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Jan 31. 2021

누구나 잘못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엄마가 교회에 가지 못하게 됐다. 대신 핸드폰을 통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된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덕분에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빠와 나도 설교를 언뜻언뜻 듣게 되는데, 지난 주말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충 생각하며 살면 남에게 큰 피해 혹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라고. 동의한다. 세상이 그렇게 설계된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반에서 물고기를 기른 적이 있다. 그때 물고기 밥 주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꽤나 즐거웠다. 물고기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입을 뻐끔뻐끔거리는 게 귀여웠다. 그때 어떤 생명을 보살핀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밥을 주는 순간이 기뻤던 것은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평소에 주던 양의 먹이를 주고 나서도 밥을 더 줬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물고기는 죽었고, 그 일로 나는 호명됐다. 선생님은 크게 화를 내셨다. 앞, 뒤로 무슨 말을 하셨는지는 떠오르지 않지만, 너 때문에 물고기가 죽었다. 네가 물고기를 죽인 거다, 같은 말을 하신 게 기억이 난다. 나는 선 채로 반 아이들 앞에서 크게 울었다.


 충격적이었다. 물고기가 많이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물고기를 죽이게 됐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직 허기가 덜 채워졌다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하다. 내가 밥을 잘 먹으면 엄마가 흐뭇해하듯이 물고기가 밥을 잘 먹으면 나도 흐뭇했다. 그래서 밥을 조금 더 줘도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물고기에겐 그게 치명적이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서글퍼진다. 열 살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나 때문에 물고기가 죽을 수 있다니. 너무 잘 먹는 물고기에게 밥을 조금 더 준 것뿐인데 물고기가 나 때문에 죽었다니...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몰라서 한 행동이긴 하지만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 앞에서 네가 물고기를 죽인 거라고 화를 내기보단 나를 불러 조용히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어렸지만 그랬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 같다. 


 잘못된 행동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고, 타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잊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일까. 누구든 잘못을 한다는 사실 아닐까. 특히 나 역시 잘못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 행동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타인에게 좀 더 관대해져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물론 너무 어려운 일이다. 현실에선 누군가 실수를 하면 돌을 던지곤 하니까. 그게 비단 인터넷 상이나 연예인에게만 한정된 것도 아니니까. 


 내가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싶은 이유는 어렵지 않게 용서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미 지켜본 적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진실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가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