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화 Nov 05. 2020

첫 번째 브런치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브런치 라이킷 알람 소리가 참 좋습니다.


 핸드폰에서 나는 알람 소리를 싫어합니다. 알람이 울리면 바로 확인하지 못하는 게으름도 가지고 있어요. 제 핸드폰이 울릴 일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그것마저도 싫어서 핸드폰 알람은 거의 무음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예 알람이 안 울리게 설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브런치 라이킷 소리는 참 좋습니다. 띵동 소리를 내면서 부르르 떠는 핸드폰이 예뻐보이기 까지 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멀리 있는 핸드폰이 띵동 소리를 내면서 진동을 울리면 바로 확인은 못해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갑니다. 자다가도 핸드폰이 띵동 소리를 내며 부르르 떨면 눈은 계속 감고 있지만 마음은 몽글몽글해집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누군가 제 글을 읽는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거기다 별 볼 일 없는 제 글을 좋다고까지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40살 다 되어서 이런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울렁울렁 거리면서 하늘을 날 것 같기도 하고요. 별것 아닌 일이지만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라는 글귀는 그냥 힘을 주는 존재입니다.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라는 문장만 뜨던 어느날,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라는 문장이 어떤 상황인지 40살이 되어서야 경험했습니다. 침침한 눈을 꿈뻑꿈뻑하면서 다시 비비고 봤어요. 벙벙한 느낌에 이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몰랐습니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본 후에 첫 구독자가 생겼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구독자가 별 의미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첫 구독자'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 글을 앞으로 계속 읽으시겠다는 뜻이잖아요. 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도 큰 행복을 느꼈는데, 아직 쓰여지지 않은 앞으로의 제 글도 읽겠다는 분이 생겼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아마 첫 구독자 분의 이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첫 구독자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보잘 것 없는 제글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브런치의 첫 구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숫기 없는 저는 마음으로만 감사함을 전해드렸어요. 감사한 마음 뿐이겠어요, 숫기는 없지만 오지랖 넓은 아줌마는 첫 구독자 분의 앞길에 좋은 일만 있기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빌었습니다. 그 분은 아무것도 모를테지만요.


 글 쓰기만 좋아해서 이런 기분을 몰랐습니다. 좋아하는 제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이렇게도 행복한 일인지 이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지금도 핸드폰에서 브런치의 알람 소리가 들리면 몸 속에서 엔돌핀이 돕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 우물만 팠어야 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