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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나 Jun 24. 2024

여행의 시작은 박물관이지.

예비 도시기획자의 싱가포르 인사이트 트립 #1.


싱가포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단순히 여행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년 전 싱가포르에 여행차 방문했을 때 싱가포르의 정책, 경제 활동, 문화, 건축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우리 나라의 문화 다양성과 도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싱가포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번 방문의 목표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싱가포르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여행 첫 시작으로 더할나위없는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에 도착한 첫날,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문득 내셔널 갤러리가 떠올랐다. 한 나라에 대해 깊게 이해하기 위한 첫 시작으로는 박물관 만한 곳이 없다는게 개인적 의견이다. 마침 숙소에서 5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마침 11시에 가이드 투어가 있어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는 2015년에 개관했으며, 이전 최고법원 건물과 시청 건물을 재개발해 지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실내에 확연히 다른 건축 스타일의 두개 동이 이어져 있어 건축물 자체로도 굉장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계단을 기점으로 시청 건물과 법원 건물로 나눠져있다.




시청 건물의 내부






마침 박물관에서는 '청 수 피엥'이라는 싱가포르의 국민 화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 투어는 대략적인 내셔널갤러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청 수 피엥 전시 설명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시 투어를 들은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청 수 피엥: Layer by Layer




가끔 목표가 멀리 있다고 느껴져 조급함을 느끼거나, 나의 실력과 뛰어난 누군가의 실력을 비교하며 스스로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번에 청 수 피엥의 전시를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시간 순으로 나열된 그의 작품은 그가 쌓아온 시간의 레이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 샤먼의 소수민족 출신 청 수 피엥은 중일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입대를 피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그는 난양예술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Dr. Lo Wan Toh의 후원으로 유럽을 여행하며 특히 피카소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때문의 그의 초기 작품은 중국적 색채를 지니다 유럽 여행 이후 피카소 화풍이 반영되었고,


이후 계속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며 40대 이후로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자신이 배웠던 중국 미술에 서양 예술을 통해 자신의 지경을 넓히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든 것은 40대 이후의 일이다. 자신만의 정체성이 영글어가는데 4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다면, 지금 내가 미숙한건 당연한거 아닐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나의 시야를 부단히 넓히는 것, 그리고 묵묵히 시간의 레이어를 쌓아가는게 아닐지, 전시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그의 초기 작품




그는 한가지 풍경을 여러가지 화풍으로 그릴 줄 아는 화가였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든 후기 작품. 동아시아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동아시아 특징이 묻어나는 한지, 삼베, 마 등을 적극 캔버스로 사용했다.




그가 사용한 캔버스







재료의 한계를 두지 않았던 그의 작품 세계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의문은 '청 수 피엥은 스스로를 중국 화가로 생각할 까, 싱가포르 화가로 생각할까' 였다.


도슨트 분 역시 화교였고, 계속해서 중국 한지, 중국 먹, 중국에서의 젊은 시절 등 중국에 대해 계속 은연중에 얘기했기 때문에 '싱가포르 화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 수 피엥은 50 싱달러에 본인의 그림이 있을 정도로 싱가포르의 대표적 화가인데, 정작 본인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싱가포르에 살고있는 친구와 얘기했는데,

그 친구의 답 덕분에 싱가포르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1965년에 정식 독립된, 아주 짧은 역사를 지닌 나라였다. 청 수 피엥이 싱가폴로 넘어올 1946년대는, 아직 싱가포르가 정식 나라가 되기 전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싱가포르라는 나라 개념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넘어온 많은 화교도 마찬가지 겠지. 나는 싱가포르의 역사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문화적 정체성


결국 싱가포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역사적 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뿌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문화적 정체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는 나라, 100년도 되지 않은 나라, 한 도시만큼의 면적밖에 되지 않는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고, 때문에 자신의 뿌리를 만들어가는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중국에서 넘어와 서양의 화풍을 접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든 청 수 피엥의 삶은 어쩐지 싱가포르의 역사와 닮아있었다.


어쩌면 전시 타이틀 'layer by layer'는 싱가포르가 자신들의 레이어를 겹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내셔널 갤러리의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싱가포르의 한 면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어쩐지 작은 면적 대비 유독 박물관과 갤러리가 많다고 느낀것도 뿌리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의 박물관과 전시회는 이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훌륭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싱가포르의 박물관에 대해 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내셔널 갤러리에 오면 루프탑도 방문 필수.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도 있다.











갤러리를 둘러본 뒤 식사하기 좋은 코트야드 카페.


채광도 좋고 음식 평도 전반적으로 좋다.


내가 먹은 피쉬 수프도 강추!!!!






그리고............






이번 여행에 챗gpt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정말 실시간으로 통역, 작품 설명 이미지를 찍으면 그대로 번역까지 가능했다.


같은 방법으로 중국어 통역도 전혀 무리 없었다!


(나는 chat gpt 4o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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