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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스키 Oct 31. 2024

가을밤을 타마시는 어느 술집에서

서른과 마흔이 술한잔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2(단편)

그 장소는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옛날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한채. 아니 일부러 그렇게 꾸며놓은듯 했다. 한마디로 순간적으로 24년이 아닌 94년으로 한순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듯 했다. 어설프기 짝이없는 벽지와 너무나 오래되어 누렇게 색이바랜 식기구 그리고 특히 10분이라도 앉아 있으면 오금과 허리가 아파올 만큼의 않아있기에는 아주 불편한 간이식 의자가 있었다. 그와 함께 약 20분 남짓해 걸어와 겨우 도착한 오늘 술을 마실 장소였던 것이다. 나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는 21세기를 살면서도 언제나 과거를 그리워하는 지나온 과거에 대한 추억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완전 올드한 곳인데요.]

[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오히려 나는 사람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젊은 사람들 위주로 있는 곳이 다소 부담스럽거든]

[형, 형 나이때일수록 더욱 그런곳으로 가야해요. 트랜드가 늦어지거나 최신의 것을 너무 멀리하면 더 늙어보여요.]

[에이 설마, 그냥 저녁 한끼 먹는 곳을 선택하는 건데 뭐 그렇게까지]

[아 이 형님 진짜 잘 모르시네. 형 결혼 안하실꺼에요.]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해 아주 진지했던 적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녀와 헤어졌지만 내가 아직 과거를 추억하고 옛 향수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은 아마도 그때의 그녀가 아직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배에게는 표현할 수는 없었다.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회가 되어 과거에 있었던 개인사를 솔직하게 이야기 하다보면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올가미가 되어 수없이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변명을 때로는 억지웃음을 보이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나는 아주 소모적인거이라 생각이들어 결코 속마음을 표현하지는 않는 편이다. 


[결혼, 글쎄 때 되면 하겠지. 솔직히 조금 걱정도 되기는 하는데.. 나름 지금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바쁘기도 하고....]

[다들 그런식으로 핑계하거나 합리화 하는 거죠..]

[그건 그렇고 처음 봤을 때 부터 느낀건데 표정이 조금 안좋던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

[아! 아니에요. 그냥 저도 요즘 일하느라 많이 피곤했나봐요.]

[그럼, 오늘 왜 나왔어, 다음에 봐도 되는데....]

[아니죠, 우리 또 난상토론을 한번 해봐야지 형님]


감정기복이 많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을 때면 항상 나에게는 형님이라는 소리를 하는 편이었다. 무엇때문에 오늘 그를 기분좋게 했는지 아직은 알수 없었지만 오늘 처음 봤을 때 부터 그리고 이곳 장소까지 걸어오는 순간까지 무슨 이야기라도 할 것이 많은데 억지로 참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었다. 당장에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 테이블에 올려진 기본 안주들을 세팅하느라 이리저리 다니는 그를 나는 당분간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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