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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nest Nov 18. 2018

달갑지 않은 유행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다녀와서,

이제 10회를 맞이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이하 UE 10)이 지난달 20-21일 양일간 진행됐다. 위치는 2년 연속으로 북서울미술관이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서울 아트 북 페어" 를 표방한다. 아트 "북"페어이지만 사실 "북"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물론 어떠한 형태로든 "북"의 형태를 띄는 것들이 부스마다 한 가지 이상은 있다만, 책, 인쇄물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인상 깊게 보고 있는 뚜까따(TUKATA) 부스에는 아마 책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아트 "북"페어라고 하지만 꼭 "북"의 형태로만 담아낸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뚜까따 공식 SHOP 페이지 _ 자세한 정보는 TUKATA.kr 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매력은 아무래도 국내 아트북, 독립 출판의 현주소를 알 수 있고, 다양한 작업물과 함께 제작자를 만나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재밌다. 재밌는 사람과 그들이 만드는 재밌는 작업물들이 정말 많다. 그치만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재미가 반감된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물론 이것 나름대로 또 다른 재미다. 하지만 개인적 친분이라기보다 아직까지는 무인양품의 이경근이 맺고 있는 친분이라고 생각한다. (서운한 분들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맥주 한 잔 합시다. 연락 주세요.)


UE 10 _ BUKS EOUL MUSEUM OF ART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제일 재미있게 본 작업물은(기존에 알고 지내던 분들의 작업물은 제외한다.)  "작고 확실한 행복 카레"라는 책을 들고 나온 부스였다. "노래"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계신 노길우 님이 카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마치 선교 활동의 일환으로 만든 책이다. 카레에 대해 그저 그런 선호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대부분 선교가 가능할 것이다. 카레커리블루(currycurryblue)라는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의 중심은 이 쪽이 가깝다. 단지 카레와 커리를 엄청 좋아하고 여러 가지 카레와 커리를 먹으러 다니며, 그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담겨있는 책이다. 부스에서는 티셔츠, 가방, 뱃지, 캘린더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 배지와 책을 구매했다. 현재 구글 검색창에 "작고 확"까지만 쳐도 자동완성으로 책 제목이 검색되고 사진도 꽤 나온다. 노길우 님의 경우 요리사나 음식 전문가가 아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디자이너로 일하셨더고 한다. 카레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일, 카레를 좋아하고 먹는 일만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느꼈다.


작고 확실한 행복, 카레


여하튼, 카레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담아내기로 한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매년, 매회마다 오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은 방문해봤던 것 같다. 처음 방문했던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무대륙에서 진행된 2012년 UE4 였다. 물론 그때가 내 UE 첫 경험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볼 때 그 양적, 질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마 일민 미술관에서 진행된 UE7부터 정말 굵직한 연중 행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와의 교류, 행사 자체의 완성도, 틈틈이 진행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 더불어 그 프로그램의 진행 컨디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이 있었다. 눈부시다. 이제는 사실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 출판과 아트 북을 소개하는 행사가 되었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길 와봐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UE 7 _ ilmin MUSEUM


다만, 재미가 줄어들었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또 다른 재미가 생겨나, 재미의 총량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오니까 그 총량 자체가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의 신선함과 새로움, 그 두근거림은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참가한 부스의 절반, 어쩌면 그 이상의 부스가 이미 꽤나 유명하다. 괄목한만한 결과를 충분히 내놓고 있다. 인터뷰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들의 작업물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한 편에서는 고인물이 되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이해한다. 주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지금 이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쏟아지는 관심은 트렌드다. 최신 동향, 추세다. 다만 그 관심의 편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관심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많은 수요, 소비가 진정으로 이 문화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독립 출판물과 아트북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건 아무리 수요가 늘어도 한계가 있다. 서점의 수라면 현재로도 충분히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기존 출판사들은 굉장히 관습적인 방법으로 책을 제작해왔고, 독립 출판이라는 방식에 대해 큰 기대가 있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독립 출판물의 양적 증가에 비해 질적으로 성장했는가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오히려 인스타 감성으로 어필한 사람들의 출판물들이 기성 출판사로 점프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동네 서점이나 아트북, 독립 출판에 대한 관심은 회광반조와도 같다.


여기서 잠깐 사자성어 공부, 회광반조란?


회광반조(돌아올 회 回, 빛 광 光, 돌이킬 반 返, 비칠 조 照)

해가 지기 직전(直前)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뜻으로,

①머지않아 멸망(滅亡)하지만 한때나마 그 기세(氣勢)가 왕성(旺盛)함

②죽기 직전(直前)에 잠깐 기운(氣運)을 돌이킴을 비유(比喩ㆍ譬喩)해 이르는 말


어쩌면 지금 이 독립 출판과 아트 북에 대한 관심은 여유 있는 삶, 슬로우 라이프의 상징적인 것일 뿐이다. 이 문화 자체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문화다. 경쟁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활성화된 문화다. 필름 카메라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없어지진 않겠지만 대부분 디지털카메라로 대체되고 있다.


DISTRICT C. ARC N BOOK


서점은 원래 중소기업 대상 사업분야다. 이 부분에 대해 올해 재심사 중이므로 곧 대기업의 진출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최근 서점은 쇼핑 몰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는 그러길 바라고 만들고 있다. 몰에서는 자체 서점 브랜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 물론 그와 함께 출판 자체가 일시적 호황기로 이어질 수 있다. 쨋든 내어놓고 판매할 곧들, 노출이 많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 동네 서점은 보다 커뮤니티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잘 해내느냐에 따라 동네 서점의 역량이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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