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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Nov 11. 2023

폴스타 4 2025년 부산 생산, 그 의미는?

생산 공장 확대 그 이상, 생산기지로서의 한국 다시 주목받나

2023년 11월 10일, 폴스타가 2025년 하반기부터 폴스타 4의 생산을 부산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폴스타와 지리 그룹 그리고 르노코리아 자동차는 북미 수출용 및 한국 시장용 폴스타 4를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업은 이미 상당한 기간을 두고 검토됐다. 르노 그룹은 2023년 3월 지리 그룹과 전동화를 포함한 선행 파워트레인 기술에 대한 조인트 벤처 출범에 합의했다. 르노코리아 차원에서는 부산 공장의 전동화 전환과 수익성 확대가 걸려 있고, 폴스타는 자사의 고급 차종을 국내와 북미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물려 있다.   



폴스타의 생산 거점 다양화 전략

3개국 5개 공장


폴스타의 쿠페형 전기 SUV인 폴스타 4는 2025년부터 항저우 만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2025년 하반기부터는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도 생산된다.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은 2,000명의 숙련된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수출 신항과 바로 연결되는 강력한 이점이 있다. 



생산시설은 자산이긴 하지만 동시에 큰 비용을 수반한다. 폴스타는 양산에 앞서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역량을 교류하는 방식으로 자산의 경량화(asset-light) 방식을 지향한다. 


폴스타는 2024년 초 중국 청두, 열므 북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의 폴스타 3 생산을 시작으로 , 2025년 대한민국 부산(Busan)에 이르기까지 총 3개국, 5개의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성장 목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각 국가의 무역 규제에 대해 현지 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리와 플랫폼 협력하는 르노

득실 셈법은 복잡


르노코리아는 지난 6월, 전기차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투자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가시적인 수준으로 공개했다. 귀도 학(Guido Haak) 르노그룹 부회장은 당시 프랑스에서 박형준 부산 시장을 만나 한국 정부와 부산광역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따라서 2025년부터 부산 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한다는 계획은 생각보다 큰 판 위에서 나온 계획이다. 르노코리아의 스테판 드블레즈(Stéphane Deblaise) CEO는 이번 협업이 더 많은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르노도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형 양산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포뮬러-E에 출전하면서 쌓은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또한 승용차는 물론 공유 중심의 상용차, 모빌리티와 주거의 연결 등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지리 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플랫폼을 좀 더 정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취약한 지리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지리 그룹이 얻을 이익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특히 이 협업의 외연에는 닛산과 미쓰비시 등 일본 국적의 르노 얼라이언스가 있고 이들 모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강하다. 물론 지리 링크 앤 코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시점에서 하이브리드 시장을 장악할 만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르노 부산 공장은 매력적이다. 폴스타 4 생산을 통해 플래그십 수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이 시장에서 검증된다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두를 통합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르노코리아나 폴스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출을 위한 물량 확보에 있어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전동화 챠량의 제어에 있어 필수적인 반도체 부분의 이슈에도 대응하기 수월해질 수 있다. 지리 그룹은 지난 8월, 지리홀딩스 소비자 가전 자회사인 싱지메이주의 반도체 연구팀을 해산했다. 싱지메이주는 차량용 시스템과 스마트폰 등 첨단화하는 차량 제어와 관련 있는 반도체 개발 중이었다. 2023년 들어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연구 의지는 상당히 좌절되고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 리포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르노코리아 등 해외 생산거점에서 반도체를 일괄 수급해 생산할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면 이러한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중국 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협업에 대해서는 시장이나 전문가들이 약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수 차례나 교묘한 합법적 기술 탈취와 인력 빼가기→유사 제품의 저가 제품 개발 및 생산으로 인한 손해 등이 ‘테크트리’를 이루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이는 당장, 작게는 국내 지역 경제 크게는 전체적인 무역 수지 등에 악영향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일단 이번 협업의 경우는 그런 야료가 작동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 성장 중이지만 신생 브랜드이면서 친환경 메시지와 윤리 등을 내세우는 폴스타가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리 그룹이 이무기 같은 간계를 부린다 해도 아직 풀 라인업 공개도 다 이뤄지지 않은 폴스타의 앞날에 재를 뿌릴 바보는 아니다. 더군다나 북미에서 잘 나가고 있는 볼보의 이미지도 달려 있다. 때로 명분과 체면은 실익의 전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의 한국 공장은?

테슬라 기가팩토리 한국쿼터설


이번 협업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제조사의 한국 법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불씨가 지펴졌다 사그라들었다를 반복하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한국쿼터설’도 다시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나마 제기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 중에는 테슬라의 아시아 쿼터가 하나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 연 최대 50만 대에 달하는 사이버트럭의 생산 목표 등을 생각하면 공장 증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근거다. 



물론 예상일 뿐이며 일론 머스크가 그 비슷한 어떤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 게다가 현재 테슬라는 주가 하락과 수익성 약화 등 다양한 악재가 있다. 이를 버텨내야 하는 기간에 기가팩토리의 증설은 회수가 어려운 떡밥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의 사례가, 한국이 전기차 생산의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대비 노동 집약도가 요구되지는 않지만, 국내 노동 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고용 증가로 인한 경제 효과가 상상만은 아닐 수도 있다. 폴스타와 지리 그룹, 르노코리아의 결단이 세계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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