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휠로그 Sep 16. 2023

언제까지 주저앉아 머스탱만 기다릴텐가

1~8월 판매량 전년대비 30% 이상 빠진 포드코리아, 주력모델 공백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7,000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던 포드. 특히 동일 가격대 최고의 상품성과 크기로 승부했던 익스플로러는 불패의 상징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야심차게 새로운 차종인 브롱코, 레인저 픽업트럭을 선보였지만 넓은 소비자군을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의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32% 정도가 빠진 2,416대. ‘눈물의 할인’을 펼치고 있는 지프가 3,000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포드 7세대 머스탱 라인업


늦어지는 7세대 포드 머스탱, ‘제철’ 넘기면 소용 없는데


현재 상황에서 포드코리아에게는 7세대 머스탱이 ‘구원투수’인 건 맞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스포츠카 치고는 비싸지 않은 가격, 차종 자체의 상징성 덕분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 중인 스포츠카다. 포드코리아 입장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차량을 가능한 한 많이 떠오는 것이 중요할 정도다. 


음식만 제철이 있는 게 아니라 차도 마찬가지다


원래 머스탱은 하반기 초입에 국내 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수입차 업계에서 차량의 입고나 인도가 늦어지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팔리는 차라 하더라도 스포츠카는 ‘스포츠카치고’라는 전제가 붙는다. 게다가 스포츠카는 판매에 있어 계절을 탄다. 주로 수요가 5~10월에 집중된다. 물론 12월 연식변경 전 할인을 노리는 수요가 반짝 집중되기도 하지만 4월까지는 비수기다. 머스탱도 이러한 그래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즉 ‘제철’을 넘겨 들어오는 머스탱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포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차종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기한다는 전략을 좋다. 브롱코와 레인저는 튜닝을 통한 럭셔리 아웃도어 차량 수요에 부응하며 입도선매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볼륨 성장에 기여하기는 어려운 모델들이다.


포드 브롱코


결국 포드코리아의 구세주는 익스플로러그런데


물론 주력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물량이 소진된 점은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차 역시 투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익스플로러의 물량이 ‘0’이 된 것은 이미 6월이다. 하루라도 빨리 인증을 얻어 도로에 자신들이 차를 내보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불만을 갖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팀의 4번 타자가 빠진 상태로 경기를 치르는 팀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2023년형(북미)


문제는 익스플로러가 등장하는 시점도 너무 늦어진다면 결코 유리할 게 없다. 지금 그 정도 체급의 차종으로는 수입차 중에도 대안이 많아졌다. 우수한 연비의 토요타 하이랜더, 3.5리터 V6 자연흡기 엔진에 각을 살린 디자인으로 돌아온 혼다 파일럿, 그리고 쾌속 질주 중인 볼보의 XC60, XC90 라인업들이 돌아오는 익스플로러를 위해 순순히 자리를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확률은 낮지만 익스플로러의 투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만약 인증 관련 문제 때문이라면, 특히 전장 계통의 편의 장비라면 문제는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익스플로러의 경우 이미 지난 상반기에 국토교통부로부터 후방 카메라 화면이 실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지 않는 문제로 리콜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제품의 공백기에 터진 이슈인만큼, 공백이 길어질수록 문제는 더 공명한다. 


포드 익스플로러 중국형 페이스리프트. 창안공장 생산


머스탱 마크-E, 너무 늦으면 자리 없다


포드는 ‘Mach-E’를 반드시 ‘마크-E’로 부르기를 원한다. 규모로 게임을 뒤집어 온 브랜드답게 그들의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을 재정의하겠다는 의지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현대와 기아의 발목에 족쇄를 걸어버리자 미국에서 펄펄 날고 있다. 가장 싼 트림이 4만 7,000달러가 조금 되지 않는데 이는 보조금 지급 기준인 5만 달러를 겨냥한 것이다. 어쨌든 이 차와 F-150 픽업트럭의 전기 버전인 라이트닝 덕분에 포드는 2023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76%이상의 실적 향상을 기록했다. 물론 전체적인 차량 판매량이 줄면서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6년께는 전기차를 통해 순이익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포드 머스탱 마크-E


다 좋다. 미국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당연히 한국 시장에 들어올 마크-E는 어디서 받아와야 할지도 감이 서지 않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마크-E의 국내 데뷔를 2025년 경으로 보고 있는데 이 또한 확실한 것은 아니다. 


사실 마크-E의 디자인,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이라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익스플로러와 쌍두마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기의 문제다. 마크-E가 국내 도입될 시기 국내에 들어올 다른 전기차도 널려 있다. 압도적인 주행거리와 가격, 후륜구동 레이아웃으로 바뀐 폴스타 2도 올해 말부터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어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저 트림 4만 6,000여 달러로 북미에서 보조금 지원 대상인 머스탱 마크-E


무엇보다 이 영역의 최강자, 테슬라 모델 3의 페이스리프트도 마크-E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매력적인 라인업이 넘쳐남에도, 포드코리아는 경쟁자들의 재빠른 상품 구성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포드라는 브랜드의 아성과 자본력을 생각하면 포드코리아가 한국에서 한없이 쪼그라들기만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캐딜락, 더 잘생겨진 CT5 페이스리프트 공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