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년 미국 땅 밟았네

by 앙큼발랄

by 앙큼발랄

드디어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 땅을 밟게 되었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다니....


미국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까운 친척도, 사돈의 팔촌도 아무도 미국에서 공부해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생각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내 운명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나의 유학을 정면으로 반대하셨다. 너무나 소중한 딸이 아무도 없는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하시겠지. 어느 부모가 그것을 찬성할 수 있을까?


그것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결혼 적령기에 혼자서 미국으로 간다고 하니...... 아빠는 갈려면 호적을 파고 가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호적을 팔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가 도와주셨다. 나의 엄마는 정말 위대하다. 아마 아빠랑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여자 대통령이 되지 않으셨을까? 아니면 최소한 어느 대학의 총장 정도는 충분히 되셨을 것 같다.


그런 엄마가,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미국 가서 공부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엄마가 다 도와줄게."라고 응원해주셨다. 엄마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지금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보스턴으로 한 번에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뉴욕에 한번 들렸다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한 번에 보스턴을 가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인데, 갈아타야 한다니...... 갈아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누른다.


오만가지 말도 안 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교회에서 소개받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학생이 나를 픽업하기로 했는데, 만약 그 학생이 안 나온다면 어쩌지? 그럼 나는 그 큰 이민 가방을 끌고 어디로 가야 되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왠지 나한테는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잠이 안 온다. 주위를 둘러본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은 처음 본다. 이 사람들은 왜 뉴욕에 가는 걸까? 나처럼 뉴욕에 들렀다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보스턴으로 가는 사람은 없을까?


다들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경직된 느낌이다. 14시간 비행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혹시라도 누가 눈치 채지 않았을까? 동양에서 온 20대 후반의 여자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걸.


그래도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은 용케도 잘 챙겨 먹었다.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놓치지 않고 먹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어야겠다. 자신감을 갖자.


내가 그렇게 원했던 음악대학의 석사과정 합격 아닌가? 아무나 못 들어간다는, 미국에서 탑 5에 드는 음악대학에 내가 자랑스럽게 합격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은 아빠도 허락하신 것이다.


내가 주눅 들 이유가 없지.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 E대 나온 여자야~~

나 미국 탑 5 음대에 석사과정에 합격한 여자라고!!!!!


다 덤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