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습니다. 하다못해 친가, 외가, 친척집 모두 도시였어요. 아파트가 당연히 사람 사는 집인 줄 알고 지냈습니다. 집을 고를 때도 아파트 외에는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 볼 생각도 못했고요. 그런데 요즘 계속 땅을 밟고 싶습니다. 고층 집인 안방 침대에 누워있으면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평소에는 뷰가 좋다고 생각했던 창 밖의 모습도 땅 없는 하늘만 보이니 이상합니다.
땅에 대한 제 짝사랑이 이제는 시골 앓이로 커졌습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에요. 아이들 데리고 무작정 하는 귀촌을 말리는 분도 계셨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서 그런지 환상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주말마다 소풍과 여행을 다녔는데, 2년 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 더 근질근질했나 봅니다. 여행 중의 잠시 머뭄과 모든 생활이 항상 이루어지는 시골살이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해보지를 않으니 더 갈증이 나나 봅니다.
'5도 2촌'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일주일 중에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 지낸다는 뜻입니다. 알아보니 저 같은 생각을 갖고 5도 2촌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5도 2촌 생활의 형태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번듯한 작은 집을 지어서 생활하시는 분. 작은 농막을 갖다 놓고 잠깐씩 쉬시는 분. 땅만 사놓으시고 텐트를 치거나 캠핑카를 갖다 놓으시는 분. 시골집을 임대해서 생활해보시는 분.
이렇게 몇 년 생활하시다 보면 답이 나오나 보더라고요. 5도 2촌 하다가 거꾸로 5촌 2도 하시는 분. 아예 시골로 들어가시는 분. 시골 땅 처분하고 다시 도시로 가시는 분.
저는 모든 상황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로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알아봤습니다. 땅 매매, 시골집 매매, 시골집 전세나 월세, 땅 임대. 도시 근교의 지역. 오지 산골인 지역. 시골 땅 전문가가 다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도 지금의 제 자리는 그대로 아파트입니다.
남편은 한 가장의 책임감 때문인지 가볍게 결정을 못 내리고, 아이들은 지금 사는 곳의 친구들이 좋다고 말을 합니다. 어릴 때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었는데, 집에서 뛸 나이가 지나니 아파트가 좋다고 하네요.
오늘도 원하는 지역에 적당한 집이 전세로 나왔습니다. 시골집 찾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골에서의 전세는 정말 귀합니다. 전세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오거든요. 저는 전셋집이 나오자마자 바로 집주인 분에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러고선 남편에게 집 보러 가자고 말했지요. 하지만 남편은 고민이 많습니다. 일대 일생의 큰 결정과 전환점이 될 텐데,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고요.
맞는 말이에요.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여행하는 것처럼 쉽게 결정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저는 땅을 밟고 살고 싶어요. 왜 이렇게 땅이 좋아졌을까 생각은 해봤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붕 떠있는 집 말고, 땅에서 살고 싶어 졌습니다. 내 땅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여러 일들을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