매력이 푸조 브랜드의 반전을 이끌 수 있을까?




뼈대 있는 4시리즈, 부활한 헤리티지


유럽에서는 당연히 반응이 좋다. 형제차이자 거의 비슷한 디자인의 크로스오버인 시트로엥 C5X도 히트했다. C5X의 휠베이스 2,785㎜이고 408은 2.790㎜로 두 차는 크기도 비슷하다.


푸조가 디자인 면에서 받는 호평은 다시 언급하기 입 아프지만, 408은 단순히 ‘예쁜 차’를 넘어 헤리티지를 잇는 차다. 4 시리즈의 역사는 1934년에 등장한 401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양산형 전동식 하드탑 컨버터블인 그 차 맞다. 



4 시리즈는 그 자체가 단일한 장르를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1950년대의 403은 3박스 타입의 컴팩트한 세단으로, 전후 재건기 유럽의 자동차 문화를 이끌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인기를 누린 404 쿠페는 대중적인 중형 이하 차종에 고급스러운 라인과 볼륨감을 부여했다. 특히 404는 2.0리터 미만급의 승용 디젤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또다른 디젤 대중화의 공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190D와 대등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이 404는 2018년 파리모터쇼에 소개됐던 E-레전드(E-Legend) 콘셉트카에 의해 오마주되기도 했다. 




405 시리즈는 1990년대 간명하고도 스피드가 느껴지는 디자인, 랠리 및 르망 내구레이스에서의 전설적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주행의 다이내믹함을 전했던 전륜 구동 세단이다. 이 4시리즈의 유전자는 이후 406 쿠페, 407 세단 등으로 이어지다가, 브랜드의 플래그십이었던 607의 유전자를 함께 이어받은 508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크로스오버 차종은 2010년대 초까지 다수 등장했지만, SUV의 위세 속에 잠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점점 ‘로우 앤 와이드’의 디자인 트렌드와 SUV에도 불어닥친 쿠페 디자인 트렌드는 다시금 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을 환기시켰다. 지금 쿠페형 SUV들의 전고와 지상고를 약간 낮추면 그것이 곧 크로스오버라고 하는 장르의 프로필을 갖게 된다. 푸조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스타일의 차량을 만들면서 4 시리즈의 명패를 꺼낸 것이다. 



PHEV에 딱인 크로스오버지만, 우선 1.2리터 가솔린부터


사실 크로스오버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전동화다. 무거운 배터리팩을 차체 바닥에 설치한 전기차는 승차감 면에서, SUV와 세단 모두 약점을 지니고 있다. SUV의 경우 배터리팩의 패키징에는 유리한 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공차중량이 무거워지면서 조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단의 경우는 별도 구동축이 없어 레그룸 전후 폭을 확보하긴 유리할지 모르나, 배터리 팩의 높이 때문에 시트 착좌면과 바닥 간 거리가 좁아지면서 마치 낚시 의자 위에 걸터앉은 승차감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푸조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을 50kWh 정도로 만들고 대신 효율을 높이는 스타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는 있지만,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킬 경우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은 배터리 패키징이라는 과제에서, SUV와 세단의 보완을 이룰 수 있다. 또한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순수전기차)가 아니더라도 패키징 공간이 많이 필요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도 잘 맞다. 일반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용량이 2kWh 수준이라면 PHEV의 경우 10~20kWh 수준이다. 


푸조 408의 형제 차종인 시트로엥 C5X의 PHEV 버전


4월 18일부터 사전계약을 진행중인 푸조 408은 우선 1.2리터(1,199cc)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출시된다. 3008, 5008 SUV 및 DS7을 통해 국내에 선보였던 직렬 3기통 모델이다. 3기통답지 않게 정숙성이 뛰어나고 최고 출력도 130ps(5,500rpm, 유럽 사양 기준)에 달한다. 최대 토크는 23.4kg∙m(1,750rpm, 유럽 사양 기준)이다. 아직 파워트레인 상세 제원이 나오지 않아 우선 유럽 기준으로 표기했지만 국내 표시 기준도 거의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EAT8(8단 자동변속기)과 파워트레인을 구성하게 되는데, 동일한 파워트레인의 3008 SUV가 12.2km/L의 공인 복합 연비를 발휘한다는 점을 참고하면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출시 차량 중 이 파워트레인을 얹고 가장 무거운 차인 DS7도 14km/L가 넘는 실연비를 자랑한다. 자동차 세금도 싸다. 


다만 최고 출력 225ps에 달하는 PHEV도 들여올 수만 있다면 브랜드에 새로운 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각 브랜드들의 전기차 드라이브는 가속화되다가 잠시 주춤하다. 특히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수치 이외의 불편 요소가 상존하는데, 일반 전기차 대비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고 연비와 퍼포먼스가 뛰어난 PHEV라면 국내 시장에서도 승부해 볼 만할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 물량이 달려서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일상과 레저를 아우르는 공간감


이렇게 장점을 나열해도 누군가에게 푸조를 권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타는 사람들은 만족하는데, 문제는 소비자들이 과시적인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긍정적인 이미지와 경험을 확산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아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비슷한 장르 경쟁자가 없다는 것도 홍보에는 난점이다. 해외에서의 경쟁 차종 역시 C5X를 제외하면 비슷한 차종은 없고 아우디의 Q2, 토요타 신형 프리우스 등이 경쟁자로 꼽힌다. 경쟁자가 애매한 것이 이 차의 잘못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희망이 있다. 일단 기대보다 크고, 생각보다 싸다. 알뤼르와 GT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될 이 차는 모두 4,000만 원 대다. 거의 중형차급 휠베이스에, 트렁크 기준 536리터, 뒷좌석 폴딩 시 1,166리터 수준에 달하는 공간감, 업그레이드된 i-콕핏의 운전자 중심 공간 설계 등을 감안하면 선방한 가격이다. 


여기에 스텔란티스코리아 출범 2년이 되어가는 올해, 딜러들이 푸조 브랜드 강화를 위해 뜻을 모았다. KCC, 선일 등이 2025년까지 4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가급적 인증 중고차 사업부를 활성화해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제고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한다. 사실 고유가 상황이 언제든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효율 중심의 푸조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므로, 그 때 붐업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브랜딩이 필요하다.



덧붙여, 마케팅에서 굳이 C 세그먼트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 C 세그먼트는 한국에서 준중형으로 구분되는데, 현장에서 본 408의 이미지는 그냥 오버행이 짧은 중형 세단이었다. 큰 차를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굳이 ‘실제로는 준중형이에요’라고 알려주는 건 지나친 친절이다. 


오히려 도시적 일상과 아웃도어 활동을 아우르는 여유에 방점을 찍고, 사전 계약자들을 통해, 고객의 눈으로 보는 차량의 선택 이유, 장점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PR과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푸조의 유저였고, 시승차로 이 브랜드를 자주 접했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적절한 가격에 효율과 멋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차를 원할 경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푸조다. 오히려 기자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주행의 재미는 타면서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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