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힘을 경험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속으로 되뇌기만 해도 어지럽던 머리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마 알게 모르게 단어와 관련된 좋은 이미지를, 경험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은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 단어 중 하나가 '시절인연'이다. 사전적 의미를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한국민족문화대백과). 즉 모든 인연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뜨거웠건,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인연이건 그 또한 모두 때가 있다는 것. 지나간 인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느슨해지는 관계를 눈치채며 못내 서운하더라도 '시절인연'이란 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그래도 그 시절 그때를 함께 하며 행복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때 참 좋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고 만나고. 비우고 채우고. 이 과정의 반복인 삶에서 짧지 않은 인연으로 만나 일상을, 고민을, 꿈을 함께 나누던 사람들. 짧았지만 강렬했던 인상으로, 이미지로 내 차갑던 어느 시절에 온기를 더해준 사람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굳이 타인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고 "오늘 날씨 참 춥죠"하고 안부를 물어주던 사람까지. 추웠던 날에도 으레 그런 날엔 온기가 더해지기 마련이다. 내 어떤 날에 온기를 더해준 인연들에 조용히 손 흔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