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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Dec 06. 2023

'佛心검문' 명찰 순례, 푸조 e-2008

전기 사자 타고 낙산사 일출, 오대산 와인딩


푸조는 2024년 풀 체인지 및 페이스리프트 차종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력 라인업은 전동화 차종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브랜드 인지도가 약화돼 고전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파격적 할인과 함께 미디어, 고객을 상대로 다양한 차량의 시승 이벤트를 진해하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투자이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낙산사 일출과 함께 한 푸조 e-2008


현재 운용 중인 차들은 이전에 시승회가 진행됐거나 새로운 엠블럼 적용 이전의 차들이다. 한마디로 리프레쉬 시승의 개념. 차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으나, 대신 이 차와 함께 발견할 즐거움은 얼마든지 새로울 수 있다. 휠로그는 향후 일련의 테마로, 국내 명찰 순례를 잡아봤다. 그 첫 주자가 e-2008이다.



서피 비치 말고 낙산사

e-208로 왔던 길 e-2008로 돌아오다


요즘 양양은 사시사처 핫하다. 갈 곳 없이 뜨거운 욕망이 몰려 하룻밤 연분이 꽃처럼 불탄다. 하지만 양양에는 세속 욕망을 잠시 파도 속에 잠재우는 곳도 있다. 바로 국내 최대의 관세음보살 성지 낙산사다. 낙산은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산의 이름인 포탈라카(Potalaka)를 한자로 음차해 줄인 것이다. 


양양 낙산사 의사대 주차장 일출, 푸조 e-2008


낙산사의 주중과 주말 풍경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주말엔 주차장과 경내 할 것 없이 발디딜 틈이 없으나 주중에는 낙산사의 너른 품을 온전히 혼자 즐길 수 있다. 특히 주차장에서 보는 일출은 언제 봐도 명품이다. 이번에 받은 e-2008 차량은 퓨전 오렌지 컬러다. 일출에 잘 어울린다. 


이 길은 이전에 해치백인 e-208로 달려본 적이 있다. 1월 중순, 진눈깨비까지 내리던 날,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미끄러워 제 속력을 내지 못한 게 오히려 주해거리에는 다행이었다. e-2008의 배터리 용량은 e-208과 동일한 용량인 50kWh로 국내 첫 출시 당시, 국내 인증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237km였는데 2022년 업데이트를 통해 260km로 길어졌다. 물론 요즘 전기차 트렌드 치고는 부족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적은 만큼 충전이 빠르다. 2년 전보다 충전 여건도 더 좋아졌다. 2년 전 e-208을 충전했던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는 그 때는 없던 민간사업자의 초고속 충전 시스템이 들어섰다.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서 충전 중인 e-2008


테마가 테마인만큼 여유를 갖고 천천히 운전했다. 규정 속력에 맞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다 보니 전기 사용량은 확실히 적었다. 에코든 노멀의 주행 가능 거리 차이는 약 15~20km 정도.


낙산사 주차장은 엄밀히 말하면 의상대 쪽에 가깝다. 낙산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자리다. 바다 쪽으로 둘러진 낮은 담이 멋스럽다. 


낮은 담이 멋스런 의상대 주차장에서


경내로 들어서면 고양이가 사람을 피하지 않고 반겨주기까지 한다. ‘인싸’인 듯하다. 실제로 고양이는 불가에서 사랑받는 존재다. 중국 당(唐)대, 남인도 등지에서 불경을 중국으로 들여올 때, 배 안에서 경전을 갉아먹는 쥐를 쫓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을 반기는 고양이


낙산사는 671년에 창건됐지만 수많은 화재와 전란으로 타고 복원되길 반복해 원 모습은 아니다. 조선 성종 때도 화재로 전각이 탔고 한국전쟁 당시에 거의 전소됐다. 그 이후 급히 복원돼 다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가 2005년 산불 이후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 등 조선 시대의 기록을 토대로 복원됐다. 


낙산사는 곳곳에 나 있는 길이 아름다운 절이다. 홍련암으로 이어지는 바다절벽길, 가장 유명한 전각인 원통보전 옆으로 나 있는 작은 문인 원통문과 그 이후로 이어지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도 명소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거대한 해수관음상 자리도 명소다. 이 상은 1970년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이 조성에 힘을 보탰다. 당시 그가 낙산사 신도회장이었는데, 그가 몰래 고 육영수 여사의 유품을 안치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이것이 불보살상에 들어가는 복장물인지는 불분명하나, 고금과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예술에는 당시 권력자들의 이런저런 뒷얘기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낙산사 원통문 옆 길과 홍련암 가는 길


※ 뒷모습만 출연하신 스님은, '07~'08 논산 군번으로 불교 행사에서 '시방세계' 한 번 외쳐봤다면 뵈었을 그 법사님.



사자 타고 와인딩 극락 너머

문수보살 성지 오대산으로


관음 성지 낙산사를 오전에 봤다면 오후에는 평창 오대산 월정사를 찾는 것도 하루 순례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오대산은 문수보살 성지다. 그 문수보살이 기거한다는 중국의 우타이산의 개념을 자장율사가 신라 땅에 적용한 것이다. 관세음보살과 문수보살은 주존으로 모시는 부처님이 각각 아미타불과 석가모니불로 다르지만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 ‘묘법연화경’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급 보살들이다. 두 사찰을 잇는 길은 해안 도로에서 산악 도로로 이어진다. 


자장율사는 의상대사보다 35년 앞서 태어난 인물로, ‘율사’라 불리듯 계율을 중심으로 불교를 체계화하고 신라의 국가 이념으로 구축하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요즘 식으로 말하면 ‘T 성향’이 너무 강했던 듯하다. 어느 날 한 거지 노파가 자장율사를 찾았는데 행색이 남루할 뿐만 아니라 망태기에는 죽은 강아지가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장율사가 이를 추하게 여겨 문전박대하자 노파가 크게 꾸짖고 눈 앞의 문수보살도 못 알아보니 딱하다며 죽은 강아지를 허공에 던졌다. 그런데 이 죽은 강아지가 사자로 변신했고 문수보살은 이를 타고 사라졌다. 자장율사는 이에 크게 자책하며 그자리에 쓰러져 입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사자는 문수보살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불교에서도 사랑받는 동물이다. 


문수보살의 사자는 아니지만, 푸조도 사자다. e-2008의 엠블럼은 구형이고, 308 해치백과 408에 적용된 모델이 2021년 리브랜딩 이후의 것. 하지만 앞발을 쳐든 모습이 ‘츄르’ 달라는 고양이 같다. 낙산사에서 월정사로 가는 길은 대략 90km 정도. 중간 한 차례 충전은 사천 해변 인근의 한 택시 회사 충전소에서 해 뒀다. 이번 일정 중의 두 번째 충전으로 역시 20분 정도로 20kWh 정도를 충전했다. 


오대산 와인딩은 경기도 언저리의 고만고만한 산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강릉에서 평창 방향으로 갈 때는 경사도 급하다. 에코 모드로는 재가속이 느려 산 아래쪽에서는 노멀을, 경사가 가팔랐던 곳에서는 스포츠를 사용했다. 최대 토크가 26.5kg∙m인데 해치백인 e-208보다는 차 무게가 약간 무거워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플랫폼과도 호환되는 CMP 플랫폼은 푸조 특유의 유연하고 끈끈한 마찰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장율사는 의상대사보다 35년 앞서 태어난 인물로, ‘율사’라 불리듯 계율을 중심으로 불교를 체계화하고 신라의 국가 이념으로 구축하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요즘 식으로 말하면 ‘T 성향’이 너무 강했던 듯하다. 어느 날 한 거지 노파가 자장율사를 찾았는데 행색이 남루할 뿐만 아니라 망태기에는 죽은 강아지가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장율사가 이를 추하게 여겨 문전박대하자 노파가 크게 꾸짖고 눈 앞의 문수보살도 못 알아보니 딱하다며 죽은 강아지를 허공에 던졌다. 그런데 이 죽은 강아지가 사자로 변신했고 문수보살은 이를 타고 사라졌다. 자장율사는 이에 크게 자책하며 그자리에 쓰러져 입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사자는 문수보살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불교에서도 사랑받는 동물이다. 


문수보살의 사자는 아니지만, 푸조도 사자다. e-2008의 엠블럼은 구형이고, 308 해치백과 408에 적용된 모델이 2021년 리브랜딩 이후의 것. 하지만 앞발을 쳐든 모습이 ‘츄르’ 달라는 고양이 같다. 낙산사에서 월정사로 가는 길은 대략 90km 정도. 중간 한 차례 충전은 사천 해변 인근의 한 택시 회사 충전소에서 해 뒀다. 이번 일정 중의 두 번째 충전으로 역시 20분 정도로 20kWh 정도를 충전했다. 

오대산 와인딩은 경기도 언저리의 고만고만한 산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강릉에서 평창 방향으로 갈 때는 경사도 급하다. 에코 모드로는 재가속이 느려 산 아래쪽에서는 노멀을, 경사가 가팔랐던 곳에서는 스포츠를 사용했다. 최대 토크가 26.5kg∙m인데 해치백인 e-208보다는 차 무게가 약간 무거워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플랫폼과도 호환되는 CMP 플랫폼은 푸조 특유의 유연하고 끈끈한 마찰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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