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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Mar 04. 2016

살아있는 록 기타의 전설, 리치 블랙모어

그가 이끌었던 하드 록 밴드 레인보우(Rainbow)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누구길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함께 하드 록의 강자라 불리는 밴드 딥 퍼플(Deep Purple)의 기타리스트였습니다. 


밴드 레인보우를 처음 들어보았다면, 우선 아래 노래를 들어보시지요.

The Temple of the King, Ritchie Blackmore's Rainbow (1975)


위에 '하드 록'이라고 말했지만, 흔히 생각하기에 '하드 록 = 헤비메탈'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드 록과 헤비메탈의 차이점을 논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하드 록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무거운 사운드가 주가 되며, 헤비메탈 역시 블루스를 기본으로 한 밴드가 많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드 록은 60년대 중후반부터 그리고 헤비메탈은 70년대에 들어와 장르화 되었습니다. 참고로, 헤비메탈의 유래는 하드 록 밴드 스테픈울프(Steppenwolf)의 곡 'Born to Be Wild'의 가사에서 모터사이클 굉음을 'heavy metal thunder'이라고 비유한 데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한 걸 보면 굳이 나누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드 록의 무거운 사운드에 강하고 정교한 테크니션이 더해진 방식이 헤비메탈이라고 본다면, 하드 록이 진화한 형태가  헤비메탈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진 왼쪽 - 토니 아이오미, 오른쪽 - 오지 오스본)

여러 의견이 많지만, 여러분은 메탈의 시조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드 록, 헤비메탈 시대의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이 최초라 하는 사람도 있고, 레드 제플린의 전신 야드버즈(Yardbirds), 더 후(The Who), 크림(Cream)이 먼저다 혹은 그 위까지 올라가기도 하는데, 하드 록만 두고 말한다면 모두 맞습니다. 헤비메탈 하면 단연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땋! 물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보컬 시절의 거부할 수 없는 아우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블랙 사바스를 결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오지 오스본 탈퇴 후에도 현재까지 블랙 사바스를 이끈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를 빼놓고 헤비메탈의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2013년 암투병 소식에도 블랙 사바스의 열아홉 번째 앨범 '13'을 발표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지요.


헤비메탈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기 ▶ http://mapofmetal.com/#/home


리치 블랙모어, 1970년

딥 퍼플 시절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요? 하드 록, 헤비메탈의 전설 레드 제플린과 함께 양대산맥인 너무나도 유명한 딥 퍼플의 원년 멤버였으며, 1기 보컬 로드 에반스(Rod Evans), 존 로드(Jon Lord, 건반), 이언 페이스(Ian Paice, 드럼)와 69년까지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하였고, 2기 멤버로 보컬이 로드 에반스에서 이언 길런(Ian Gillan)으로 바뀌고 베이스 주자 교체 후 밴드의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딥 퍼플은 멤버 교체가 많았는데, 의견 절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였을까요? 위에 1, 2기 그리고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이 보컬을 맡은 3기, 기타와 보컬을 병행하며 딥 퍼플 해체 후 1976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토미 볼린(Tommy Bolin)이 있었던 4기로 나뉩니다. 초기 딥 퍼플은 존 로드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레시브 록의 성격을 띠었고, 리치 블랙모어가 밴드의 주도권을 잡으며 분명한 하드 록 밴드의 모습을 갖추어 수많은 명곡이 탄생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기타를 치는 사람이면 반드시 거쳐야 할 명곡 'Smoke on The Water', 'Highway Star', 'April'등이 블랙모어의 손을 거쳐 나왔으니 최고의 하드 록 기타리스트로 지미 페이지와 함께 꼽힐만한 인물이지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라고 한다면 단연 1974년 앨범 Stormbringer의 수록곡 'Soldier of Fortune'이 되겠지요. 블랙모어는 이 앨범을 끝으로 딥 퍼플을 탈퇴하여 레인보우를 결성하였고, 3기 멤버인 데이비드 커버데일 역시 하드 록, 헤비메탈 밴드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를 결성합니다


딥 퍼플을 탈퇴한 리치 블랙모어를 주축으로 1975년에 레인보우를 결성합니다. 레인보우 역시 수차례 멤버 교체가 있었고, 원년 멤버로 1979년까지 함께했던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를 시작으로 1975년부터 1984년까지 활동 후 딥 퍼플의 재결성으로 잠시 돌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탈퇴하고 맙니다. 전성기라 일컫는 딥 퍼플의 2기 멤버가 모였지만 당시의 영광은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블랙모어스 나이트

레인보우의 전성기라고 하면 디오가 리드보컬로 있던 시절이 되겠는데, 디오는 레인보우 탈퇴 후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에서 활동하다가 위에 잠시 언급한 블랙 사바스의 멤버 토니 아이오미,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 베이스)와 함께 2006년 밴드 Heaven & Hell을 결성, 사망 전인 2010년까지 활동하였습니다. 이후 1994년 레인보우를 재결성하여 한 장의 앨범을 발매한 후 1997년에 해체합니다. 현재 연인인 캔디스 나이트(Candice Night)와 프로젝트 밴드 Blackmore's Night 활동을 하고 있는데, 블랙모어 나이트의 장르는 포크(Folk), 켈틱 포크(Celtic Folk)입니다. 하드 록에서 포크 음악으로 선회하였고, 전자기타 대신 통기타를 집어 들고 한결 여유로운 기타리스트로 변모하였지요.



1집 Ritchie Blackmore's Rainbow (1975), 1집 하면 6번 트랙 상단의 곡 'The Temple of the King'이 가장 유명하고, 야드버즈(Yardbirds)의 1965년 곡을 커버한 마지막 트랙 'Still I'm Sad'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곡 Side one의 4번 트랙 'Catch the Rainbow'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리치 블랙모어의 연주도 대단하지만, 2010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로니 제임스 디오의 보컬이 없었다면 명곡이 될 수 있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2집 Rising (1976). Rainbow Rising이라고도 합니다. 원년 멤버인 리치와 디오 외에 구성원을 교체하고 발매한 두 번째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5번 트랙 'Stargazer'입니다. 들어보시면, 어? 이 곡 어디서 들어봤는데...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라 하는 드림시어터(Dream Theater)의 열 번째 앨범 Black Clouds & Silver Linings (2009) 스페셜 에디션 트랙으로 이 곡을 커버하였습니다. 레인보우나 드림시어터의 커버곡 모두 멋지네요!!


1977년에 라이브 앨범 'on Stage' 발매 후 1978년 3집 앨범 Long Live Rock 'n' Roll을 발매합니다. 보컬 디오와 함께한 마지막 앨범이고, 명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현재도 수많은 밴드가 커버하는 곡 오프닝 트랙 'Long Live Rock `N` Roll'로 시작하여 블랙모어의 연주가 빛나는 5번 트랙 'Kill The King', 잔잔하게 들을 수 있는 마지막 트랙 'Rainbow Eyes'는 또 어떻고요.


2집 5번 트랙 'Stargazer', 레인보우 원곡(위)과 드림시어터의 커버곡(아래)입니다.




4집 앨범 Down to Earth (1979), 디오가 블랙 사바스로 떠나고 보컬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과 함께한 첫 앨범입니다. 딥 퍼플 시절 동료였던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베이스)가 참여하였고, 블랙모어와 전작의 드러머 코지 파웰(Cozy Powell)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바뀌었습니다. 보컬 그레이엄 보넷이 레인보우 탈퇴 이후 알카트라즈(Alcatrazz), 임펠리테리(Impellitteri) 활동을 할 때에도 빼놓지 않았던 각별한 곡 첫 싱글 5번 트랙 'Since You Been Gone'이 많이 알려져있고, 오프닝 트랙 'All Night Long'이나 차분한 분위기의 4번 트랙 'Makin' Love' 등이 수록되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앨범입니다.


5집 앨범 Difficult to Cure (1981),  또다시 드럼과 보컬이 바뀌어 낸 앨범입니다. 보컬이 조 린 터너(Joe Lynn Turner)로 드러머가 바비 론디넬리(Bobby Rondinelli)로 교체되었는데, 블랙모어와 터너가 만나 조금 더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의 앨범으로 보입니다. 베토벤의 합장(Symphony No. 9 4악장 '환희의 송가')을 록 버전으로 연주한 마지막 트랙 'Difficult To Cure'가 눈에 띄는데, 클래식을 이렇게도 연주할 수 있네요. 꼭 들어보셔야 할 차분하고 슬픈 멜로디의 연주곡 5번 트랙 'Vielleicht Das Nachste Mal (Maybe Next Time)'과 기타와 키보드의 조합이 눈부신 2번 트랙 'Spotlight Kid'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6집 앨범 Straight Between the Eyes (1982), 기존 구성원에 키보디스트가 교체되었습니다. 앨범 커버를 보고 있으면 이마가 시큰거립니다. 블랙모어의 기타 연주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딥 퍼플 시절과 유사한 느낌의 오프닝 트랙 'Death Alley Driver'로 시작하여 비장함이 느껴지는 2번 트랙 'Stone Cold', 터너의 보컬과 잘 어울리는 블루지한 'Tite Squeeze'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6집 앨범 이후 1983년에 일곱 번째 앨범 'Bent Out of Shape'를 발매하고 잠시 해산하였다가 1995년 마지막 8집 앨범 'Stranger in Us All'을 끝으로 97년에 정식 해체합니다.



도입부 기타 리프가 무척 인상적인 딥 퍼플의 명곡 'Smoke on The Water'의 탄생 비화를 아시나요? 이 곡의 기타 리프로 말하자면, 거의 모든 초보 기타리스트가 시도해보는 코드 3개의 서사시이자 스쿨 밴드의 교가라 불리는 가장 쉽지만 가장 유명한 리프입니다. 

이 곡은 1972년에 발매한 6집 앨범 'Machine Head'에 수록된 곡입니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록을 선보였던 록계의 기인 프랭크 자파(Machine Head)가 1971년 겨울 스위스의 몽트뢰(Montreux) 공연 도중 흥에 취한 관객이 쏜 불꽃 조명이 원인이 되어 공연장이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났었는데, 마침 앨범 녹음을 위해 제네바에 와있던 딥 퍼플이 이 광경을 본 것입니다. 강 건너 목격한 화재 현장은 바로 다음날 자신들이 녹을작업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던 몽트뢰 카지노였지요. 


가사를 보면 

We all came out to Montreux on the Lake Geneva shoreline 

to make records with a mobile We didn't have much time

Frank Zappa and the Mothers were at the best place around

But some stupid with a flare gun burned the place to the ground

Smoke on the water And fire in the sky Smoke on the water


몽트뢰와 프랭크 자파의 등장이나 불길은 하늘로 치솟고... 대략 이런 내용인 걸 보면 몽트뢰 공연 중 일어난 화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세히 묘사한 건 아닌지... 


특히 명곡 딥 퍼플의 또 하나의 명곡 'Highway Star' 또한 6집 앨범의 수록곡이니 누구에겐 엉망이 되어버린 공연의 날로, 누구에겐 명반의 탄생에 일조한 중요한 영감이 되었습니다. 발매 당시 앨범에 프랭크 자파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넣었다고 하는데, 과연 위로의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을까요? 흠... '물 위의 연기'라 쓰고 '강 건너  불구경'이라 읽어야겠네요.



(사진 왼쪽 - 몽트뢰 카지노, 오른쪽 - 행사 중인 몽트뢰 광장)


여담입니다만, 매년 7월 경 열리는 세계적 음악 축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스위스 몽트뢰는 주위 자연경관도 아름다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요. 저도 어떻게 기회가 되어 네 번쯤 가봤는데, 어느 날은 스쿨 밴드 경연대회 중이었습니다. 잠시 구경삼아 행사가 열리는 곳에 들어가니 오른쪽 사진의 소년들이 'Smoke on The Water'를 연주하였고, 위에 상황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악기로 연주하는 록음악이 아주 흥미로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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