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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Apr 01. 2019

[암과의 공존]⑤암은 혼자다, 우리는 둘이다

'Living with Cancer' 5편, 부인암과 함께 살아가기

"재발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나요?" 암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표적 질문이다. 부인암도 다르지 않다. 가장 치료가 힘든 '난소암'은 절반 이상이 재발과 치료를 반복한다. 그렇게 평균 5년을 지낸다. 말 그대로 '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몸 이곳저곳에서 재발하는 암에 지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다. 김병기 삼성암센터 부인암센터장은 어떤 상황이 와도 '기필코 나을 것'이라는 의지를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어느 젊은 난소암 환자의 마지막 선택을 아쉬워하면서.


"암은 혼자다, 우리는 둘이다"


난소암에 걸린 20대 여성이 있었다. 기적 같이 암이 나았고 건강하게 병원을 떠났다. 몇 년이 지나 다른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소식과 함께.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또 한 번 기적을 낳았다. 폐 속 암 조직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김 센터장은 참 운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했다는 소식, 취업을 했다는 소식, 청첩장을 들고 찾아온 날 등 기쁜 기억을 더듬었다.


또 몇 년이 지나 그 여성은 아이를 업고 김 센터장을 찾아왔다. 자궁을 떼어낸 그는 입양을 선택했고 행복의 절정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암은 그의 몸에서 자라고 있었다. 몇 차례 수술 끝에 결국 하반신을 못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재발과 수술이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장기 대부분을 떼어내는 수술을 마지막으로 시도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이제 하나님의 부름을 받겠다"고 했다. 10여 년간 암과 맞서 일전일퇴를 거듭한 그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암이 그를 이긴 게 아니라 그가 암에게 졌다.


김 센터장은 "더 강하게 설득했어야 했다. 마지막 수술이 또 어떤 기적을 낳을지 누가 알겠나"며 허탈해했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한 번 해보자"고 다가선다. 둘이 같이 한 팀이 돼 암과 맞서자고 전의를 불태우는 게 의사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며 달아나는 환자를 볼 때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포기하면 그 결과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암과 싸우면 이길 확률은 언제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요."



◆"희망은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부인암은 자궁경부암과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은 조기검진과 예방백신 덕에 발생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암이 되기 전에 치료하는 사람이 많아져 '암환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난소암이다. 증상이 없어 75% 정도가 3기 이상에서 발견된다.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도 40%가 안 되는 난치병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 진단법에 많은 발전이 있어 앞날은 밝다"며 "3,4기 환자를 1,2기로 25% 정도만 끌고 와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난소암 진단을 받은 사람에겐 재발을 막거나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환자의 절반이 평균 18개월 만에 재발한다. 이런 사람의 평균 생존기간은 65개월이다. 의술의 발달로 5년 이상 암과 공존하는 데까지 도달한 것이다. 난소암이 조금씩 극복 단계로 발전함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은 '삶의 질' 쪽으로 향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처음엔 생존 가능성에 대한 염려, 다음은 임신ㆍ성생활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조기암에선 난소 하나를 남기는 수술법이나, 호르몬 요법으로 임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난소를 남겨둔 사람의 예후가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증거가 모이고 있어,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난소를 동결해 차후 임신에 대비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난소암 환자를 가족으로 둔 경우엔 암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배란을 많이 하는 사람, 즉 임신과 수유를 하지 않고 나이가 든 여성들은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크므로 발생률을 낮추는 약물요법 등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김 센터장은 "0.1% 가능성이라도 본인이 포기해서 사라지는 것이지 희망이 환자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라며 "절대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난소암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부인암 관련 Q&A

Q. 난소암 완치 판정후 8년 지났다. 여전히 재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나?


A. 난소암 환자 10명 중 3, 4명만 완치된다. 나머지 환자들은 계속 재발을 경험하며 살게 된다. 완치 기준은 5년이므로 8년이 지났다면 재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Q. 자궁경부암에 걸렸던 사람도 백신을 맞는 게 좋은가?


A. 자궁경부암 백신은 26세 이하에게 예방 효과가 가장 좋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45세까지도 90% 정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5세가 넘으면 젊은 여성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백신은 예방을 해주는 것이지 치료효과는 없기 때문에 한 번 자궁경부암에 걸렸다면 맞을 필요가 없다.


Q. 보신탕이나 홍삼, 청국장 가루 등을 먹으면 좋아질까?


A. 보신탕을 좋아한다면 드셔도 좋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소고기를 먹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지다. 보신탕은 '고기'일뿐 암에 좋다는 증거는 없다. 홍삼이나 청국장 역시 마찬가지다. 원하면 먹되, 의존하면 안 된다.


Q. 유산을 많이 경험한 것과 자궁경부암 발생은 관련이 있나?


A. 없다.


Q. 부인암에 걸린 사람은 다른 암에 걸릴 위험도 높은가?


A.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특정 암에 걸리면 다른 암에도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이 있지만, 이는 특정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른 것으로 암을 경험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사람이 또 다른 암에 걸릴 위험은 같은 위험을 가진 '정상인'과 동일하다.


Q. 수술을 받은 후 언제부터 성생활이 가능한가?


A. 어떤 수술을 어느 정도 범위로 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수술 후 6∼8주가 되면 봉합이 완료되고 이때부터 성생활이 가능하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는 치료 종료 후 4주부터 가능하다.


Q. 수술이 성관계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지 않나?


A. 분비물 감소 등 신체적 변화로 성관계 자체를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는 성관계 보조제품이나 의약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오르가슴은 '질'보다는 수술과 관련이 없는 '음핵'이 관여하기 때문에 수술 전후에 차이가 없다. 차이를 느낀다면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다.


(출처 : 삼성암센터 주최 '부인암의 날' 행사에서 나온 환우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의료진의 답변)

<아시아경제. 2011년 11월 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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