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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Sep 06. 2023

운전해? 눈으로 봐? 고민되는 SUV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 시승기

    

기대 이상의 크기, 역동성과 기품 갖춘 주행 감각, 아름다운 선과 인테리어의 조화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고급 SUV 브랜드 시장에 새로이 나타난 차이자, 마세라티 브랜드 안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차종이다. 차체 크기가 르반떼보다 작다고 해서 르반떼의 하위 기종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MC20가 지향하는 가치를 SUV 버전으로 보여주는 차라고 보는 것이 옳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



마세라티 그레칼레 시승, 안쪽부터 봐야 하는 차


모데나는 그레칼레 라인업 중 중간에 위치하는 모델이다. 2.0리터 엔진 중에서는 상위이며 최고 출력도 330ps로, 하위인 GT 대비 10% 높게 세팅돼 있다. 인테리어는 클랙, 다크레드, 아이스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시승차는 채도 높은 다크 레드였다. 사실 다크 레드 가죽은 다소 ‘싼티’가 느껴질 수 있는데 마세라티가 채용하는 가죽은 선명한 채도를 보여주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레칼레 1열


덕분에 SUV 시승차 중에서는 뒷좌석 테스트를 한 동승자에게 가장 좋은 평을 들었다. 시트 폼 자체가 주는 압력이 적당하고 촉감 자체가 고급스러워 안정감이 든다는 평가다. 사실 시승차를 받으면 운전자로서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2열 동승자의 입장을 살피는 데는 다소 피상적일 수도 있어 가족 중 연장자를 모셔 의견을 들어보았다.


2열 공간을 만들기 어려운 후륜 구동 기반  레이아웃이라지만 휠베이스가 2,901㎜나 되다 보니 웬만한 한국인 기준으로는 레그룸도 부족하지 않다.


그레칼레 2열


운전석 역시 부드럽고 편리한 것은 동일했으나 수동으로 조작하는 종아리 받침이 약간 불편했다. 신장이 작은 운전자는 좌석을 좀 앞으로 당겨야 하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종아리 받침대가 종아리 뒤쪽을 다소 압박하는 느낌이 있다. 물론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건 르반떼나 기블리에서도 경험했던 것이다.


센터 콘솔에 적용된 오픈 포어(open pore) 타입인 라디카(radica) 목재는 촉감이 좋다. 오픈 포어는 목재에 투명 우레탄 도료를 아주 얇게 칠해 내구성은 강화하면서도 나뭇결을 살리는 마감 방식을 뜻한다.



아름다운 가죽의 대시보드 트림
오픈포어 소재의 우드 트림




르반떼보다 스포티하고 콰트로포르테만큼 부드럽다


마세라티 브랜드의 본질은 어찌 됐든 레이싱 헤리티지에 기반한 역동적 주행감각이다. 특히 운전자가 조향 시 차와 느끼는 일체감, 도로 선형에 대한 솔직한 반응 등은 마세라티의 장기이다.


그레칼레 모데나는 부드러움과 역동성이 조화된 주행감각을 자랑한다


그래도 일단 처음에는 부드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그 부드러움은 콰트로포르테에 비춰도 손색없다. 전륜에 적용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자체도 상하 충격을 걸러내는 데 용이한 구조인데다 전후륜에 모두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분이다. 에어서스펜션의 높이 조절 단계는 6단계인데 가장 가장 높은 모드는 오프로드 2단계 가장 낮은 것은 에어로 2다. 타고 내릴 때는 마치 저상버스처럼 차고가 낮아진다. 덕분에 오히려 경쟁 상대는 마칸보다는 레인지로버 벨라 쪽이 가까워 보인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의 관용성은 레인지로버가 근소하게 우세한 느낌이지만 차고가 낮아졌을 때나 선회 구간에서 느껴지는 하체의 부드러움과 역동성의 조화는 그레칼레 쪽이 우세하다.


또한 같은 브랜드의 르반떼보다도 전장과 휠베이스가 짧다 보니 더 정교하다는 느낌이다. 범 FCA 영역에 있는 차들은 세미 버추얼 조향축 즉 전륜의 위시본 부품들이 이루는 힘의 균형을 통해 가상의 킹핀을 만드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 덕분에 노면의 상황과 선형에 따른 물리력 작용에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


브레이킹도 고급스럽다. 전후 4피스톤 타입인데 아무리 급한 제동에도 코를 처박는 느낌이 아니라 차 자체가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트로페오의 경우에는 브렘보, 모데나와 GT의 경우는 컨티넨탈 제품을 공급받는데, 전장 부품과의 통합 기술은 컨테넨탈 쪽에 좀 더 장점이 있다.


전륜은 단면폭 255㎜, 편평비 45%, 20인치, 후륜은 295㎜, 40%, 20인치다. 하부에서 들어오는 노면 소음 따위는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4륜 구동인데다 비오는 날의 아파트 주차장 같은 저속 주행에서는 타이어 일그러짐이 다소 과해 조향각을 가급적 둔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


모데나 트림은 20인치 휠이 적용된다


후륜의 차동 제한 장치(Limited Slip Differential)은 기계식이다. 트로페오의 경우는 이 기능이 전자식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작동하고, 기계식은 차량에 가해지는 물리력에 의해 후륜 차축에서 기어가 맞물리고 떨어지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오히려 주행 감각은 기계식 차동제한 장치가 더 자연스럽고 직관적이어서 선호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추후 트로페오 시승을 통해 비교해보고자 한다.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 내구성 기대해도 좋을 듯


48V 배터리 기반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은 330ps(5,750rpm)의 최고 출력과 45.9kg∙m(2,25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전자제어식 웨이스트 게이트를 통해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부터 강한 토크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e-부스터 시스템이 적용되는데 덕분에 전체적인 가속 감각이 부드럽다.


주행 중의 그래픽


호우로 인해 강한 가속 및 고속주행을 하긴 어려웠으나, 대신 변속 시 부드럽고도 명확한 감각은 발군. ZF 8단 자동변속기인데 최대 허용 토크가 50kg∙m인 모델이다. 최대 토크가 63kg∙m대인 트로페오의 경우는 최대 허용 토크가 75kg∙m인 모델이 적용된다. 이 차로 트레일러 견인을 하려는 차주는 많지 않겠으나 변속기의 허용 토크 한계치를 어느 정도 유의할 필요는 있을 듯.



눈이 즐거운 시승, 선으로 말하는 그레칼레


사실 자동차는 생애주기의 90%에 해당하는 시간을 서 있는다. 특히 이러한 고급차들은 서 있을 때의 모습이 중요하다. 멀리서 자동차로 다가갈 때 보이는 앞모습, 문을 열려고 할 때 보이는 옆모습, 짐을 실으러 접근할 때 보이는 뒷모습,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루프 및 휠하우스의 볼륨감 등. 확실히 타는 것 이상으로 눈으로 보는 것이 즐거웠다.


다른 브랜드보다 마세라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선택하는 이들의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특히 특색 있는 건축물이나 구조물과 함께 서 있을 때의 분위기가 독특하다. 확실히 눈길을 끌기에 좋다.



실제로도 그레칼레 모데나의 경우는 반복되는 패턴을 활용하는 건축가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네르비는 단순한 건축가라기보다는 도시 계획가에 가까웠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등 주요국 도시의 재건에 중용됐는데 여기서 강화 콘크리트의 역할을 중시했다. 그는 이 콘트리트를 통해 건축에소 ‘선’이 주는 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대표적인 건물이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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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이 강조된 건축 및 구조물들을 찾아 해맸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행운이다. 기가 막히게 비가 그치는 순간이 있었다. 물론 그 순간이 너무 짧았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너무 나에게만 효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 가 싶었다. 추후 전기차 버전인 폴고레(folgore)가 나온다면 낙뢰를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세라티는 구글에 좀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검색하면 경쟁 차종으로 포르쉐 마칸이나 심지어 제네시스 GV70이 언급된다. 실제 이 차의 국내 출시 때는 직접 보거나 제원을 외운 것도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시승차가 도착했을 때 눈으로 본 크기만 해도 열거한 차량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브랜드 내 위계로 하는 단순 비교는 그레칼레처럼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차종엔 어울리지 않는다. 때로 차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레퍼런스도 거부해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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